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제주목관아 앞에 행사 진행하는 측과 제주도민들이 다들 모였다.
나도 관중석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어디 뭐 재미있는 거 하나 보자.'하는 심정으로 기다려 보았다.

제주목관아 앞에는 관덕정이라는 커다란 정자(?)가 있다.
이곳은 옛날 무관들이 무술을 연마하던 곳이라고 한다.
관덕, 즉 덕을 바라본다는 말이 마치 문관들이 공부를 하던 곳 같지만, 예기에 나온 글귀를 따서 무관들이 무술로 몸과 마음을 닦던 이곳을 그렇게 이름지었다고 한다.

공연에 앞서 풍물패의 한바탕 놀이가 있었다.

다시 봐도 꽤나 놀줄 아는 풍물패이다.


그리고 이어진 공연은 아마도 관덕정에서 무사들이 칼과 창 등을 연마하는 걸 재연한 것 같다.

장내 방송으로 계속해서 진짜 칼과 창이니 무대에 가까이 오지 말라는 주의를 주고 있다.
이들은 제주도 전통 무예 예술단이라고 한다.
이런 무술 공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봐도 엄청 멋졌다.




제주전통무예예술단

무예단의 무술 공연이 너무 멋집니다. 쉽게 볼 수 있는 영상이 아니에요. 꼭 한번 봐보세요. 편집도 나름 열심히 해봤습니다.^^

소녀무사

특히 소녀 무사의 공연은 참 애잔했다.

마치 '다모'에 나오는 하지원을 연상케한다. 음악도 다모 음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ㅋ
이 소녀를 보고 '나도 검술을 한번 배워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무사들의 공연이 끝나고 제주에서 유명한 화백인 듯한 분(오석훈 작가)이 나와서 입춘 휘호를 쓰는 퍼포먼스를 했다.



입춘휘호

작가가 쓴 문구는 '입춘대길, 제주다경, 봄, 움트는 생명을 맞이하다'라는 것이었다.

마치 티비에 나오는 CF같이 멋진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이어진 '사리살성'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것은 제주도의 전통인 듯하다.
모든 액운이 담긴 항아리를 깨버리면서 액운을 날려버리고, 복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항아리를 깨는 부분에서는 정말로 내 몸에 있는 나쁜 기운이 산산히 부서져 나가는 것 같은 쾌감이 느껴진다.^^

사리살성

다음으로 이어진 것은 각종 단체들의 공연이다.

거리굿에서 알록달록 분장을 하고 걷던 사람들은 이 공연을 위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고등학생, 성인들, 어르신들까지 몇날 며칠을 준비했다는 공연은 제주의 풍속도 알 수 있고, 그들의 흥겨움과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잘 보여주는 그런 공연이었다.
섬나라에 외따로 떨어져 오랜 세월을 살아왔던 제주도민의 미풍양속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제주에서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나름 잘 표현하고 있어서 보기드문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광장거리굿 공연

낮부터 시작한 거리굿은 저녁에 해가 지고 어둠이 몰려올 때까지 계속 되었다.

점점 추워졌지만, 공연이 다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던 것은
이 거리굿을 통해서 제주를 더 많이 알 수 있었고, 이런 행사를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의 정성이 그대로 느껴져서였던 것 같다.


공연 마지막에 꼬마 해녀들이 나누어준 씨앗 주머니는 일종의 복주머니 같은 것이다.
주머니 안에는 자청비가 하늘에서 가지고 왔다는 온갖 곡식의 씨앗이 담겨 있다.
한알의 씨앗이 자라 풍성한 먹거리를 만들어 내듯이, 가정에 풍요와 복이 오기를 기원하는 주머니라고 한다.
나도 두개를 받아와서 하나는 우리집에 걸어놓고, 하나는 설에 엄마네 집에 걸어놓고 왔다.^^

제주에 산다고 제주를 알게 되는 건 아니다.
이 시대에 산다고 이 시대를 아는 것도 아니다.
여행이 다양한 것을 경험해 다양한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인생을 여행처럼 살다보면 뭔가를 다양하게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는 시간상 하루만 참여한 입춘굿이었는데, 내년에는 가능하면 모든 행사에 참여해 봐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