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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담을 준비는 전날 다 해두고, 다음날은 정말로 고추장을 담는 과정이다.
삼. 다음날 아침 면포에 든 엿질금을 빨래를 하듯이 치댄다. 하얀 쌀뜬물 같은 것이 나온다. 그러면 그걸 다른 그릇에 부어놓고 다시 물 한바가지 정도 넣고 또 치댄다. 이렇게 여러번 하여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치대어 엿질금 물을 만든다.
다 만든 엿질금 물은 채에 한번 걸러 준다.
사. 자, 여기서 중요한 기술은 바로 이 엿질금 물을 가마솥!!!에 넣고, 보리가루를 넣고,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고는 것이다.
바로 팁은 '가마솥'이었다.
나랑 같이 고추장 담는 걸 배운 언니는 아파트에 살아서 어쩔 수 없이 가스불에 엿질금을 고았다. 그리고 고추장을 담은 항아리를 베란다에 놓아두었는데, 어느 날씨 좋은 날 외출해 돌아와 보니 고추장이 항아리에서 끓어 넘쳐 베란다가 고추장 범벅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항아리에 넣고 장독대에 두어도 절대로 끓어 넘치지 않는 비법이 바로 가마솥에 이걸 끓이는 것이었다.
이유는 모르는데, 욕쟁이 아주머니도 자기가 아는 비법의 전부는 '가마솥'이라고 하셨다.ㅋ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이걸 끓이는데, 처음에는 약한 불로 죽처럼 될 때까지 긴 나무 주걱으로 바닥을 긁으면서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곤다. 계속 저어주어야 하니 가마솥 옆을 떠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이 맑게지면 강한 불로 3시간 정도 더 곤다. 이걸 빨개질 때까지 고라고 하셨는데, 내가 보기에는 빨간 색은 아니고 고동색 정도 되는 것 같다.
오. 다 되어 갈때, 물엿과 소금 한되를 넣어준다. 그리고 나서 한번 후루룩 끓으면 가마솥에서 큰 다라에 덜어낸다. 가마솥은 계속 끓기 때문에 덜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육. 미지근해지면 다시 소금 한되를 넣어준다.
이렇게 하루가 간다.
칠. 다음 날 아침까지 식혀서 완전히 식혀야 한다. 다음 날 아침 어제 만든 엿물이 다 식으면 메주가루랑 고추가루를 넣으면서 저어주어야 한다. 이때 고추장의 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질면 고추가루를 추가로 더 넣으면 되고, 준비한 고추가루를 다 넣고 너무 되면 매실액이나 사과즙 같은 것을 넣으면 달작지근한 고추장이 된다. 우린 매실과 사과즙을 다 넣었더니 더 달작지근해서 시중에서 파는 고추장같은 맛이 났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재배한 매실과 사과로 만든 농축액이었으므로 좋은 것(?)으로 낸 단맛이었다.
이걸 젓는 게 엄청나게 힘이 든다.
아주머니 말씀이 집에 남정네가 없으면 고추장 못 담는다고 하셨을 정도이다.ㅋ
점점 고추장의 형태가 되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멈추지 말고 계속 저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된 고추장에 넣은 소금이 다 녹을 때까지 젓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아주 열심히 저어주어야 한다.
위에 사진과 달리 작은 덩어리들이 없이 곱게 저어졌다.
팔. 다 되어갈 때 설탕을 조금 넣고, 그 설탕이 녹을 때까지 더 저어준다.ㅜㅜ 우리는 매실액과 사과즙을 넣었기 때문에 설탕은 넣지 않았다.
구. 전날 짚을 태워 소독해 둔 항아리에 깔금이 주걱을 이용해 고추장을 넣는다. 다 넣은 후, 소금 한 주먹만 위에 뿌려준다.
십. 유리 뚜껑을 덮어 장독대에 놓는다. 한동안 유리 뚜껑으로 조금 말려주는 것이다. 며칠 지나고 항아리 뚜껑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마르게 된다. 그 이후, 햇살 좋은 날 항아리 뚜껑을 한두번 열어 해를 쪼여주면 좋다.
천으로 덮고 잘 묵어준 후, 처음부터 항아리 뚜껑을 덮어 두어도 된다.
이렇게 삼일간 만든 고추장은 다음 날부터 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달 정도 지나면 아주 깊은 맛이 나고 더 좋다.
또한 우리가 겨우 둘이 살면서 한 항아리나 되는 고추장을 담아놓아 절대로 다 먹을 수는 없었다.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뭘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고 특히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고 너무 좋아했다.
우리가 그 고추장을 3년을 먹었는데, 3년째 되는 해에는 많이 말라 있었는데, 여동생이 찌개에 풀어 넣어 먹으면 맛있다고 그걸 또 가지고 갈 정도였다.
요렇게 꿀단지에 담아서 나누어 주었다.
난 지금도 가마솥만 있으면 순창 고추장 부럽지 않은 고추장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가마솥이 없다.ㅜㅜ
전에도 말했지만, 항아리만 남았다.
요 항아리는 우리랑 같이 제주도로 이사와 지금은 사과식초만 한가득 담고 우리집 옥상에서 담쟁이 넝쿨에 휩싸여 있다. 그것도 이제 거의 3년이 되어가니 진국이 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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