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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이사와서 내가 한 경험 중 특이한 것은 바로 알바를 해본 것이다.
알바가 주는 매력이 있다.
큰 부담 없이 단기간 한다는 것이 주는 약간의 자유로움이랄까?

아무튼 5주간의 급식소 알바가 끝났다.
특히 나에게는 이 급식소 알바가 참 재미있다.
우선 급식소이기 때문에 제주도 와서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배웠었는데, 그것과 관련한 일을 하게 된다는 점이 재미있다.
특히 학교 급식이어서인지 메뉴 중에 '제주음식'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딱이 제주음식을 만들지 않아도 내가 알고 있는 음식을 제주식으로 어떻게 만드는지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
제주음식의 가장 독특한 점은 매콤한 맛을 내지 않고 언제나 배지근한 맛을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도 빨간 떡볶이가 아니고 간장을 베이스로 한 궁중 떡볶이를 많이 한다.
국을 끓일 때도 맑은 국물을 칼칼하게 끓이지 않고, 고기육수를 베이스로 한 뭉근한 국물을 추구한다.
나물을 무칠 때도 마늘은 최소한의 양만 사용하고, 대부분 된장으로 무쳐낸다.
그리고 이건 제주여서인지 정확히는 파악이 안 되는데, 제주 여고 학생들은 '물고기'는 싫어하고 '육고기'는 엄청 좋아한다.
특히 돼지 고기를 좋아해서 돼지고기가 나오는 날은 천명의 아이들이 점심을 먹으러 오지만, 생선 요리가 나오는 날은 점심 먹으러 칠백명도 올까말까이다.
애들이 적게 오면 알바생이야 일이 줄어 좋지만.ㅋ

또다른 좋은 점은 급식소에서 일하는 언니들이 모두 제주도 토박이여서 제주어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제주도 사투리를 많이 쓰는 언니들의 말을 거의 못 알아 들었었는데, 이제는 반 정도는 눈치로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제주어를 많이 배웠다.
가끔 언니들이 "넌 일하러 와서 돈도 벌고, 배우는 것도 많고 좋겠다."하면서 제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날 대견해하기도 했다.

사람들도 많이 말하는데, 급식소 일이 '여자들 노가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이 든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난 5주간의 알바가 힘들기 보다는 재미있었다.

지난 가을 국화꽃이 필 때부터 간헐적으로 다니던 알바.

제주여고 버스 정류장에서는 이런 푸른 하늘도 보이고, 한라산도 보였었다.

제주도 대중교통에 익숙하지 않던 나는 자주 제주여고가 아니라 제주중앙여고에서 하차해 버스를 두번 타야 했었다.

제주여고 교문을 지나 급식소까지 걷는 길, 저 앞에 급식소 언니들도 힘차게 출근 중이다.

나는 알바라 '홀' 담당이다.

천명이 넘는 아이들이 사용할 식판을 홀에 나르는 일과

천명의 아이들이 두번에 나누어서 배식을 하는 테이블을 닦는 일이 주업무다.

그 외에는 거의 보조다.

학생수가 많으니

파스타면을 삶아도 이만큼

전복도 거의 수산시장 급으로 손질하고

디저트도 커다란 바구니에 담아서 나간다.

매일매일 다양한 식단이 마련되어 있다.

이런 일을 해보지 않아서 겨우 알바 다니고 물리 치료도 다녔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알바를 가기로 약속하고 5주간의 일을 끝냈다. 

제주도는 기온이 많이 올라가서 낮에는 더워서 땀이 날 정도이다.
그래도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봄에만 할 수 있다는 고사리를 끊으러 가볼 생각이다.
제주도에 살면 꼭 해봐야 한다는 고사리 끊는 것.
밖에 나가면 지천으로 깔려 있다는 제주도 고사리.
이 고사리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제주 사람들에게는 참 많다.
우선 급식소 언니에게 고사리 찾는 법도 배웠으니 한번 들로 나가볼 생각이다.
언니들 말로는 차타고 가다가 길가에 승용차 몇대가 서 있는 거 보면 거기 가보면 고사리밭일 거라는 애매한 설명만 들은 상태라 잘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며칠 푹 쉬고, 또다른 제주를 경험해 볼 계획이다.^^
두근두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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