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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 영화이다.
그때 리뷰글에서 이 영화를 보면 엄청 답답하고 우울해진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영화를 보고 우울해진다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때만 해도 그닥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아는 동생을 만나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 동생이 대학 때, 일본어 통역학과를 다녔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일본 영화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자기가 가장 재미있게 봤던 영화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말에 급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나의 소감은 '정말 우울해지는 영화가 맞다.'였다.

 

영화에서 이야기 전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쇼는 마츠코의 조카이다.
음악을 하겠다고 시골에서 도쿄로 와서 거의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처지이다.
사귀던 여자친구도 자기와의 사이에서 아무런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떠나버린다.

 

이런 쇼를 2년만에 찾아온 아버지는 유골함을 하나 가지고 계셨다.
아버지의 누나 그러니까 쇼의 고모가 며칠 전에 변사체로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경찰이 조사 중인데, 고모가 살던 아파트에 가서 유품을 정리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떠난다.

 

쇼가 고모의 유품을 정리하러 고모가 살던 집을 찾아가 보니, 거기는 아파트라기 보다는 낡은 2층짜리 다세대 주택이었다.
고모의 집 안은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문밖에는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는 낙서가 하나가득 써 있었다.
그리고 이웃 주민의 얘기를 들어보니 고모는 동네에서 '혐오스런 마츠코씨'로 통하고 있었다고 한다.

쇼는 있는지도 몰랐던 고모의 행적을 하나하나 찾아본다.

 

마츠코에게는 병약한 동생이 하나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약했던 동생 때문에 어린 마츠코는 아버지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어릴 때 아버지랑 백화점에서 하는 코미디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코미디언이 웃긴 얼굴 표정을 하는 것을 마츠코가 따라하자 아버지는 처음 마츠코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셨었다.
그 후로 마츠코는 아버지를 웃기기 위해서 언제나 이런 우스운 얼굴을 하곤 했다.
나중에 사회 생활을 할 때도 난감한 상황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이런 우스운 얼굴을 하기도 한다.

 

아버지에게 사랑을 못 받아서 슬프긴 했지만 밝게 자란 마츠코는 교사가 된다.

아이들을 인솔해 수학여행을 간 날, 마츠코 인생에 큰 전환점이 생기는 일이 일어난다.
숙소 매점에 도난 사건이 일어났는데, 마츠코네 반 류라는 학생이 짓이었다.
주임 교사의 추궁에 자기가 학생을 설득해 반성하게 하겠다고 했지만, 류는 끝까지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데 이상하게 일이 꼬여서 마츠코는 교사들에게도 찍히고 학생에게도 이용을 당한다.
이 일로 충격을 받은 마츠코는 학교도 그만두고, 집도 나가게 된다.

그 이후의 마츠코의 인생은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꼬여도 되나 싶을 정도로 꼬인다.
소설가와 사랑을 하지만 그는 마츠코가 보는 앞에서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고,
그 소설가의 라이벌이었던 다른 소설가에게는 이용당하고,
불법 마사지 업소에 취직했다가 물주를 살해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갇혀서 살다가 미용을 배워 미용사가 되고,
수학여행 때 도난 사건을 일으켰던 학생이 어른이 되어 찾아와 '선생님을 좋아해서 그랬다.'는 말을 듣고 다시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53세의 나이에 강가에서 변사체로 발견이 된 것이다.


영화는 보기 버거울 정도로 한 여자의 인생이 마구마구 꼬여있다.
마츠코는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 보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매번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분주할 정도로 열심히 그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그녀가 말년에는 동네사람들에게 '혐오스런 마츠코씨'라고 불리울 정도로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놔버렸다.
동네 사람들과 말도 않고, 매일 먹고 먹던 거 그대로 방치한 방에서 자고, 또 먹고 또 쓰레기를 쌓아둔다.
그녀가 완전히 삶을 놓아버리고 손가락질을 받으며 그냥 막 살아버리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도시는 어쩐지 잘 모르겠지만, 전에 시골에 살 때도 그랬고, 지금 제주도에 살 때도 그랬다.
동네에 정신줄을 놓고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 지금 우리집 근처 동문시장에서 자연사 박물관 일대를 돌아다니는 아주머니가 한분 계신다.
언제나 누구를 향해서 큰소리로 욕을 하면서 잠시도 중얼거림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해꼬지를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냥 누군가 알 수 없는 그 사람에게 심한 욕을 마구 마구 하면서 거리를 돌아다니신다.

가끔 산책을 나가면 그 아주머니를 길에서 마주칠 때가 있다.
처음에는 좀 무섭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런 분들은 절대로 다른 사람과 접촉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궁금했다.
그 아주머니가 살면서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을까?
그리고 주변에서 누가 그 아주머니를 도와줄 사람은 없을까?
아마도 정신줄을 놓으신 거 같은데, 이대로 이 아주머니의 인생은 끝난 것일까?

이번에 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면서, 그 아주머니가 더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확실히 이 영화는 그래서 보면 답답하고 우울해지는 영화가 맞는 것 같다.

다음 영화는 좀 재미있는 걸 봐야겠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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