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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무조건 시원한 열무김치지!!!

라는 고정관념 같은 것이 있다.
그래서 자신은 없지만 열무김치 담기에 도전해 보았다.

먼저, 엄마한테 전화해서 다년간 노하우를 장착한 엄마의 레시피를 들었다.
열무김치는 절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노하우는 붉은 고추를 갈아서 넣는 것이라고 했다.
그 외의 다른 것은 일반 배추김치 담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전화로만 들었을 때는 '열무김치 그 까이꺼!'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시장에 가서 열무를 사기 전에 먼저 다시물을 만들고 밀가루 풀을 쑤어놓고 장을 보러 나갔다.
시장보고 돌아와서 열무를 다듬고 절이고 하는 동안 다시물과 풀이 적당히 식기 때문에 장보러 가기 전에 꼭 먼저 해놓고 나가야 한다.

요즘은 열무도 이렇게 다 다듬어서 판다.
사실 나는 열무를 잘 다듬지는 못한다.
열무에 달리 저 작은 무를 잘 살려서 다듬어야 하는데, 열무 다루는 솜씨가 서툰 나는 항상 저 무를 똑 뿌러뜨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다듬어서 파니 얼마나 고마운지..

한단에 4천원인데, 세단을 사면 만원에 준다는 아주머니의 상술에 혹해서 한단이나 두단이면 되는 것을 세단을 다 사왔다.
아무래도 양이 좀 많다.

우리집에 있는 가장 큰 대야에도 넘치게 담긴다.
전에 시골에 살 때는 겨울에 김장김치도 항상 담아먹고 해서 더 큰 대야가 있었지만, 제주도로 이사오면서 다 처분하고 스텐레스로 된 것만 서너 개 챙겨왔는데, 그 중 제일 큰 것이 열무 세단이 들어가기 버겁다.ㅜㅜ

어쨌든 엄마 말대로 소금물에 열무를 담그고, 약간의 소금을 더 위에 뿌려서 절이기에 들어갔다.
내가 배추는 잘 절이는데, 아무래도 열무를 절이는 적당한 정도를 잘 모르겠다.
열무김치는 아삭한 식감이 중요하다는 것에 꽂혀서 좀 덜 절인 듯할 때 깨끗하게 씻어서 김치를 담았다.

붉은 고추도 사다가 갈아서 다시물과 풀, 마늘, 소금, 액젖 등을 넣고 열무 김치를 담았다.

김치통으로 두개나 되는 열무김치가 완성되었다.
비주얼은 아주 마음에 든다.

그러나....
아무래도 절이는 것에서 실패를 한 듯하다.
뭔가 2프로 부족한 열무김치가 되었다.

레시피의 제공자인 엄마한테 전화해서 괜시리 항의를 했다.
엄마가 뭔 잘못이랴만, 그래도 하소연할 곳은 거기밖에 없다.ㅋ
엄마의 응급처치는

그래도 익으면 웬만한 김치는 먹을 만해. 밖에 두고 좀 시도록 익혀.

였다.
새콤하게 익으니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딱 마음에 드는 맛이 아니어서 너무 아쉽다.

그리고 핵심 재료였던 붉은 고추가 좀 맛이 없었다.
맛있는 고추를 사 먹는 것이 이제는 하늘에서 별따기이다.
난, 이럴 때마다 다시 농사짓고 싶다.
열무 정도야 씨만 뿌려놓으면 여름이면 얼마든지 실컷 김치담아 먹을 수도 있을텐데.
고추도 맛있는 것으로 그때그때 밭에서 따먹고.

날씨가 점점 더워져서 시원한 열무김치로 열무김치국수를 해먹을 생각이었는데...
다음에 다시 열무 김치에 재도전을 해야할 지 말지는 아직 결정 못했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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