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영화 제목이 완전 적나라하다.
'레이닝 스톤'은 영국의 속담 같은 거라는데, 삶이 고될 때 영국 사람들은 '돌이 비처럼 쏟아진다.'고 한단다.
이 영화는 영국이 심각한 경기 불황으로 대부분의 성인 남자들이 실직하던 때의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아주 오래된 영화이다.
지난 번에 봤던 '나, 다니엘 블레이크'도 마지막 장면에서 실직자의 처참한 최후를 본 것 같아 충격이 컸는데, 이 영화는 더 열악한 상황을 전개하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어쩌면' 현명한 결론을 내려주었다는 점이다.

 

주인공 밥과 친구 토미는 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둘다 실직자이다.
둘다 그날그날 일자리를 구해서 있으면 일을 하고 없으면 그저 일자리만 구하러 다니는 것이 일과이다.
그들은 산에서 방목해서 기르는 양을 몰래 잡아다가 정육점 친구에게 부탁해 도살을 하고 그걸 식당이나 술집에 가서 팔고 있었다.

 

양고기가 잘 팔리지도 않았지만 더 안 좋은 일은 그들이 양고기를 팔러 식당에 들어간 사이 밥의 차를 누가 훔쳐갔다.
세금도 거의 내지 않고 있던 차였으므로 도난을 당했지만 신고도 할 수 없는 처지이다.

 

밥에게는 콜린이라는 예쁜 딸이 있었는데, 곧 딸의 성찬식이 성당에서 있을 예정이다.
성찬식은 독실한 신자인 밥에게는 너무나 의미있는 행사였다.
그래서 딸이 성찬식 때 입을 하얀 드레스와 구두, 모자 등을 새것으로 사서 입히고 멋진 성찬식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돈을 더 벌어야 했다.

 

밥은 장인어른에게 가서 배수관을 뚫는 도구를 빌려와 그것을 들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일을 구한다.
아무리 다녀도 밥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독신한 신자인 밥은 성당의 배수관을 무료로 뚫어주었다. 그러다 도구가 고장나서 오물을 뒤집어 쓰기도 했지만...

 

클럽에서 일하게 된 날 친구 토미의 딸이 마약을 거래하는 것을 보고 참견했다가 싸움이 나서 그 자리에서 일자리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친구 토미가 알아온 일자리가 있어서 커다란 트럭을 타고 갔는데,

 

남의 집 잔디를 몰래 걷어서 내다파는 일이었다. 그러니 이 일도 오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차가 있어야 일자리를 얻기 수월하므로 할부로 갚기로 하고 중고차를 하나 구입한다.

 

헌옷을 빌려 입을 수 있다는 아내와 성당 신부님의 권유를 마다하고 거금을 들여 딸의 하얀 드레스를 사주었다.
아내에게는 경마에서 돈을 땄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대출을 받은 것이다.

 

대출을 제때에 갚지 못하자, 자기의 빚이 사채업자에게 넘겨져 폭력배가 집에 찾아와 아내를 협박하고 결혼반지도 뺏어가고 다시 오겠다고 하며 돌아갔다. 그것도 밥이 없어 아내와 어린 딸만 있는 집에....

밥은 여기저기 빌린 돈은 많아지고, 일자리는 탐탁한 것이 없고, 사채업자의 협박은 물불 안가리는...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경기 불황으로 대부분의 성인 남자가 실직자로 전락한 상황에 놓인 과거 영국의 사회 현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 켄 로치의 노동자를 위한 영화이다.
주인공 밥의 사정이 끝간데 없이 나빠지는 현상을 보니, 영화의 제목처럼 정말로 하늘에서 돌이 비처럼 내리는 듯했다.
피할 수도 없고, 한번 맞으면 치명적으로 상처를 줄 것이 뻔한 돌비이다.

삶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 중에 특히 일반 사람의 경우는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오늘 아는 사람이 기사를 하나 링크해서 보내 주었는데,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초등학생 자녀가 함께 동반 자살을 한 기사였다.
그간 이와 유사한 기사를 많이 봐왔던 터라, '에고, 그 엄마 참 독하다.'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이 돌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구원을 받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언덕이 우리 사회에 많이 생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저 그런 생각밖에 할 수 없는 내가 좀 나약해 보이기도 했다.

오래된 필름같은 '레이닝 스톤'을 보고, 우리의 아픈 사연들도 지나간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부질 없이 해보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