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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학원에서 알게 된 영희 언니는 제주에서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고 계신다.
십여년 전에 제주로 이주해 오셔서, 계속 공방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다.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하셨다니 언니의 내공을 물으면 입 아프다.

공방은 제주시의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조용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마당에 귤나무가 많이 있는 아주 멋진 곳이었다.

일부러 주말에 시간을 내서 제빵 동기들과 함께 영희 언니네 공방을 방문했다.

영희 언니의 배려로 공방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언니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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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양의 병들과 언니가 직접 만든 조각보도 벽에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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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주로 작은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릇 하나하나가 아이디어가 샘솟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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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거형 화분, 디퓨저까지 없는 게 없다.

우리가 영희 언니네 공방을 찾은 이유는 도자기로 빵도마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영희 언니가 직접 만들어 써보니 아주 좋다고 언제 공방에 와서 만들어들 가라고 하신게 계기가 되어 모인 것이다.

자, 공방 구경도 끝났고, 수다도 어느 정도 떨었으니 작업시작해 보자구요~

우선 도마를 만들기 위한 흙이 필요하다. 흙은 반죽이 되어 있는 상품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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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토라는 흙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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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을 벗기면 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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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도마 만들 만큼 나누는데, 가는 줄로 스윽하고 자른다. 사진을 잘 보면 줄이 지나간 자리에 금이 가 있다.

이렇게 자른 흙을 작업 테이블에 놓고 밀대로 밀어준다.
도마의 두께를 일정하게 하기 위해 밀대가 지나가는 양 옆에 나무판을 댄다.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다. 뭐든 직접 가서 배워야 팁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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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반죽을 부드럽게 밀고 뒤집어 밀고 돌려 밀고 하면서 도마 모양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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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째 제빵학원 수업의 연장 같다. 반죽을 밀대로 밀어펴다니ㅋㅋㅋ

이렇게 밀어펴기를 해서 어느 정도 도마 사이즈가 나오면 도자기 공방의 마스코트 물레(이게 물레 맞나?)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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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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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반 모양의 나무 판에 민 흙을 올리고 물레에 얹어준다. 꽤 얇아진 흙반죽을 영희 언니는 능숙하게 다루신다. 우린 뭉개질까 갈라질까 떨어질까 조마조마해 손 떨며 겨우겨우 만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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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도마 테두리와 손잡이 부분의 테두리를 그린다. 혹시 그리다 잘못되면 간단히 손으로 슬슬 지우면 된다. 원래는 테두리를 그리고 그린 모양대로 잘라낸다는데, 우리는 제빵사 지망생들이라 반죽을 잘 밀었는지 잘라낼 부분이 별로 없어서, 밀린 모양을 살려 그냥 도마를 만들기로 했다. 손잡이 부분만 모양을 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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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두리를 스폰지에 물을 묻혔다가 쪽 짠 후, 살살 문질러주어 부드럽게 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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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각종 모양이 있는 도구로 무늬를 찍어준다. 과감히 찍어야 모양도 깔끔히 나오고 예쁘다는데, 우리는 힘조절에 약간 실패했다.

이렇게 앞뒤로 무늬를 찍어준 후, 손잡이 부문에 구멍을 동그란 깍지를 이용해 내준다. 사진이 없는데, 간단하게 구움과자를 찍어내듯 동그랗게 찍어내면 된다.

우리들은 어린 아이가 된양 다양한 모양을 도마에 음각, 양각으로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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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도마 - 난 물고기가 도마 위에 헤엄쳐 다니는 것처럼 양각으로 찍었다. 원래 물고기만 찍고 싶었는데, 힘조절에 실패해 옆에 룰러 자국이 조금 나서 영희 언니가 나뭇잎 모양을 찍어 보정해 주셨다. 심플한 모양을 만들려고 했던 내 의도는 산산히 부서졌다.ㅜ 손잡이는 전체적으로 파렛트 모양으로 잡아서 구멍만 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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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씨 도마 - 하트하트한 도마를 만들었다. 손잡이는 흙을 덧대서 만들었다. 정아씨는 그 손잡이가 혹시 똑 떨어져버릴까봐 계속 노심초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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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화씨 도마 - 고사리잎이 잔잔히 들어간 모양을 찍었다. 고사리 모양이 너무 예쁘다고 투머치하게 찍었다며 너무 재밌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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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현씨 도마 - 언제나 얌전하고 소녀같은 가현씨는 역시 소녀소녀하게 무늬를 찍었다. 작고 귀여운 모양도 군데군데 찍어주어 더욱 아기자기하다.

내 평생 도자기를 만들어 볼 줄은 몰랐다.
'사랑과 영혼'에서 나오는 것처럼 물레를 돌리는 작업은 아니었지만 흙을 다루고 모양을 만드는 과정이 어릴 때 찰흙으로 조물딱거리던 기억도 소환되고, 왠지 그릇을 만드는 장인 체험도 한 것 같고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다.
각자 자기의 도마에 입힐 색을 선택해 언니에게 알려주고 이제 완성품만 기다리면 된다.

아무튼 도마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한시간 남짓에 작업은 끝났으니까.

이제 영희 언니가 가마에 초벌구이들을 넣는 날 우리 도마를 구워주신다고 했다.
가마에 불을 지피는 것은 어느 정도 작품이 있어야 한다니 좀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구워져 나온 날 우린 다시 만나 그때는 고기도 구워먹으며 놀기로 했다.
얼른 도마가 구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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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옆 가마가 있는 곳에는 초벌구이를 끝낸 예쁜 작품들이 다음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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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영희 언니가 우리에게 하나씩 선물한 비누받침이다. 너무 예뻐서 어떻게 비누받침으로 써~ㅠㅠ
난 이 아이를 구운김을 놓고 먹는 반찬 그릇으로 쓰기로 했다. 구운 김이 아주 호강을 한다^^

이렇게 만든 빵도마를 오늘 찾아왔다.

경화씨꺼

가연씨꺼

정아씨꺼, 손잡이가 떨어질까봐 걱정하더니... 구울 때 손잡이가 똑 부러졌단다. 그래서 응급조치로 붙였단다.

그리고 내꺼. 물고기가 물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잘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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