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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제주도서관 가는 길에는 신산 공원이라고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공원이 있다.
이 공원 근처에 맛있는 항아리 수제비 집이 있어 소개해 보려 한다.
길에서 보면 '미담'이라는 가게가 더 잘 보인다.
사실 전에 선옥씨랑 이 집에 가서 고기국수와 비빔국수를 먹었었는데 큰 감흥이 없는 그런 맛이었다.
그때도 우리는 밖에 간판에서 본 항아리 수제비를 먹고 싶어서 들어간 거였는데, 항아리 수제비 집은 이집이 아니었다.
그때는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러다 남편과 함께 제주도서관을 갔다 오는 길에 다시 '항아리 수제비'라는 간판을 보았다.
왠지 항아리 수제비가 땡기는 날씨였어서 간판을 자세히 보았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항아리 수제비집은 그 큰 건물의 지하에 있는 것이었다.
제주 미담이라는 간판은 길가에서 아주 잘 보이게 되어 있고, 옆에 있는 항아리 수제비 간판에는 조그맣게 지하라고 써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전에도 나는 미담이라는 가게에서 항아리 수제비를 파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음식점이 지하에 있는 것만해도 이런 손해가 될텐데, 이렇게 간판도 헷갈리게 있어서 장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이렇게 지하로 내려가면 가게 출입구가 있었다.
왠지 사람도 별로 안오는 그래서 맛도 없는 집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그런 집이었다.
그래도 우린 항아리 수제비를 먹기로 했다.
안에 들어갔더니 정말로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주인 아저씨 말씀이 개업한지 이제 보름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전 주인이 장사가 안 되어 내놓은 가게를 인수한 것 같다.
주인 아저씨도 제주에 놀러와서 '미담'이 항아리 수제비하는 집인 줄 알고 들려서 고기국수만 먹고 간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런 악조건의 집을 인수해서 가게를 하려고 도전한 주인 아저씨가 더 대단해 보였다.
분위기는 마치 민속 주점 같았다.
메뉴를 봐도 주점의 메뉴같았다.
막걸리에 파전도 팔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항아리 수제비가 먹고 싶어서 왔으니 나는 얼큰 칼국수를 남편은 항아리 수제비를 주문했다.
먼저 보리밥이 한공기 나온다.
지금 먹어도 좋고 나중에 칼국수나 수제비 국물에 말아 먹어도 좋다고 하신다.
나는 배가 고파서 무생채를 넣고 먼저 비벼 먹었다.
맛이 아주 좋았다.
그간의 의혹이 사라지고 칼국수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얼큰 칼국수이다.
세상에나, 내가 육지에서 맛있게 먹던 그런 얼큰 수제비의 맛이 그대로 나는 것이다.
너무 놀래서 주인 아저씨에게 주방에서는 누가 요리를 하는지를 다 물었다.
주인 아저씨의 장모님이 모든 요리를 하신다고 했다.
완전히 손맛이 좋은 분이시다.
남편이 주문한 항아리 수제비이다.
여기에도 청양고추를 썰어넣어 국물이 맑지만 칼칼한 맛이 나는 그런 수제비였다.
이런 칼칼한 맛을 내는 건 육지 사람의 손맛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이런 칼칼한 맛을 잘 못낸다.
주인아저씨의 권유로 파전도 하나 주문했다.
겉을 바삭하게 부친 파전은 사이즈가 작아서 수제비를 먹고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래서 가격도 싸다.
이렇게 푸짐하게 상을 받고 우리는 육지의 칼국수와 수제비 맛에 감동하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이집의 이름인 '알드레'의 뜻이다.
알드레는 제주어로 아래, 지하라는 뜻이란다.
그러니까 간판에 '지하'라고 조그맣게 써 있던 것이 아니라, 대놓고 지하에 있는 가게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아마도 제주도 사람들은 아무도 헷갈리지 않을 이름과 가게 위치였는데, 제주어를 모르는 육지 사람들은 알드레라고 써 있는 것을 보고도 1층에 있는 미담이라는 고기국수집에 가서 항아리 수제비를 찾은 것이다.ㅋ
주인 아저씨가 알려 주신 '알드레'의 뜻을 알고 우리가 엉뚱하게 오해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튼 이 집은 쌀쌀한 날, 육지가 생각나는 날, 막걸리가 땡기는 날 가면 너무너무 좋은 집이 되었다.
개업한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가게지만, 육지부터 와서 돕고 계시는 주인 아저씨의 장모님 음식 솜씨는 아주 수준급이었다.
제주도 사람들도 육지의 칼칼한 칼국수와 수제비 맛을 보러 이집에 많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가게가 잘 됐으면 너무너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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