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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스웨덴 작가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래도 북유럽 쪽 사람들은 언어도 자기네 나라 언어를 쓰기 때문에 문학 작품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어려운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스웨덴 작가들의 소설이 자주 베스트 셀러가 되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지고 있다.
스웨덴 작가 시대의 포문을 연건 누가 뭐래도 요나스 요나손일 것이다.

그의 작품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나도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었을 때 읽었다.
책이 두툼하지만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후 그의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도 이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스웨덴은 추운 나라여서 많은 사람들이 저녁에 집에서 책을 읽거나 책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스웨덴 성인 중 상당수가 작가라는 말이 있다고도 한다.
많은 작가들과 경쟁해야 해서였을까? 요나스 요나손의 책은 정말 탄탄하게 잘 쓰여진 소설이다.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영화가 나왔을 때 챙겨 봤던 기억이 있다.
뭐 사실 소설이 너무 재미있었어서, 영화가 소설에 한참 못 미친다고 느낀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영화는 두개의 시간을 왔다갔다하면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주인공 알란 할아버지는 평생 혼자 살았다.
가족처럼 아끼던 고양이 몰로토프가 여우에게 잡혀 먹히자 다이나마이트에 소세지를 묶어 여우를 유인한 후 폭파시켜 버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알란은 양로원으로 보내졌는데, 양로원이라는 곳이 한적하고 심심한 곳이었다.

100살이 되는 생일 날 알란 할아버지는 자기방 창문을 뛰어넘어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우선 양로원을 도망나와 걸어서 말코핑역까지 간다.
역무원에게 "어디든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가장 빨리 떠나는 버스의 표를 돈이 되는 구간까지 끊는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험악하게 생긴 폭주족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화장실을 가려다가 가방이 문에 걸리니까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다.
그 사이 할아버지의 버스가 와서 할아버지는 가방을 든 채 버스를 타고 떠나버린다.

그러면서 할아버지의 과거 이야기가 회상된다.
어머니가 엄청나게 고함을 치는 날, 알란도 마찬가지고 고함을 치며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다.
9살 때 콘돔 사용의 반대를 부르짓던 아버지는 러시아에까지 가서 시위를 하다가 그곳에서 사형을 당한다.(좀 황당함ㅋ)

아버지의 유품으로 세가지 물건이 배달되어 왔는데, 그중 귀한 달걀 모양 보석은 식료품 가게 아저씨에게 헐값에 팔고, 러시아 인형은 알란이 폭탄으로 사용하고, 카메라는 알란이 계속 가지고 다니며 취미삼아 사진을 찍는다.

2년 후 엄마도 폐렴으로 죽으며 유언을 한다.

아버지는 생각이 많아 죽었다. 그러니 너는 그냥 생각 없이 살아라. 그래도 사람은 살아진다.

그래서였을까 생각없이 여전히 폭탄을 만들어 취미삼아 터트리면서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알란의 폭탄에 식료품 가게 아저씨가 죽고 만다.

이 일로 그는 정신병원에 보내지고, 그의 폭력적 성향이 아프리카 조상에게서 시작됐으며 그의 아버지에게서 알란에게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폭력성이 자식에게 물려지면 안된다는 인종주의자인 의사에 의해 거세(?)를 당한다.

인생사 계획대로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신병원에서 퇴원 후 무기공장으로 가서 일도 하고, 거기서 만난 친구 에스테반과 스페인전쟁에 참여한다. 그 전쟁에서 알란은 거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수없이 많은 폭탄을 제조하고 터뜨린 것이다.

그 이후로도 알란은 미국으로 가서 트루먼(그 당시는 부대통령)에게 인정도 받고,

다시 스웨덴에 가서 원자력 연구소에서 일하고, 포포프라는 물리학자와 러시아를 위해 일하기도 하고,

러시아에 가서 스탈린도 만나고, 과거에 스테인의 프랑코 장군과 알고 지냈다는 것 때문에 노동 수용소에 보내지는데,

거기서 아인슈타인을 만나 함께 탈옥하고, 다시 파리로 가서 포포프의 인맥으로 정보장사를 하다가, 끝내 모든 일에서 은퇴하고 포포프의 아들 알렉과 꾸준히 연락하며 지낸다.
(사실 이 모든 역사적 이야기는 세계사적 지식이 있어야 더 재미있을 것이다.
난 고등학교 때 이과생이었어서 세계사를 공부하지 않았다.
세계사에 문외한인 나도 너무 재미있었던 것은 작가의 소질이 그만큼 뛰어나서였을 것이다.
책에는 김일성 얘기도 한참 나온다.)

이런 파란 만장한 역사를 가지고 인생을 모험처럼 살던 알란에게 양로원은 감옥과도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양로원을 도망친 후, 기차역에서 우연히 맡게 된 가방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돈가방을 맡겼던 폭주족을 냉동고에서 얼어 죽게 만들기도 한다. 실수로 죽인 폭주족을 내다 버리려 하고 있다.

이 돈가방을 찾으려는 무리와 따분한 인생을 버리고 모험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벌이는 추격전은 알란 할아버지의 젊은 날의 황당한 일만큼이나 황당하지만 재미있게 펼쳐진다.

다시 봐도 책이 백만 배는 더 재미있지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란 영화로 스웨덴 작가의 스토리텔링에 한번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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