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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살고 있지만, 며칠 휴가 삼아 가서 지내고 싶은 곳이 생겼다.
제빵학원을 다닐 때 알게 된 언니가 제주도 청수리에 전원주택을 하나 지었다.
그 언니는 원래 도자기를 만드는 도예가이다. 수년 전 제주도로 이주해 와서 귤밭이 딸린 농가 주택을 임대해 공방을 운영하다가 이번에 드디어 귤밭이 있는 땅에 집도 짓고 공방도 열고, 거기에 펜션까지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공방 앞에 있는 귤밭에서 귤농사도 지으신다.

깔끔한 디자인의 공방 건물, 일층은 공방이고 이층이 펜션이다.

공방은 외관상 마치 카페처럼 생겼다. 동네 주민들이 바구니에 뜨개할 꺼리들을 넣고 놀러와서 저렇게 테이블에 앉아 뜨개질도 한다고 한다.
영화 '건축학 개론'에 나와 유명해진 폴딩 도어(?)로 되어 있어, 문을 활짝 열고 앞에 펼쳐진 귤밭을 보며, 무료 제공하는 커피를 마시며, 하루종일 지인과 수다를 즐기며 뜨개를 해도 된단다.
난 아무래도 이쪽 청수리로 이사가서 청수리 주민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가을이 되어 귤이 주렁주렁 달리면 그 경관은... 아마도 도자기도 뜨개도 안하고 앉아서 분위기만 잡아야 할 것이다.

공방에 들어가면 이렇게 주방도 있다. 주방에는 에스프레소 머신기와 빵을 만드는 오븐과 발효기, 핸드드립 커피 장비 등 누가 봐도 카페 주방같은 곳이 있다. 주인장인 언니는 여기서 디저트도 만들고 커피와 음료를 만들어 공방에 오는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해준다.

무료 제공이라고 허접한 차 한잔이 아니다. 이렇게 럭셔리한 찻잔에 달콤한 수제 디저트를 제공해 준다. 그래서 나는 여러 번 물었다.
"언니, 여기 정말 카페 아니에요?"

공방 주변에는 도자기로 장식된 것들도 많고, 커피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나무와 꽃들도 많이 심겨져 있다.

공방 안에는 그동안 언니가 작품 활동을 통해 만들어 놓은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넓은 공방에는 이런 저런 선반과 진열장이 있는데, 여기 곳곳에 다양한 장식품, 그릇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것만 구경하는데도 한참이 걸릴 정도이다.

커다란 작품 뿐만이 아니라 작은 소품들이나 기념품도 많이 만들어 두었다.

어? 고래보양의 쟁반도 있다. 벽걸이 장식인가? 아님 도마?

그 외에도 도자기를 전공한 언니가 개인 관심으로 수집한 예쁜 그릇이나 도자기로 된 골무, 각종 엔틱 가구들도 볼거리이다.
너무 예뻐서 모두 사진을 찍어왔지만, 이런 것들은 직접 가서 하나하나 감상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각각의 소품에 스토리도 있어서 공방 언니의 소개와 함께 보면 더 재미있을테니까.

그리고 이 공방의 핵심 포인트는 그곳에서 도자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자기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커다란 작업대와 작업 도구들이 카페 아닌 공방에 준비되어 있다.
전에 나도 언니랑 도자기로 된 도마를 만들었던 적이 있다. 한시간 정도만 작업을 하면 나만의 멋진 도자기 도마를 가질 수 있다.
지금도 나는 이 도마로 언제나 빵을 자른다.

 

현재 공방에 간판이 없다. 7월 초에 오픈이라니까 아마도 조만간 간판을 내걸 것이다.
도자기 공방이므로 간판도 도자기로 구워서 만들고 싶다고 시도 중이라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 만든 이것은 한쪽이 깨졌다고 한다.

다음에 만든 것은 제대로 되어 이런 식으로 장식할까 생각 중이라며 내게 보여준 것이다.

전에 제주 시내에서 하던 언니 공방의 이름은 '행복한 도자기'였다.
하지만 이번에 이쪽 청수리로 옮기면서 'Hello's Vandi'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유는 이쪽 청수리에 반딧불이가 많아서 반딧불이 축제도 하고 그런단다. 지역의 특성을 적극 수용해서 새로운 이름으로 이곳에서 자리를 잡아볼 생각이라고 하신다.

언니가 만든 그릇 중 심사숙고해서 밥공기 두개를 사왔다.
며칠 써보니, 따뜻한 밥 한그릇이 느껴지는 맘에 드는 그릇이다.
그런 경우가 쉽지 않은데, 도공의 정성이 느껴지는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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