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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하면 왠지 좀 지루하고, 감동이 없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보는 즐거움과 함께 예술의 위대함에 큰 감동을 받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이타미 준'...
어째 이름만 들어서는 일본이름이라 경계심이 생겼다.
하지만 그는 일본 사람이 아니라 재일 교포이며 건축가인 사람이었다.
본명은 유동룡으로 그는 그 이름으로 일본에서 살았다고 한다.
건축 사무소를 차리고 영업을 위해 가명으로 선택한 것이 '이타미 준'이라고 한다.
1937년에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도시대학의 건축학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한국말은 쉬운 말만 할 줄 알고 거의 일본말만 한다.
그리고 그는 1968년 한국에 와서 한국의 건축 양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건축학과를 졸업해서 건축사 사무소를 차리고 일을 시작했지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크게 일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 그의 첫 의뢰인은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집을 일본에 지어 주었는데, 어머니는 아무런 요구사항 없이 그가 하고 싶은대로 집을 지어 보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어머니에게 지어준 집은 사람들 말에 의하면 마치 UFO같았다고 한다.
지금 봐도 최첨단 디자인의 집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 그는 일본에 인상깊은 건축물을 많이 지었다.
Trunk라는 클럽을 지을 때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이 재건축할 때 나온 벽돌을 모두 가져다가 지었다고 하고, 어떤 음식점을 지을 때는 바다에 침몰한 배를 인양해 그 목조를 이용해 지었다고 한다. 또 어떤 집은 폭은 좁고 길이는 길게 지어졌는데, 더 특징적인 것은 안에 모든 색이 검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먹의 집'이다.
벚나무와 대나무의 푸른색이 너무 잘 어울리는 이 집의 이름은 '먹의 공간'이다.
세월이 흘러 대나무가 검게 변할 것을 생각해서 지어진 집이었던 것이다.
돌로만 지었다는 '석채의 교회'는 그 형태가 견고해보이지만 남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 이타미 준의 큰딸이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특색있는 그의 건축 세계는 한국에 와서도 그 진가를 발휘했다.
한국적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긴 온양에 있는 도서관은 정말 멋졌다. 저런 곳이라면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종일 책을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리고 경주에 있는 이 건축물은 이타미 준이 디자인 엑스포에 냈던 디자인이었는데, 그걸 도용해서 만들어 법적 소송까지 갔던 것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바닥에 보이지 않게 이타이 준의 디자인임을 설명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는 한다.
이런 그가 진짜로 유명해진 것은 바로 그가 지은 제주도에 있는 많은 건축물 때문이다.
내가 제주도에 살면서 아직 보지 못한 건축물들이지만 이 영화를 계기로 언제 한번 탐방을 다녀볼 생각이다.
풍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에는 그림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 자체가 '바람'을 표현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허허벌판에 마치 창고처럼 지어진 이 건축물은 바람을 감상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벽이 이렇게 바람이 들어올 수 있게 다 뚫려 있어서.
겨울이면 바람이 몰고온 눈이 건물 안에 이렇게 쌓인다.
물론 그 안에서는 사계절 다르게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를 가만히 감상할 수 있다.
수 미술관.
하늘에서 보면 이렇게 동그라미가 선명하다.
그 뚫린 곳에 마치 거울처럼 넓은 인공 연못이 있다.
자연 채광으로 이렇게 물고기 모양의 그림자가 생기기도 하는 뻥 뚫린 공간이 그 동그라미 안에 존재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커다란 동그라미 안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거울같이 잔잔한 인공 연못에 떨어지면서 소란스런 빗소리를 자아내고, 빗방울이 만드는 포말과 파동은 또다른 감상거리가 된다.
석 미술관.
여기는 예술적인 돌 조각상들이 조금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중앙에는 이렇게 반짝이는 검은 돌이 있고, 하늘에 이상하게 뚫려 있는 창으로 비치는 햇살은 마치 하트 모양을 연상하게 한다.
방주 교회.
마치 노아의 방주를 연상할 수 있게 만든 교회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교회는 이타미 준의 큰 딸과 함께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매일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아버지 때문에 수없이 설계와 작업을 변경해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정말 딸이니까 할 수 있는 동업이었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교회는 지금도 엄청 유명한 건축물로 남아 있다고 하니, 그의 샘솟는 아이디어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이리라.
풍, 수, 석 미술관과 방주교회는 모두 제주도에 있는 건축물이다.
그 중 이타미 준을 일약 스타 건축가로 만들어 준 것은 바로 '포도 호텔'이다.
위에서 보면 마치 포도 송이 같다고 해서 '포도 호텔'이라고 한다고 한다.
마치 제주도의 오름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호텔임에도 단층으로 되어 있는 것도 특색있다.
호텔 곳곳의 모습이 제주의 자연과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있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건축물에서 명화의 향기를 느꼈다.
건축물 하나하나가 작가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지금껏 없었던 특색이 너무 튀지 않게 예술적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타미 준은 일본에서는 조선인으로 취급받고, 한국에서는 일본인으로 취급받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언제나 이방인처럼 살아야 했던 그였지만,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한국의 정서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제주도로 이주해 오기 전, 이타미 준의 '포도 호텔'에 한번 가보려고 했던 적이 있다.
제주까지 왔었는데, 하룻밤 자는 숙박비가 너무 비쌌다.
그것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저런 장애로 소원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이번 영화를 보고 그의 다른 작품은 꼭 찾아가서 감상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게 됐다.
이타이 준은 후지산과 바다를 보고 자랐고,
제주의 한라산과 바다에 감흥받아 제주에 많은 흔적을 남겼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해 보고 싶다면 이야기가 있는 '이타미 준의 바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봐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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