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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독립영화를 한편 보았다.
지난 번에 봤던 '우리들'이란 영화의 감독인 윤가은 감독이 만든 '우리집'이란 영화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우리들'에 나왔던 배우들이 까메오로 출연을 한다.
특히 명대사를 날렸던 윤이도 깜짝 출연을 한다.ㅋ

 

하나는 아주 평범한 아이이다. 학교에서도 아주 조용한 아이이지만 마음씨가 착해서 선행상을 받기도 한다.
하나는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이 레시피를 정리해서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단란히 앉아 먹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언제나 바쁜 엄마는 매일 야근이고 어쩌다 집에 일찍 오는 날도 식탁에 앉아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쁘다.

 

아빠는 또다른 이유로 바쁘다. 매일 회식에 참석을 하고 오느라 언제나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온다.

하나네 엄마와 아빠는 서로 바빠서 함께 있는 시간도 적지만 만나기만 하면 언성을 높이며 싸운다.

 

하나에게는 오빠가 있지만, 오빠는 사춘기라서 가족과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하고 하나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걸면 짜증만 낸다.

 

뿔뿔이 흩어져서 살고 있는 듯한 하나의 가족과 달리 길에서 만난 아이들은 가족과 여행도 가고 아주 행복해 보인다.

 

어느 날, 하나는 그렇게 행복해 보이던 아이들이 둘이서만 마트며 놀이터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마치 부모없는 아이들처럼 작은 두 아이가 서로 의지하며 다니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오유미와 오유진이라는 아이이다.
아마도 하나는 자기 가족도 옛날에는 여행도 다니고 웃음도 많은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이 아이들에게도 뭔가 불행한 일이 닥쳐서 이렇게 외롭게 다니는 것이 아닌지 하는 걱정을 하게 된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매일 말다툼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기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오빠 때문에 걱정이 많은 하나에게 더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엄마는 독일로 발령을 내 달라고 신청을 해놓은 상태고, 아빠의 핸드폰으로는 자꾸 낯선 여자에게 전화가 온다.
위기를 느낀 하나는 아빠의 핸드폰을 감춘 상자를 들고 집을 나선다.
아이의 생각에 핸드폰이 없으면 낯선 여자와 아빠가 연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유진이가 상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나서 뭔가를 하려고 뛰어다니는 유미를 본 하나는 함께 유미네 집으로 간다.
유진이의 손을 따주어 체한 것을 내려주고 안정을 시켜준다.

 

그렇게 세 아이는 친 자매처럼 친해져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하나에게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엄마 아빠가 심하게 싸우고나서 둘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함께 가족여행을 갈 것처럼 말했던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한다니 가족여행은 커녕 이제 함께 살 수도 없을 듯하다.

 

유미네 부모님들은 집짓는 일을 하고 계셔서 지금은 지방에 내려가서 일을 하고 계신단다.
그래서 유미와 유진이만 집에서 지내고 있던 것이었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가 유미네 집을 내놓는다고 한다.
어른들끼리는 다 이야기가 된 것처럼 말하면서...

하나는 유미의 사정을 듣고 유미 자매와 함께 유미의 집을 지키기로 의기투합한다.
유미는 그들의 집을 지킬 수 있을까?
또한 하나는 자꾸만 불행해지고 있는 자기의 집을 지킬 수 있을까?
아이들의 내집 지키기 작전은 계획대로 잘 진행될까?


독립영화의 특성상 영화가 화려하지는 않다.
동네 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하듯이 작은 동선을 카메라가 쫓아가고 있다.
그리고 화려한 대사도 없어서 아이들만의 미숙한 대화법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상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른인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의 행동을 속시원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아마도 적나라하게 설명해 주지 않아서 보이는 대로 아이들을 이해해 보라는 감독의 의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엄마 아빠가 말다툼을 하면 엄청 속이 상하고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불안하곤 했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렇게 말다툼을 하시고도 반평생을 자식과 함께 가정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요즘은 이혼율이 높아져서 부모가 매일 말다툼을 하면 가정이 파탄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아이들이 가질 것도 같다.
그리고 나도 어릴 때는 뭔가 혼자서 꼼지락꼼지락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짱구를 돌려서 뭔가 해보지만 태반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는 세상일이 이해되는 것보다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 훨씬 많았으니까...

그래도 이제 어른이 되어서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세상 걱정 다 안고 있는 듯한 하나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걱정마. 어른들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인생을 사는 건 아니야.
너는 아이니까, 아이답게 너의 일에만 신경 쓰며 살아도 돼.
신나게 놀고, 야심차게 꿈꾸고, 할수 있는 만큼 공부하고, 적당히 말썽부리면서.
그냥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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