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제주라이프

정월 대보름

gghite 2019. 2. 20. 09:03
반응형

어제는 정월 대보름이었다.

날씨가 흐려서 둥근 보름달은 볼 수 없었지만 나름 보름날을 기억하려고 했다.

어려서부터 보름날이면 하는 것이 있었다.

보름달 보고 소원빌기, 오곡밥과 나물 해먹기, 부럼 깨물기, 귀밝이술 마시기, 더위팔기...ㅋ

우리집 식구들은 오곡밥을 다들 싫어해서 잘 먹지 않는다.

정월 대보름날 엄마가 오곡밥을 했는데 아무도 안 먹어서 이웃집 쌀밥과 바꿔다 먹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나물은 잘 먹는다.

특히나 묵은 나물을 들기름에 볶아서 먹으면 그냥 먹어도 맛있고, 비빔밥을 해 먹어도 맛이 있었다.

올 보름에는 나도 나물을 몇가지 만들어 보았다.

전에 시골에 살 때는 나물 반찬을 잘 해먹었었는데, 제주도로 이사오고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러나 올해 만든 나물 반찬은 그닥 맛이 없었다.

반찬도 자주 해야 만드는 법을 잊지 않는 것 같다.ㅜㅜ


나름 열심히 만든 나물반찬이다.ㅋ

그냥 먹기에는 나물 특유의 맛을 살리지 못했지만, 참기름 넣고 비빔밥을 해먹으니 시중에서 사먹는 비빔밥 보다 너무너무 맛이 좋다.


부럼은 사지 않았다.

그냥 집에 있는 믹스 너츠로 대신 ㅋ


부럼을 깨 먹는 이유는 한해 동안 부스럼도 생기지 말고 이도 튼튼해지라고 깨물어 먹는 것이라고 한다.

열심히 먹었으니 부스럼 없는 한해를 지내겠지?

사실 요즘 부스럼같은 것이 잘 생기진 않지만, 풍습이니까.ㅋ


어릴 땐, 보름날 아침 가족들이 귀밝이술을 꼭 한잔씩 먹었었다.

아빠가 아직도 정정한 주당이셔서 핑계김에 아침부터 술한잔을 하고 싶으셔서 꼭 지켰던 풍습인 듯하다.

요즘 나는 술을 잘 안 먹어서 올해 귀밝이술은 먹을 생각도 못했다.


더위팔기...

어릴 땐, 보름날 아침에 엄마나 아빠가 우리 이름을 부르고 본인들 더위를 우리에게 꼭 파셔서..ㅋ

하루종일 만나는 친구에게 이름을 부르고 더위를 팔곤 했었는데.

요즘은 더위야 에어컨이 해결해줘서 그러나 그닥 더위를 파는 풍습을 이어가진 않는 것 같다.


정월 대보름의 풍습은 참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올해는 무엇보다도 나물 반찬을 좀더 열심히 해먹어서 내년 보름에는 좀더 맛있는 나물 반찬을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월 대보름 풍습 중 대부분의 것은 언제든 지킬 수 있는 것이지만, 요리는 감을 잃으면 다 사먹어야 한다.

사먹는 나물 반찬은 내가 기억하는 옛날 엄마가 해주시는 나물 반찬의 맛을 못낸다.


최근 발렌타인 데이도 있었다.

그날 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가 초코렛도 하나 샀었다.


발렌타인 데이는 서양에서 들어온 풍습이지만, 티비에서 초코렛 광고로 엄청나게 홍보를 한다.

그래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왠지 초코렛 하나 정도는 사먹게 되는 거 같다.

아마도 이 풍습을 지키는 사람의 수가 정월대보름날의 풍습을 지키는 사람의 수 보다 월등이 많을 것이다.


초코렛 회사의 매출을 올려주는 발렌타인 데이 풍습 보다는 나와 가족의 건강과 복을 염원하는 정월 대보름 풍습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의 고지식한 생각일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