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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사는 동안 제주의 아름다운 곳들을 다니고 그것을 기록해 두기로 했다.

그래서 제주도에 사는 동안 우리는 언제나 여행자처럼 살기로 했다.

그러면서 나선 도두봉으로의 나들이.

도두봉은 올레 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석양이 매우 아름다운 봉우리라고 한다.


아마도 도두봉과 섬머리라는 명칭은 다른 의미인 것 같다.

이런 지역의 지명에 대한 것도 안내문 옆에 같이 설명이 되어 있으면 좋을텐데, 그렇지 않은 것은 좀 아쉽다.

이날 우리가 도두봉에 오르면서 각오한 것은 멋진 석양 사진을 찍고 오자는 것이었다.

그러느라고 도두봉 둘레길을 두바퀴나 돌았다. 해가 쉽게 지질 않는다.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이 있다.

오랜만에 높은 곳을 오르려니 계단이 많이 힘들긴 했지만, 못 참을 정도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긴 계단은 아니니 쉬엄쉬엄 오를 수 있다.

멋진 사진을 찍겠다고 남편은 카메라도 챙겨왔다.


정말로 얼마 오르지 않아도 이렇게 정상이 나온다.


처음 우리가 정상에 올랐을 때는 아직 석양 타이밍이 아니었다.

여기 저기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서 바다도 구경하고 바람도 느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이들도 이렇게 앉아서 멋진 석양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석양 시간이 될 때까지 정상에서 내려가 도두봉 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도두봉 둘레길도 올레길 코스 중에 있다.

도두봉을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한... 2, 30분?

짧은 거리이지만 도두봉을 빙 둘러 도는 것이라 이런 저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드넓은 바다와 검은 현무암에 부딪히는 파도를 보고 파도 소리도 맘껏 들을 수 있다.

어선들이 여러 대 정박해 있는 도두항도 보인다.

멋진 요트들도 여러대 정박해 있다.

등대 가는 길이 곧게 잘 나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바퀴를 돌고 다시 이곳 도두항이 보이는 곳에 왔더니 곧 해가 저물 것 같다.

우리는 이날 도두봉에 올라가서 멋진 석양을 보기로 했기 때문에 서둘러 둘레길을 마무리하고 다시 정상으로 올라갔다.

그래도 거의 두바퀴를 돌았다.

만약에 어린 왕자가 살고 있는 작은 별이었다면 의자만 뒤로 물러나 앉아도 석양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감상할 수 있을텐데..

우리가 사는 지구별은 어린 왕자의 별보다 어마어마하게 커서 이렇게 작은 오름을 두바퀴나 돌면서 기다려야 석양을 볼 수 있다.ㅋ

남편은 정상으로 다시 올라가면서 계속 카메라는 떨어지는 해쪽을 향해 들고 가고 있다.

멋진 석양을 포착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이는 옆걸음이다.

아까 아래에서는 곧 해가 질거 같더니, 위로 올라올 수록 아직 하늘은 푸르고 해도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

다 올라왔다.

구름이 핑크색과 보라색이 약간씩 들어 있다.

아마도 요 나무를 끼고 돌면 멋진 석양이 똬악~하고 펼쳐질 것이다.

에잇! 실패다. 생각했던 멋진 석양은 없었다.

사진 속 우리 얼굴에도 실망감이 역력하다.ㅜㅜ

이 인싸 포즈는 왜 잘 안되는 거지?ㅋ

도두봉에서 보면 제주 공항에서 떠나는 비행기가 한라산 능선을 타고 위로 이륙하는 모습이 보인다.

날아 오르는 비행기를 마치 슈퍼맨처럼 날아서 쫓아가는 포즈도 취해보고.ㅋㅋ

올레 화살표와 제주를 떠나는 비행기를 한 화면에 담고 싶었다.

눈으로 보면 비행기가 꽤 커 보이는데, 사진으로 찍으면 너무 조그맣게 나온다.

이렇게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보면 지금 당장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제 제주공항에도 제주시내에도 하나둘씩 불이 켜지고 있다.

도두봉에서의 멋진 석양은 아쉽게 만나지 못했지만, 워낙 여기 석양이 멋있기로 유명한 곳이므로 다음에 다시 와 봐야겠다.

그래도 오랜만에 높은 곳에 올라가서 넓은 하늘과 넓은 바다를 마음껏 보고 오니, 뭔가 속이 시원해지고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정상에 오르는 것도 그 둘레길을 도는 것도 힘들지 않은 도두봉은 여행자에게 분위기 잡으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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