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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증인'이란 영화를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아서, 계속해서 장애인을 다룬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래서 스치듯 생각난 것이 바로 이 영화이다.
이 영화는 선천적 장애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모험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사고가 나서 전신마비가 되어, 자기를 돌봐줄 도우미를 구해 엮어가는 이야기이다.
마치 프랑스판 신데렐라 신드롬과 같은 영화같지만, 엄연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필립은 어마어마한 부자이다.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휠체어에 의지해 살고 있다.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밥도 먹을 수 없고 씻을 수도 없고 이동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성격이 까다로워 웬만한 도우미도 한달을 버티기 힘들다고 한다.

 

 

필립의 도우미를 구하기 위해 면접이 시작되었다.
봉사 정신으로 단련된 많은 사람들이 면접에 응하지만 필립은 그닥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가 생활 보조금을 받기 위해 취직행위를 했다는 증명을 하려고 온 드리스라는 청년의 거침없는 표현에 마음이 끌린다.

필립은 드리스가 한달을 버티지 못하고 2주 안에 짐을 쌀 것이라며 내기해 보지 않겠냐고 자극한다.
별일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 드리스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승락한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둘의 관계.
그러나 드리스는 전신마비 장애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다.

 

 

 

혈액순환을 위해 스타킹을 신고 있어야 하는 필립에게 '취향이 남다르다'고 놀리기도 하고,
다리에 감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필립의 다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보기도 하고,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은 있는지,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는 하는지에 대해서 서슴없이 묻기도 한다.

전과자에 버릇도 없고 전신마비인 사람에게 연민 따위도 없는 드리스를 고용해 함께 지내는 것에 우려를 내비치는 사람에게 필립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좋아. 내가 장애인인 걸 잊게 해주거든. 날 보통 사람처럼 대해줘.ㅋ

어쨌든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드리스도 필립의 상태를 점점 이해하게 된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척추를 다쳐 장애인이 된 슬픈 이야기를 듣고도 드리스는 크게 심각해 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 난 70세까지 산다고 해. 물리치료와 진통제를 죽을 때까지 받으면서."
"나 같으면 그냥 죽어 버리겠다."
"죽을래도 팔다리가 멀쩡해야 죽지."
"그러네."
그들의 대화는 격식이 없다.
그래서 필립은 지루하고 희망없던 자기의 삶에서 작은 재미들을 느끼고 점점 크게 웃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특히 둘은 음악적 취향이 완전히 달랐다.
필립은 격조높은 교향곡을 좋아했고, 드리스는 힙합음악을 좋아했다.
필립의 생일날 하루종일 악단이 연주해주는 따분한 음악을 그래도 드리스는 필립을 위해 참고 들어준다.

 

필립도 이런 드리스의 노력이 고마워 클래식 음악에도 좋은 것이 많다며 유명한 곡을 신청해 들려준다.
비발디의 사계를 듣고
"이거 나도 알아. 커피 광고에서 들어봤어."
첼로 연주가 멋진 음악을 듣고
"몽롱한 음악이군."
그리고 나도 제목은 잘 모르지만 아주 유명한 곡을 연주한다.(내가 Siri한테 물어봤는데 안 알랴줌.ㅜ)
"이건 확실히 알어. 파리 복지국 전화하면 통화대기할 때 나오는 음악이야."ㅋ
드리스는 정말 재기발랄한 사람이다.

 

오랜 시간 클래식을 듣고 드리스가 "춤이 추고 싶어야 음악이다."라고 말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준다.
그리고는 한바탕 멋지게 춤을 춘다.
그 집에서 일하는 비서, 가사도우미, 정원사 등이 다함께 춤을 춘다. 이를 본 필립도 너무나 즐거워한다.

 

영화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형태가 다른 필립과 드리스가 꺼리낌 없이 친구처럼 지내게 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의 제목이나 포스터만 봐도 극적인 전개를 상상할 그런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다른데 있다.

우선 돈 많은 식물인간으로 취급받던 필립이 다시 삶에서 즐거움을 찾게 된 계기는 그를 보통의 사람처럼 대해주는 드리스 때문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선천적, 후천적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심각하지 않게 웃고 즐기면서 동화같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지어낸 스토리가 아니고 실화였다는 것이 감동을 더 주는 듯하다.

 

생활이 지치고 불쾌할 때,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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