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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오래된 가게 탐방 3탄

제주도에는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오래된 중국집이 많이 있다.

이번에 간 곳도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맛집이면서 노포(오래된 가게)이다.

주인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이다.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책 외판원을 했었다고 한다.
언제나 돌아다녀야 하는 직업이었던 할아버지는 언제나 중국집에서 짜장면으로 식사를 해야했단다.
그런데도 절대로 짜장면 먹는 것이 질리지 않았단다.
아마도 짜장면을 엄청 좋아하셨었나 보다.
이렇게 좋아하는 짜장면을 직접 만들어 팔아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개업한 것이 40년 전 바로 이 송림반점이라고 한다.

공항 근처 구제주에 자리하고 있는 송림반점은 외관도 할아버지처럼 오래된 모습을 하고 있다.
주방은 할머니가 보고 계신다.
현재는 아들에게 이 가게를 인수해 주려고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전에 남편이랑 갔을 때 남편이 찍은 사진에 보면 주방에 젊은 아저씨가 있고, 홀에도 할아버지와 함께 젊은 아저씨가 있다.

아마도 아들이 둘인가 보다.

내가 알바도 소개시켜주고 현재 여고 급식소에서 부조리장을 하고 있는 친구가 방학으로 급식소에 나가지 않는다고 심심하다며 전화를 했다.

내가 맛있는 짜장면 사줄께, 와~

그리고 함께 여기 송림반점에 왔다.

이날 우리가 선택한 메뉴는 이집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하는 짜장면과 볶음밥, 그리고 군만두였다.


이집은 외관 뿐만 아니라 내부도 세월이 구석구석 쌓여있다.

전에 어떤 친구가 말했듯이 '제주도의 오래된 가게는 좀 지저분하다.'
하지만 그건 세월의 흔적이라고 생각하고 음식을 먹어보면 오랜 시간을 지켜낸 힘을 금방 느낄 수 있다.

간단한 밑반찬이 나오고

주문한 음식도 나왔다.

짜장면이다.

기본적으로 짜장 소스는 맛이 좋았다.
위에 얹어준 참깨 몇개가 고소함을 극대화시키는 걸 보면 참깨도 좋은 걸 쓰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집 짜장면의 놀라움은 짜장 소스에서 오지 않았다.
바로 면이다.
면이 여는 짜장면 집과 달리 아주 얇다.
이집이 이 얇은 짜장면 면발을 고수하는 것은 할아버지의 고집이라고 한다.

면발이 얇은 게 맛이 좋은지 사람들이 좋아해.

라는 고집이란다.
정말로 면발이 지금껏 먹어본 짜장면에서 느껴보지 못한 맛있게 씹히고 소스와 잘 조화하는 매력이 있었다.
같이 간 친구의 말에 따르면 마치 맛있는 냉면 면발을 먹는 느낌이란다.ㅋ

볶음밥이다.

인터넷에 이집을 검색하면 사람들이 이 볶음밥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나도 물론 이 볶음밥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크게 느끼하지 않고, 수북히 주는 것이 주인의 인심이 그대로 느껴진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계시는 할머니의 정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볶음밥이다.

계란 노른자가 맛있게 볶음밥 위로 흘러내리는 영상을 찍어보겠다고 둘이 고군분투 중이지만 잘 안된다.ㅋㅋ


군만두이다.

이집 군만두는 유명한 집은 아닌 듯하다.
보통의 중국집에서 먹는 군만두 맛이었다.
그때 친구가 전에 내가 갔다왔던 '아주반점'의 군만두가 환상적으로 맛있다고 해서, 군만두는 거기가서 맛있게 먹기로...

젊은 시절 책 외판원을 하셨던 경력 때문인지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이 드셨는데도 서비스 정신이 살아 계신다.
손님 응대가 좋으시고, 빠르게 반응하시고, 언제나 정중하시다.
활기찬 할아버지가 오래오래 이 가게를 지키고 계셨으면 좋겠다.

제주 여행을 마치고 공항근처에서 간단하지만 맛있는 식사를 하고 제주여행의 추억을 마무리하고 싶다면 여길 꼭 들려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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