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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제주도에 이사 왔을 때, 우리집을 드나들던 길고양이가 있었다.

 

이 녀석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우리집을 드나들었냐 하면, 마치 이 집 주인이 이 녀석이고 우리가 이 녀석의 집에 이사 들어온 세입자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마당에서 내가 하는 일거수 일투족은 이 녀석의 감시 하에 있을 정도였다.

또한 이 녀석이 얼마나 점잖고 위엄이 있었는지 왠지 고양이 품격이 느껴지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녀석에게 '미노'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이 사진은 현관문 밖에서 집안에 있는 나를 감시하다 딱 걸린 사진이다.

그러다 다음해에 미노는 새끼를 한마리 낳았다.
옆집 아주머니 말로는 여러 마리를 낳았는데, 꼭 한 놈만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
어쩌다 내가 먹을 걸 주면 미노는 먼저 먹지 않고 새끼를 불러 먹이고, 그 다음에 자기가 먹곤 했었다.

 

우리는 미노의 새끼이니 이름을 지어주자며 '민수'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왠지 선머슴아처럼 생긴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민수는 언제나 우리집 화단에 이러고 웅크리고 자고 있던가 아니면 밥 달라고 유난히 야옹거리는 어리광쟁이였다.

 

지 어미를 닮아 마당에서 나를 감시는 하긴 했는데, 겁이 많은지 언제나 이렇게 숨어서 감시하곤 했었다.

 

그 다음해에 새끼 고양이 두마리가 또 우리집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옆집 아주머니 말로는 미노의 새끼라고 한다.
어릴 때는 아주머니 집 안에서 길렀는데, 조금 크니 자꾸 밖으로 나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눈에도 띄었다.

우리는 이 녀석들에게 '흑돌이' '흰돌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앞에 앉아 있는 놈이 흑돌이인데, 이놈이 제일 예쁘게 생겼다.

 

철부지 민수는 어쨌든 지 동생들과 한동안 우리집을 드나들었다.
가운데 녀석이 민수인데, 제일 못생겼다.ㅋㅋ

 

요 사진에서는 맨 앞에 있는 녀석이 민수이다. 못생긴 걸 보면.ㅋ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흑돌이도 언제나 이렇게 화단에 숨어서 잠을 잔다.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민수가 자리를 비키면 동생인 흑돌이가 화단에 가서 자리를 잡는다.
그 와중에 새침한 흰돌이는 집에서 사람만 나오면 냅따 도망을 가는 바람에 사진에 잘 찍히지 않는다.

그리고 올해 우리집 길고양이들에게는 많은 일이 생겼다.

먼저 엄마인 미노는 언젠가부터 종적을 감추고 우리집에 오질 않는다.
또 한참 후에는 민수가 종적을 감추고 우리집에 오질 않는다.
그리고 흑돌이는 어디서 뭘 잘못 먹고 죽었다는 비보를 옆집 아주머니에게 들었다.
그러다 보니 가끔 겁많고 새침한 흰돌이만 왔다갔다 했다.

 

며칠 전 현관 앞에 종이 버리는 날 버리려고 박스 하나를 내다놨다.

 

집에서 우리가 나서는데 누가 후다닥 상자에서 나왔다. 바로 흰돌이다.
이 녀석이 상자 안이 따뜻하니까 거기 들어가 있었나보다. 졸다가 튀어나와서 눈도 제대로 못 뜬다.ㅋ
그래서 내가 뚜껑을 하나 열어 두었다.

 

이제는 자기도 밖이 보이니까 문 열고 나오는 것이 우리인 걸 알고 상자에서 나오지도 않고 이렇게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요즘 이 녀석 살이 부쩍 오른 걸 보면 이제 어른 고양이가 다 되었나 보다.
다음엔 이 녀석이 또 새끼를 낳겠지?
그럼 우리집을 드나드는 길고양이들이 세대 교체를 할 것이다.

흰돌아, 예쁜 새끼 많이 낳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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