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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말복이다.
며칠째 절대로 집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없을 것 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겨우 주먹만한 닭이 들어간 삼계탕을 비싼 돈을 주고 먹기에서도 열 오르는 요즘이다.

난 시중에서 파는 삼계탕이 잘 맞지 않는다.
언제나 맛있게 삼계탕을 먹고 나면 설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집에서 삼계탕을 끓여 먹기로 했다.
아니지.. 나는 삼을 좋아하지 않아 삼을 넣지 않았으니 그냥 "계탕"인가?
아무튼 닭백숙과 닭죽을 해먹기로 했다.

정말로 저렴하게 그리고 간단하게 집에서 제대로 초복 음식을 해 먹는 방법이다.

우선 닭고기를 산다.
전에도 여러번 들었는데, 제주도 닭고기가 맛있다고 한다.
섬이라 돼지고기든 닭고기든 고기의 유통이 자유롭지 않고, 자체적으로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아직 내가 실감은 해보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제주 생닭이 잡내가 훨씬 덜하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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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엉덩이에 찍힌 도장이 제주닭임을 증명해 준다는데, 뭐 그냥 도장이다.
마트 아주머니가 우리 둘이면 요만한 거 하나면 충분하다고 하시며 오늘 들어온 싱싱한 닭으로 주셔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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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닭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특히 속까지 잘 씻어주어야 작은 잡내도 모두 잡을 수 있다.
난 삼계탕을 끓이는 것이 아니므로 큰 냄비(닭이 푹 잠기고도 남을)에 닭의 부피의 서배 정도의 물을 넣고 잘 씻은 닭을 넣고 통마늘 20개와 통후추 20알을 넣고 끓인다.

끓는 동안 닭죽을 끓일 재료를 준비한다.
닭죽 재료도 아주 간단하다.

양파 반개, 당근 반개, 애호박 반개, 표고버섯 4개를 준비한다.
이걸 다져주기만 하면 준비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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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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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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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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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버섯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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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진 모든 재료는 각각의 그릇에 담아 둔다.
요런 컷 하나가 왠지 요리 쫌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컷이다.^^
하지만 꼭 폼으로 이렇게 따로 담아두는 것은 아니다.
작은 습관이 내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팁이 되는 것을 알아두자.

이렇게 닭죽에 들어가는 재료를 바쁜 마음 들이지 않고 즐겁게 하고 있으면 그새 닭이 끓고, 중간 불에서 계속 끓으면서 국물이 진국이 우러나와 있는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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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닭과 마늘, 후추만 넣고 끓인 거라 불순물 올라오는 것 없이 딱 닭기름과 닭육수만 나와 맑은 국물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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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죽을 끓이기 위해 다른 냄비에 참기름을 붓고 다진 야채를 먼저 볶아준다.
아까도 말했듯이 요리의 팁이다.
야채는 딱딱한 순서로 볶아야 한다.
그리고 냄비와 참기름이 약간 열을 받은 후에 넣는 것이 좋다.
그래야 기름이 야채에 골고루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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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를 넣는 순서는 당근이 처음이다. 그리고 양파, 그리고 호박, 마지막으로 표고버섯 순으로 넣으며 볶아준다.
각각의 야채를 넣는 간격은 10초 정도도 안된다.
그래도 그 순서는 완성된 요리의 질을 다르게 하므로 잘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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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기름이 야채에 스미고, 야채가 볶아지고 냄비에 늘어붙는다.
그러므로 아주 열심히 저어주며 볶다가 밑에 늘어붙으려는 낌새가 보일 때 닭국물을 한두 국자 넣어준다.
아무래도 넣을 닭국물 이때 다 넣어주면 좋겠지만, 시간차를 두고 닭국물을 넣는 것도 요리의 팁이다.
한두 국자만 넣고 야채가 좀더 익을 수 있게 끓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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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가 충분히 익으면 본격적으로 닭국물을 넣어준다.
나는 오늘 닭죽이 메인이므로 닭국물을 거의 여기에 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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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밥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냥 집에 있는 밥을 넣어도 된다.
오늘은 닭죽을 먹을 생각으로 잡곡밥을 하지 않고 그냥 흰쌀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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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거의 탕 느낌이 들 정도로 많게 잡아주어야 죽이 먹음직스럽게 끓여진다.
이 상태로 한참을 끓이면서 밑에 늘어붙지 않게 간간히 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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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정도 끓인 닭을 꺼낸다.
내 생각에는 한시간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무슨 요리든 고기에 초점을 맞추려면 짧은 시간 끓이고, 국물에 초점을 맞추려면 오래 끓여야 하는 공식이 있다.
하지만, 고기도 맛있게 먹고 국물로 닭죽도 맛있게 끓여 먹기 위해서는 한시간이 적당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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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갑 끼고 비닐 장갑을 그 위에 끼면 뜨거운 거 모르고 닭을 해체할 수 있다.
우린 닭껍데기 안 먹으니 껍질도 벗기고, 목도 분리하고, 닭날개 끝, 발모가지(?)나 내장을 감싼 닭갈비 등은 분리하여 놓는다.
우리집에 오는 들고양이는 이상하게 생선보다 고기를 좋아한다.
그러니 이렇게 우리가 안 먹는 것들은 분리하여 우리가 먹을 것과 고양이가 먹을 것을 따로 정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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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닭가슴살은 손으로 잘게 찢어서 따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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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닭죽에 넣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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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이렇게 소금과 후추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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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트 아저씨가 추천한 맥주이다.
미국산 캔맥주 다섯개와 유리잔이 하나 들어 있는 것이 만원이란다.
언제나 난 원래 상품보다 업힌 아이가 마음에 들면 무조건 산다.ㅜㅜ
다행히 남편이 맥주맛도 괜찮다고 한다.
우린 잔이 두개 필요하니 다음에 한 세트 더 사야겠다.

제주로 이사오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하기 위해 짐을 왕창 줄인 우리집에는 그릇이 다 합해도 15개가 안된다.
그 중 반은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는 그릇이다.
그릇도 늙는지 요즘 부쩍 슬쩍 충격만줘도 깨진다.
이가 나가는 정도는 그냥 쓰는데, 장렬히 반으로 딱 깨진다.ㅜㅜ
그러니 이렇게 공짜로 주는 잔에 내가 안 꽂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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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죽도 맛있게 되었다.
팁을 주자면 죽은 오래 끓이더라도 이렇게 국물이 조금 보여야 잘 끓인 죽이다.
너무 국물없이 끓이면 점점 불게 되는 죽이 먹는 도중 너무 떡처럼 되어 보기도 안 좋고, 식감도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닭국물을 많~~~~~이 넣고 끓이면 좋다.
간은 먹으면서 소금으로 한다.
절대로 죽에는 간을 해놓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사실 왠지는 모름.)

땀 뻘뻘 흘리면서 이렇게 집에서 닭백숙과 닭죽을 해서 먹었다.

그리고 다 먹고 깨달은 것 하나, 정말로 제주산 닭고기는 잡내 없이 깔끔한 닭맛만 나는 좋은 고기였다..
계란도 비린내가 훨씬 덜 난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닭고기도 고기 품질이 다르다는 것 오늘로써 인! 정!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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