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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소개받은 유재필 작가의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해 손에 넣었다.
기대된다.

우리의 삶은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잔혹한 링이다. 링 위에 한번 오른 이상 죽기 전까지 절대 내려올 수 없다. 반드시 삶이라는 링 위에서 죽어야만 한다. 링 위에 오른 순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인생의 어딘가에 자신의 숨통을 끊을 단 한 방의 매서운 카운터 펀치가 예고되어 있다.

-너무나 확실한 사실이라서 더 실감난다. 음… 유재필 작가의 글 스타일도 꽤나 마음에 든다는 생각이 책을 읽기 시작한지 두어 페이지에서 들게한 문장이다.

그저 나는 최대한 단순하게 살고 싶은 바람이다. 진심으로 기뻐서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의 결혼식장을 찾고 싶고, 진심으로 슬퍼서 위로해주고 싶은 사람의 장례식장을 찾고 싶은, 단지 그거다.

-나도 살면서 다른 사람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 가는 걸 매우 꺼려한다. 내 결혼식에도 나는 결혼식을 즈음해서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에게만 연락을 해 초대를 했다. 내가 죽더라도 죽기 전 일년 사이에 알고 지내는 사람 정도만 장례식에 와주었으면 한다.
난 누군가의 생일에 초대되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그리고 누구든 가족이 아닌 사람이 내 생일에 관심 갖는 걸 유난히 싫어한다. 집들이? 이런 건 끔찍하게 싫다. 남이건 나건.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 내가 지극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글을 보고 동질감을 느껴 마음이 편안해졌다.

30대에 들어선 지금 괜히 기분 탓인지… 뭔가 오줌도 ‘졸졸졸’거리는 것 같고, 그와 함께 내 청춘도 점점 ‘졸졸졸’하고 사그라지고, 움츠러드는 듯한 그런 서글픈 기분이다.

-이런… 겨우 30대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앞으로 40대, 50대, 60대를 어찌 살려고. 요즘같은 시대에 70대가 넘으면… 30대는 ‘졸졸졸’이 아니라 ‘팔팔’한 나이이다. 30대에는 절대로 이런 생각을 할 나이가 아니다.

핸드폰 액정에서 4시 44분을 봐도 조금의 찝찝함이 없을까.

-푸하하하. 나 말고 이런 사람이 또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왠지 핸드폰 액정에서 4시 44분을 봐버리면 묘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상하게 최근에 아주 자주 4시 44분에 핸드폰 액정을 보곤 했다. 마치 알람이라도 울린 것처럼.
책을 읽다가 44페이지나 66페이지에 눈이 딱 가는 것도 꺼림찍하다. 잘 읽다가 왜 44페이지나 66페이지가 되면 페이지를 확인하게 되는 걸까?
어릴 적에 나도 빨간색으로 당당히 이름을 썼던 적이 있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나약해지는지 지금은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는 게 꺼림찍하다. 이런 기분들은 도대체 뭘까? 왜 사람은 미신에 이끌리는 걸까?
미신이란 정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 가지고 사는데 꺼림찍한 마음만 들게 해 불편하기만 한 것인 듯하다.

책 마지막에 작가의 프로필이 나왔다.
1985년 생이란다.
책 곳곳에 꽤나 나이가 든 것처럼 글을 써서 책 읽는 내내 그의 나이가 궁금했는데, 다행히도 마지막에 프로필을 적어두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난 후련함 보다 그의 나이를 안 후련함이 더 크다.
그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책이 끝난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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