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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으로 꽤나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1890년에 태어난 사람이라니 정말 옛날 사람이다.
거기에 가드닝이라니..
좀 따분한 책일 거 같지만 귀농 경력이 있는 나도 땅과 식물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관심이 생겨 빌리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따분한 식물 키우는 이야기이지만, 글을 맛깔나게 쓰면 얘기가 다르다.
앞에 몇장을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글을 쓰는 사람이다. 기대된다.

1월이면 정원가는 날씨를 경작한다.
날씨라는 건 희한하다. 딱 맞는 적이 없다. 항상 평균을 웃돌거나 못 미쳐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다. 기온은 늘 지난 백 년간의 평균에 비해 5도 높거나 낮고, 강우량은 평균보다 5밀리미터 적거나 20밀리미터쯤 많다. 너무 가물거나 너무 넘칠 뿐 도무지 중간이 없다.
날씨와 별 상관없는 사람들조차 불평불만이 끝이 없는데 하물며 우리 정원가들이야!

-귀농해서 농사를 지을 때 생각해 보면, 하루의 시작은 날씨 걱정이었었다.
정말 그때는 거의 매일이 만족스런 날씨가 아니었다. 계속되는 가뭄이거나 진창 퍼붓는 비거나 너무 더워 쪄죽을 거 같거나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적합한 날씨를 맞이하는 건 농사와 관련하지 않은 요즘 인 듯하다.
그냥 그날 그날의 날씨가 마음에 든다. 바람이 불어 좋고, 햇살이 좋고, 시원해 좋고, 비가 와도 운치가 있으니..ㅋ

2월은 일 년 중 가장 짧은 달. 열두 달 가운데 가장 덜떨어진 애송이 달이다. 하지만 꼴에 변덕스럽기 그지 없을 뿐 아니라 교활하기로는 열두 달 가운데 단연 최고다. 낮에는 꽃망울을 덤불 밖으로 살살 꼬여내어선 밤이 되면 얼려 죽이고, 당신을 한껏 유혹하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얼간이 취급을 하는 게 바로 2월이다.

-1월에 날씨와 씨름하며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다, 짧은 2월은 후딱 갈 거 같지만 여전히 예사롭게 오지 않는 봄 때문에 마음이 들쑥날쑥하는 달이 바로 2월이다. 짧지만 지루한 겨울의 끝자락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동장군의 시샘이 기승을 부리는 달이기도 하다.
그런 2월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했다.

3월은 정원가에게 가장 바쁜 달, 봄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 달이다.

-3월만큼 기다리는 달이 없지.ㅋ 정말 제대로 봄이 오는 달이다.
근데 농사지을 때 보면 본격적으로 바쁜 때는 아니던데, 정원가에게는 3월이 가장 바쁜가보다. 찾아오는 친구가 자기의 시간을 빼앗는다고 구시렁거린다니 ㅋ

정원가에게 4월은 가장 축복받은 달. 5월의 찬사일랑 연인에게 맡겨두자. 5월에는 꽃이 피지만 4월에는 싹이 튼다. 4월은 싹이 트는 달이자 나무를 심는 달이기도 하다.

정원가는 이름에 몹시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플라톤식으로 설명하자면, 이름이 없는 꽃은 형이상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꽃이다.

5월은 온갖 꽃이 피는 달이다.

6월은 풀을 베는 달이고 진딧물과의 전쟁을 치르는 달이다.

7월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정원에 물주기이다. 아무튼 비가 와야 해.

-비가 와야 하는 시기에 꼭 비가 안 온다. 식물이 타들어가고 땅이 짝짝 갈라지는 느낌이다.

8월은 정원가들이 그들의 멋진 정원을 뒤로한 채 훌쩍 휴가를 떠나는 달이다.

-시골에 있을 때 보면 농사꾼은 여름 무더위에도 쉴 줄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어르신들도 종종 있다. 쉬는 것도 알아야 하는데..

원예적 관점에서 9월은 어느 때보다 충만하고 은혜로운 달이다. 9월은 ‘땅이 새로이 열리는 달’, 즉 식물을 또 한 번 심을 수 있는 달이다.

10월은 봄이 시작되는 달이다.

-봄에 일찍 피는 꽃을 위해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라서 그렇단다.

11월은 흙을 위한 달, 흙을 갈아 엎고 일구는 달이다.

앗!! 책을 반납해 버렸는데, 12월을 정리 안했네??
이런… 궁금해라… 다시 빌려야 하나?

어쨌든 19세기 사람이 쓴 책인데,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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