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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가 정말로 쓰고 싶었던 여행 영화 리뷰를 쓰게 되었다. 바로 '나의 산티아고'이다.
나에게 산티아고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산티아고 여행은 태어나서 가장 힘들지만 가장 값진 여행이었고, 그 찬란한 기록을 여행기로 써두었고, 죽기 전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영화 '나의 산티아고'는 산티아고 여행을 다녀와서 본 영화였다.
그때도 몸이 들썩들썩 할 정도로 공감가고 마음이 동했던 그런 영화였다.
이번에 리뷰를 쓰려고 다시 본 영화는 그리움 덩어리로 가득가득 차 있었다.
아, 산티아고에 또 가고 싶다~~앙
주인공 한스 피터는 어려서부터 신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신이 정말 있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다른 사람을 웃기는 자기의 재능을 발견하고 코메디언이 되고, 정신없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느라 그런 질문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그는 자기의 일을 좋아했고 그래서 열심히 몸을 사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대에서 앙코르 공연을 하던 그는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병원에서 '무조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세요. 그렇지 않으면 죽습니다.'라는 진단을 받았다.
집에 있는 고양이와 쇼파에 앉아서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세상 어려운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었다.
그러다 번뜩 어린 시절 의문을 가지고 있던 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친구에게 산티아고 책을 던져주며 폭탄선언을 한다.
나 이제 떠날거야.
친구들에겐 이 말만 남기고 길을 떠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례길을 다 걸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죄를 다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해 걷는다고 하는데, 한스는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찾으려고 걸어 보기로 한다.
그리고 프랑스 생장에 도착한 한스의 눈빛은 뭔가 기대에 차 있다. 정말 무언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눈빛이다.
하지만 첫날 순례자들의 숙소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여러 사람이 한 방에서 2층 침대에 자는 알베르게라는 숙소는 정말로 사람으로 북적인다.
한스의 윗층에 누운 사람은 몸무게가 무거운 사람인 듯하다. 침대가 움푹 내려와 한스의 배에 닿을 것 같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걸터 앉아 있고 시끌시끌하다.
그래도 다음날 한스는 산티아고길의 상징인 노란 화살표를 따라 드디어 순례길에 오른다. 생장에서 시작한 순례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한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 알라까지 찾게 되는 험난한 길이다.
한스는 페레네 산맥을 넘는 도중 발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더는 걷지 못할 거 같았을 것이다.
보통은 다들 발에 물집 서너개는 기본으로 생긴 상태로 걷는데, 한스는 그게 적응이 안 되었다.
그래서 덩치에 안 어울리는 양을 싣고 가는 작은 트럭을 히치 하이킹해서 타고 간다. 이건 엄연한 반칙이다.ㅋ
다음날도 여전히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완전 반칙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걷기로 한다.
그러자 그림같이 멋진 풍경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한스는 이 길에서 찾으려는 신을 찾을 수 있을지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신을 찾으려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람들과 어울려 친구가 되려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한스는 점점 외로워졌다.
어느날은 혼자서 무더위 속에서 걷다가 겨우 찾은 집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헛것같은 것이 보이는지 짐도 짊어지지 않은 할아버지가 도인같은 말만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갑자기 혼자 길에 버려진 느낌이 들었을까?
한스는 갑자기 어린애처럼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한참을 울고 난 후, 그는 이제 순례길을 그만 두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한스가 순례길에서 마음을 주던 길 동무가 있었는데, 그들과 다시 만나게 되고 혼자서 깨달은 바가 있어서 다시 순례를 마무리하기로 한다.
그리고 도착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를 다 마쳤다는 증명서를 받는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2년전 남편과 한달 동안 걸었던 순례길이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우린 한스처럼 많이 힘들고 외롭진 않았었다.
처음 일주일만 육체적으로 힘들고 나머지는 하루하루가 신나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순례길을 혼자서 걷는다면 인간의 한계를 느끼고 의지할 곳을 찾다가 외롭고 슬퍼질 것이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산티아고를 걸을 것을 권할 때, 항상 동행이 있는 것이 좋다고 말해준다.
영화 속 장면장면에서 추억이 다시 되살아 나서도 좋았지만, 우리가 가보지 못한 피레네 산맥 넘는 것을 본 것과 마지막 산티아고 성당에서의 향로 미사를 참여하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산티아고를 가본 사람이나 산티아고를 가보지 않는 사람, 모두 이 영화를 보면 여행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 나는 그런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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