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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리뷰에서 본 '미운 오리 새끼'라는 영화를 봤다.
리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군대 이야기는 여자들이 정말로 재미없어 하는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방위 근무에 대한 영화라는 말에 급 보고 싶어졌다.
내가 알고 있는 내 또래 남자 친구들은 이상하게 거의 방위를 다녔기 때문에 관심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또 리뷰대로 시작은 코믹하고 뒤는 진지하지만, 뭔가 꺼림찍한 해결로 마무리된 영화는 맞는 듯하다.
그래도 나의 관전 포인트를 위주로 리뷰를 해 볼 생각이다.
주인공 전낙만은 6개월 방위이다.
보통은 18개월 방위를 가지만 집안 사정으로 6개월 방위가 되었다.
낙만이 6개월 방위가 된 것은 아버지(오달수 역)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직 사진 기자였는데, 사회의 혼란스런 상황을 사진에 담았다가 정부에 끌려가 심한 고문을 받은 후 정신을 반 정도 놓고 살고 있다.
할아버지 때부터 운영하던 기원을 아버지가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아버지는 사회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원에서 한번도 밖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가 오달수라는 배우를 코미디 배우로 많이 기억하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진지한 역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배우 자체의 자질 때문인지 진지한 역을 하고 있지만 코믹한 요소를 다분히 가지고 있다.
내가 보면서도 의아하고 웃긴 것이 바로 아버지 말투였다.
오리의 간을 먹겠다고 오리에게 물을 먹였쓰라.
그러면 오리의 간이 부어서 많이 먹을 수 있었쓰라.
사람들이 나에게도 물을 먹였쓰라.
하지만 정작 간이 부운 건 그들이었쓰라.
그러자 낙만은
아부지 프아그라는 오리가 아니었쓰라.
거위였쓰라.
라고 대화를 한다.
내용은 자신이 고문을 받은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웃음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거위를 오리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쓰라체'도 재미있다.
'쓰라체'는 어디 사투리일꼬???ㅋ
낙만은 가정환경 때문에 6개월 방위라는 짧은 복무기간의 행운은 있었지만, 보직에 있어서는 빽이 없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다.
영화에서 나오길 가장 꿀 보직은 동사무소에서 시간만 떼우면 되는 향토방위라고 한다. 하지만 낙만은 돈도 없고 빽도 없어서 군대 방위를 보직으로 받았다.
우리 때도 우스갯소리로 많이 하던 전쟁 시 방위의 특수 임무가 나온다.
먼저 향토 방위들은 전쟁이 나면 동사무소에 있는 복사기를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
둘째 모든 방위들은 다함께 지참한 도시락을 흔들어 적의 레이다 망을 교란 시켜야 한다.
셋째 최대한 일찍 적의 포로가 되어 식량을 축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위급한 전투상황이라고 정각 6시가 되면 칼같이 퇴근해야 한다.
똑같은 근복무(아닌가?)라도 방위는 이렇게 우스갯 소리의 소재가 될 정도로 많이 무시를 당하기도 했는데, 영화에서도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끌어가는 부분이 정말 재미있다.
어쨌든 낙만은 군대방위가 되어 이발소에 배치가 되어 '깎새'라고 불린다.
부대 안에 행사가 있으면 사진사가 되기도 하고
집에서 기원을 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바둑을 꽤 두었다는 이유로 부대 대장과 바둑도 둬야 하고
그 외에서 재래식 화장실 치우기, 쓰레기장 치우기, 잡초 제거하기 등 부대의 모든 잡일을 도맡아서 하는 것이 낙만의 일이다.
잡일만 하며 어김없이 흘러가는 시간만 6개월 채우면 제대(소집 해제라고 하나?)를 하는데, 새로 부임한 꼴통 중대장 때문에 낙만의 군생활은 꼬이게 된다.
특히 군부대 안에 있는 '영창' 보초 근무가 배치되면서 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군대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영창을 간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영창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이 영화에서 처음 봤다.
이 부분이 내게도 많이 마음이 무거워지는 부분이었다.
이후이 내용은 영화 제목처럼 미운 오리 새끼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지 펼쳐진다.
곽경택 감독이 자신의 군생활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아마도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공감되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더 많이 웃길 수도 있고, 어쩌면 더 많이 마음이 아프고 답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다리 건너일 수밖에 없는 여자로서 군대라는 것은 가능하면 안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나는 누군가의 추억을 듣듯이 가볍게 영화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뒷부분에서 낙만이 겪는 심적 변화에 마음이 많이 무겁고 답답했다.
영화를 본 후 그래서 더 '가능하면 군대는 안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내 친구 중에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방위로 군복무를 했는데, 한 친구는 대학 다니는 내내 엄청나게 데모를 하고 다녔던 친구였는데, 현역으로 군대를 가게 생겼었다.
친구가 군대 입대 하는 전날 동네 친구들이 모여서 송별회를 하면서 술 한잔하고 일찍 친구를 집으로 보내려고 했다.
마지막에 동네 공원 등나무로 된 정자 아래서 친구들끼리 누가누가 더 오래 정자에 매달리나 내기를 했다.
마지막까지 잘 버티던 군대가는 친구가 자기가 일등이라며 신나서 점프를 했는데, 그만 발목이 부러졌다.
그래서 병원까지 가서 발에 깁스를 했다.
그 친구는 군대에 가서 다음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혼자 현역을 가는 상황이었는데 다리 때문에 돌아와서 친구들이 은근 축하해 주었는데...
그의 아버지에게 그 현장에 있던 모든 친구들이 호출되어 갔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누가 뿌러뜨렸냐?"는 것이었다.
데모만 하고 다니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 정신차리게 하려던 아버지의 계획이 무산된 분풀이셨다.
이후로도 만나면 웃으며 하는 에피소드가 된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젊은 사람들은 군대가기 싫어하고, 어른들은 군대를 보내려고 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군대가기 싫어했던 또래의 친구들이 많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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