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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찬밥이 남은 것이 너무 많아 누릉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연탄불에 밥을 하던 때도 있었다.

이런 부엌을 사용할 때, 엄마들은 연탄불을 꺼트리지 않아야 하는 사명이 있다.

우리 엄마도 가끔 외출을 하실 때면 집에 있는 우리에게 "몇시에 연탄불을 갈아라."라는 특명을 주시고 외출을 하셨다.

근데 가끔은 놀다가 그 시간을 놓쳐서 연탄불을 꺼트려 먹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집에 돌아온 엄마는 우리는 혼내는 것은 건성으로 입으로만 하시고 부랴부랴 연탄불을 다시 살리셨다.

그때는 번개탄 같은 것도 없이 그냥 신문지를 뭉쳐서 연탄불을 살렸던 것 같다.

오래된 일이라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혼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빨리 연탄불을 살려 저녁 밥을 하셔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연탄불에 밥을 하려면 일반 솥이니 냄비에 밥을 하게 되는데 이것도 엄청난 노하우가 있어야 잘 할 수 있다.

우선 밥을 안치고 밥이 끓어서 넘치면 불을 줄여야 하는데, 연탄불은 줄일 수가 없다.

이때 쓰이는 것이 연탄집게이다.

연탄집게를 아궁이에 비스듬히 얹어 놓고 솥을 그 위에 올려 두는 것이다.

이렇게 해 놓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정도 밥에 물이 없어지고 밥 익는 냄새가 나면 냄비를 아궁이에서 꺼내 부뚜막에 올려놓고 좀더 뜸을 들여야 한다.

이렇게 연탄불에 밥을 하는 건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댓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구수한 '누릉지'이다.


요즘처럼 전기 밥솥에 밥을 하면 누릉지가 생기지 않는다.

누릉지가 없으니 숭늉도 먹을 수 없다.

하지만 구수한 누릉지와 숭늉의 맛을 못 잊는 사람들은 마트에 가서 누릉지를 사다가 먹기도 한다.


밥을 하면 부수적으로 생기는 누릉지를 일부러 만들어 먹으려면 후라이팬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옆에서 지키고 불 조절도 해야하기 때문에 그닥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후라이팬에 찬밥을 얇게 펴준다.


숟가락에 밥알이 자꾸 붙어서 잘 펴지지 않는다.



그러면 옆에 냉수를 준비해 두었다가 숟가락을 적셔주면서 밥을 잘 펴준다.



깔끔하게 잘 펴졌다.

우선 센불에서 밥을 눌러준다.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물기가 날라가고, 조금 지나면 타닥타닥 소리가 난다.

후라이팬을 빙빙 돌려서 밥이 후라이팬에 달라붙지 않고 떨어지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나서 중불로 낮춰주고 6분 정도 더 눌러주면 어느 정도 밥이 눌러진다.



가에가 조금 들리는 듯한 느낌이 나고 고소한 냄새도 나면 뒤집개로 누릉지를 뒤집어준다.



적당히 눌러진 누릉지이다.

다음에는 불을 조금 더 약하게 하고 대략 12분 정도를 더 눌러준다.



뒤쪽도 어느 정도 노릇노릇하게 눌렀다.



처음에 만든 누릉지는 이렇게 접시에 두었더니 금방 다시 눅눅해진다.



이렇게 채망에 두고 식혀야 눅눅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앞에 사진에서 보다는 중간중간에 구멍이 더 보일 정도로 얇게 밥을 펴주는 것이 더 바삭한 누릉지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 놓는 누릉지를 비닐 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넣어두면 언제든지 꺼내서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 누른밥을 만들어 먹고, 숭늉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찬밥 한그릇이면 누릉지를 대여섯 장 만들 수 있지만, 시간이 너무 걸린다.

너무 맛있지만 이렇게 해먹기는 좀 어려울 듯하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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