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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곳곳에 아직도 오일장이 남아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동문시장은 재래시장이지만 전통 오일장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 되기도 해서, 뭔가 전통의 맛은 그닥 없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상시 열리는 시장이라 관광객에게는 좋지만, 제주도 전통 오일장이 궁금하면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을 가 보면 더 좋을 듯하다.

나도 제주도에 이사와서 오일장에는 많이 가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구경을 해 볼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우선 오일장이므로 날짜를 꼭 확인해야 한다.
제주시민속오일장이 서는 날은 2일과 7일로 끝나는 날이다.

가서 구경하다보면 사올 것이 많을 수 있으므로 차를 가지고 가야 하지만, 제주도에 이사와서 승용차 사용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내 '마실용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지도앱에서 찾아보니 2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마실용으로 쓰겠다고 중고로 산 자전거이다.
급식소 언니 말이 길에 세워놔도 아무도 안 가져가게 생겼다며 '꼬란 자전거'라고 했던 바로 그 자전거다.
제주도 말로 꼬랐다는 건 후졌다는 뜻이란다.ㅋ
그래도 장바구니도 앞에 달리고 뒤에는 짐도 실을 수 있는 기능성 자전거이다.

제주도사람들은 기독교보다 불교를 더 신봉한다.
그러니 이번달 같은 때에는 여기저기 연등이 정말로 예쁘게 많이 달려있다.

꼬란 자전거와 연등

저 멀리 제주공항 관제탑도 보인다.

금탑이었으면 더 멋졌을라나? 그래도 예쁜 노란색 탑이다.

꽃도 하늘도 너무 화사하다.

이러고 사진 찍느라 25분 걸린다는 오일장까지 한시간이나 걸렸다.

전엔 없었는데, 오일장에 이렇게 대형 주차장도 생겼다.
관광객도 얼마든지 날짜만 맞는다면 렌트카 타고 구경올 수 있을 듯하다.

내 꼬란 자전거는 자전거 거치대도 없는 길가에 그냥 세워두고 가라는 경비 아저씨의 말대로 길가에 얌전히 세워두었다.
정말 아무도 안 주워가더만...

입구에는 각종 나무와 꽃 등을 파는 농원이 여러 군데 있다.
귤나무같은 것도 구경할 수 있다.

앞에 이렇게 벤치도 마련해 두어서, 마치 '모네의 정원'에라도 놀러온 기분이 든다.

어딘가 산에 가서 끊어왔을 고사리도 이렇게 많이 가져다 팔고 있다.
고사리는 한철 나오는 것이라 정해진 매장에서 팔지 않고 노점에서 파는 할머니들이 많다.
그러다 경비 아저씨와 한바탕 싸움도 나고 그런다.

여기가 이 오일장에서 가장 유명한 '할망장'이다.
제주에 살고 있는 할머니들이 자기가 기른 나물이나 산에서 채취한 것들을 가져다 팔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공간이다.
아마도 백명 정도는 됨직한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각종 야채들을 팔고 있다.
점포 하나 제대로 갖지 못하는 할머니들을 위한 이 오일장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있는 장터이다.
구경하는 나도 카메라를 들이대기 미안할 정도로 조금씩 내다 파는 그런 곳이지만 나름 이 '할망장'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그 중 가장 신기했던 것이 바로 '양애'라고도 하고 '양하'라고도 하는 이것이다.
전에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이걸 사다가 생으로 먹던 장면이 나왔던 것이 생각나서 나도 찍어봤다.
하지만 전혀 알 수 없는 맛이라서 선뜻 사진 못했다.

요즘 핫하다는 애플망고는 너무 비싸서 사먹기 겁난다. 그래도 동문시장에서는 조렇게 작은 바구니에 담아서 25,000원에서 30,000원에 파는데, 여긴 15,000원이라니 많이 싸긴 하다. 그래도 제주산인데 너무 비싸.ㅜㅜ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각종 젓갈류

재래시장에 가면 꼭 있는 옛날 과자

할망장도 싸지만 이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저렴하다.
특히 제주도 사람들이 잘 먹는 콩잎은 엄청 많이 나와 있다.

각종 쌈채소도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담아 살 수 있다. 특히 여기에는 생고수도 살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저렴하다.

우리동네에 있는 동문시장보다 30%~50% 저렴한 느낌이다.

재래시장에 가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이다.

다양한 먹거리가 있지만, 유독 이집 앞이 사람이 많다.

요리보고 조리보며 엄청 사진은 찍었지만, 아직 혼밥엔 자신 없는 나...
불티나게 팔리는 저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었지만 끝내는 못 사먹고 도너츠만 포장했다.ㅜㅜ
다음에 남편이랑 다시 와야겠다.
오직 저 떡볶이만 먹기 위해서라도..

사고 싶은 건 많았지만, 자전거에 실을 수 있을 정도만 간략히 장을 보고 다시 꼬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왔다.
돌아오는 데도 한시간이 걸린 거 보면 아마도 난 아직도 자전거를 그렇게 잘 타는 것 같지는 않다.ㅋ

떡볶이 대신 사온 도너츠는 정말로 너무 맛있었다.
사실 이 시장에 '빙떡'만 몇십년을 팔았다는 할머니도 계시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직 빙떡의 참맛을 몰라서 거긴 가보지도 않았네..
정말 유명하다고 한다.
전통 제주 빙떡의 맛을 체험할 수 있다나 뭐라나..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볼거리, 먹거리가 많고, 가성비까지 좋은 곳이다.
게다가 대형 주차장까지 완비되어 있다.
나름 의미있는 '할망장'도 있다.
그러니 여기는 제주도에 놀러 와서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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