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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중국집이 참 많다.
전에는 시골 산속에 살고 있어서 우리집에서 가까운 중국집이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도 우리 둘이 먹기 위해서 중국 음식을 배달 시키기에 너무 먼 거리라서 언제나 가서 사먹던가 아니면 우리가 가서 포장을 해와야 했었다.
제주도에 이사올 때 우리 이사 조건은 몇가지 없었는데, 그 중에 '도시로 이사가자'라는 것이 있었다.
시골 살면서 문화적인 것을 많이 누리지 못해서 그 조건을 꼭 충족한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었다.
제주시 구제주에 있는 주택가에 이사를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아주 만족스런 선택이었다.
왠만한 곳은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 근처 맛집만 찾아다니며 이렇게 기록을 하는데도 아직도 멀었다.ㅋ
남편이랑 공원 산책을 하고 저녁을 먹으려고 주변을 돌아다녀봤다.
제주시 칼호텔 사거리에 우리가 이사올 때부터 공사를 하던 건물이 있었다.
공사가 끝나고 보니 두개의 건물이 높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중 한곳에 이렇게 큰 중국음식점이 들어왔다.
6층 정도 되는 건물에 2층과 3층을 이 중국집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since1960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랬다.
새로 올라간 건물인데, 그리고 1960년이면 엄청나게 오래된 음식점인데, 이래저래 궁금해서 점심 때 알바하면서도 짜장면을 먹었는데 또 중국집으로 가기로 했다.
분위기는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아주 깨끗하고 멋졌다.
언제나 중국집에 가면 그집이 음식을 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만의 척도가 되는 짬뽕과 짜장면을 주문한다.
그러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이 중국집이 1960년에 생겼다는데, 어디에 있던 집이에요?"
"아, 원래 이 자리에서 1960년부터 장사를 하다가 이렇게 건물을 올린 거에요."
알바생이라 자세히는 설명을 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아무튼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에 원래 있던 중국집이란다.
장사가 얼마나 잘 되었으면 이렇게 큰 건물을 올려서 이렇게 장사를 하게 되었을지 궁금했다.
그렇다면 음식도 어마어마하게 맛이 있으려나?
옆 테이블에 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같은 분이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잠시 후 그들의 아들 같은 아저씨가 와서 함께 이야기를 하는데 그들은 중국말로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화교가 제주도에 들어와 중국집을 차리며 정착했나 보다.
완전 신기했지만, 아까 그 알바생은 자세히 설명을 못하는 것 같아서 우선 음식에 집중하기로 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짜장면.
면이 탱글탱글하고 짜장 소스가 아주 맛있었다.
음식의 간이 조금 세긴 했지만, 아주 수준급의 짜장면이었다.
짬뽕.
이 녀석 때문에 우리의 고민은 깊어졌다.
이게 국물을 너무 오래 끓여서 야채가 다 물렀고, 완전 너무 짰다.
국물을 한 솥 끓여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 국물을 면에 부어주는 것 같다.
아마도 우리에게 부어준 국물은 점심 장사를 하고 남은 것 같기도 하다.ㅜㅜ
우리가 오수 5시쯤 갔으니 아직 저녁 국물은 만들지 않아서였을까?
아무튼 재료는 좋은 것이 많이 들어갔지만, 이렇게 끓여놓은 국물을 부어주는 짬뽕을 팔다니...
요즘 대부분의 중국집에서는 재료를 바로 넣고 끓여주는 곳이 많은데....
이집 짜장면이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또 오고 싶다가도 짬뽕이 너무 심해서 다음에 또 올지 말지 고민된다.
아마도 불가피하게 다시 오게 된다면 짬뽕은 고추짬뽕이나 삼선짬뽕 같은 비싼 짬뽕을 먹어야 할 것 같다.
나오면서 카운터에 좀더 주인 같은 분이 계시길래 다시 이것 저것을 물었다.
원래 주인은 화교였다고 한다.
화교였던 원 주인의 아들이 아까 우리 옆 테이블에 있던 할아버지란다.
그리고 그 아들이 있단다.
3대에 걸쳐서 한 자리에서 중국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장사가 잘 되어서 이렇게 건물도 올린 것 같다.
그래서 짬뽕이 너무 쫄아서 짜다고 말해주었다.
새로 건물도 올렸는데 앞으로도 장사가 잘 되길 바래서이다.
가능한 진상 손님처럼 보이지 않게 부드럽게 말하느라 엄청 노력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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