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세종대왕을 소재로 한 영화가 몇편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지난 번에 '천문'을 봤었는데, 그 영화를 그리 재미있는 편이 아니었다.
특히 역사를 다룬 영화를 재미있게 보지 못하는 편이라 잘 안 보게 된다.
그러다가 또 뭔가 궁금해서 이번에는 '나랏말싸미'를 보게 되었다.

내가 학교에서 국사시간에 배운 대로라면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한글을 창제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내용이 좀 다르다.
유학에 심취해 있는 벼슬아치들은 고귀한 한자를 배워야 하고 한글을 만들어 모든 백성이 글을 알게 되면 나라가 어지러워질 거라 생각해 한글을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
이러한 벼슬아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한글을 만들려고 애를 쓴다.
조선은 유학을 숭상하고 불교를 억제하는 정책을 폈다.
고려가 불교에 심취해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은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유학자들을 대신해 불가의 '신미'라는 스님의 도움을 받아 한글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내용을 역사적으로 너무 따지면 재미가 없는 것이니, 영화적 장치를 그대로 이해하고 즐긴다면 꽤 괜찮은 영화였다.
소리를 모으고 그 소리에 해당하는 자음과 모음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특히 재미있게 잘 그려졌다.

백프로 만족스런 역사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적 재미를 살리는 데에서는 큰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