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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티비에서 이태원에 도저히 들고 입으로 베어먹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수제 햄버거를 파는 집을 보고, 언제 한번 꼭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차에 제주도에도 유명한 수제 햄버거 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상 속 그 햄버거를 먹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방문한 곳이다.

제주도 청수리에 있는 '양가형제'라는 햄버거 집이다.
지난 번 아는 언니의 도자기 공방과 펜션 개업 때 가서 들려 보았다.
언니네 공방 바로 길 건너에 있기 때문에 예전부터 작정하고 있었던 행보이다.

이 가게는 청수리 마을 회관이었던 건물에 있다.
실제 마을 회관은 바로 옆에 신축해서 이사를 갔는데, 구 마을회관은 땅의 경계 문제 때문에 헐지도 못하고 이렇게 임대를 주어 이 햄버거 가게가 영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게 안 곳곳에는 오래된 인테리어가 살아 있다.
'해피 뉴이어'라니..ㅋ

천장도 옛날식 마감재이다. 입구에 적혀 있는 건 아마도 이 마을 회관 건립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명단 같기도 하고...

언제나 웨이팅이 긴 이 집은 영업 전에 이렇게 각 테이블에 나갈 쟁반을 미리 준비해 줄을 세워둔다.

햄버거의 종류는 크게 다양하지는 않다.
시그니쳐 버거라는 양버거와 경버거 하나, 그리고 석버거는 공방 언니를 위해 포장을 하기로 했다.

아주 심플한 차림이다. 함께 마실 밀크 쉐이크도 주문했다.

이게 베이컨과 치즈 그리고 양파로 맛을 냈다는 경버거이다. 내가 상상한 높다란 햄버거는 아니지만, 지금껏 내가 본 패스트 푸드점의 햄버거와는 사뭇 다른 비주얼이다.
각 재료의 조화가 아주 적절해서 맛이 아주 좋았다.

다른 하나가 양버거였는데, 옆으로 본 사진은 안 찍었다.
사실 먹을 때, '이게 왜 시그니쳐 버거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촐하게 생긴 버거였다.
위아래 빵에, 패티가 두개들어 있고, 그렇다할 소스도 없어보이는 버거였다.
하지만 먹어보니, 뭔가 깔끔한 맛이 나는 것이 햄버거 하면 생각하게 되는 정크 푸드라는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이 양버거는 한테이블에 한개만 주문할 수 있다고 하더니 그 이유가 있는 듯하다.
잘 만들어진 패티를 두개나 넣어주고, 뭔지 모르지만 이집만의 비법이 숨겨져 있는 버거였다.

나는 너무 맛있고 마음에 들었는데, 같이 간 제주 친구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이 집이 sns로 대박을 친 집인데, 그래서 그런지 손님 응대가 과하게 친절하지 않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그리고 햄버거는 소스맛으로 먹는 건데, 소스가 너무 적게 들어간 이집 햄버거가 마음에 안 든단다.ㅋㅋ

개인 차이겠지만, 나는 반대로 그런 이유들로 이집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너무 친절한 것도 부담스러워하고, 소스로 번벅이 된 음식을 싦어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소스로 긍극의 맛을 낸 이 집의 비법을 염탐하던 중 옆에 쌓아놓은 소스통이 있어 사진을 찍었다.
요즘 나도 그 맛에 빠져있는 heinz의 제품을 주로 쓰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개의 버거를 포장해서 공방 언니에게 가져다 주고 들은 이집의 숨겨진 비법을 대충 들었다.

언니는 어릴 때 미군 부대 옆에 살았다고 한다.
언니네 동네에 있는 맛있는 햄버거 집이 있는데, 어려서 정말 자주 그 집에서 햄버거를 사 먹었었다고..
그리고 별 생각없이 지냈는데, 제주에 이사와서 청수리로 들어와 공방을 차리고 양가형제의 버거를 먹고 어릴 때 먹었던 그 햄버거 맛이 나서 너무 반가웠다고 한다.
그리고 햄버거집 주인장에게 "땡땡을 넣었지요?"라고 물었더니, 그집의 햄버거가 미국 햄버거 맛이 나는 비법이 바로 그 땡땡이라며 비밀이라고 했단다.ㅋ
의리파인 언니, 백번을 물어도 우리에게조차 그걸 안 가르쳐준다.ㅜㅜ

아무튼 언니 말에 따르면 아침에 영업 시작하기 전에 빵부터 직접 만들고, 재료들의 시세에 상관없이 좋은 재료로 승부하는 집이라고 한다.
sns를 열심히만 했다고 저렇게 유명한 집이 될 수는 없다고, 옆에서 보니 자부심 가지고 대박날 만한 집이라고 한다.

난, 아직도 그 땡땡이 궁금해 죽겠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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