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즉 놋그릇은 옛날에나 쓰던 그릇이다. 아마도 너무 무겁고 관리가 어려워 점점 사용하지 않는 그릇일 듯하다. 전에 다니던 학교 조리사님에게 유기그릇의 효능을 들은 적이 있다. 평소에 유기 그릇에 물을 담아 놓고 뒀다가 먹기도 하고 양치질도 한다고 하셨다. 이유는 그렇게 하면 입안에 생기는 혓바늘이라든지 다른 질병 등이 없다고 하셨다. 언제나 입안에 혓바늘이 잘 돋아서 고생하는 남편이 생각나서 인터넷으로 유기 그릇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게 꽤 가격이 비싸다. 유기는 구리와 주석이 합금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성분 때문에 살균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유기 그릇을 사용하면 입병뿐 아니라 배앓이에도 좋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하나에 육만원이나 주고 머그컵을 사서 시험삼아 써 보기로 했다. 무조건..
나의 음식에 대한 관심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시골로 귀농했을 때 식자재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골에 사는 동안 김장하는 것, 된장, 고추장, 간장 만드는 것, 식초 만드는 것 등을 동네 할머니들께 배웠었다. 물론 시골에 살면 대부분의 식자재 특히 야채류는 손수 농사를 지어 얻을 수도 있어서 더 관심이 갔던 듯하다. 제주도로 이사오면서 본격적으로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음식과 관련한 기능을 꾸준히 익혀 자격을 얻기도 했다. 그 결과 외지인이 취업하기 어려웠던 학교 급식실에 취업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하는 다양한 메뉴를 공부해 보기로 했다. 급식실에서는 조리사가 아니고 조리 실무사이므로 모든 요리를 총괄해서 알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므로 경험해..
제주에서는 뿔소라가 유명하다. 굵직한 뿔소라 하나가 보통 천원 정도 하는데, 운이 좋으면 해녀가 잡아온 뿔소라를 저렴하게 사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행운이 없어서 언제 시장에서 사 먹어야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급식소 언니 중 한분이 자기 언니가 해녀인데 그전까지는 소라를 잡아서 손질해서 일본으로 수출을 했었단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가 되고 일본 수출길이 막혀서 수출을 못하게 되었단다. 소라를 잡아 손질한 후 지인에게 저렴하게 팔고 있다고 했다. 사실 나도 갓잡은 소라를 사봤지만 그걸 손질하는 것이 만만치 않게 어렵다. 이렇게 많은 소라를 35,000원에 샀으니 횡재한 것이다. 먹는 방법도 간단하다. 얼려있는 소라를 먹을 만큼 꺼내서 뜨거운 물을 살짝 부어서 초장을 찍어 먹으면 된단다. ..
급식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안경을 쓰고 있는 건 매우 불편하다. 조리를 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솥 앞에 있으면 증기가 나오기 때문에 안경에 김이 많이 서린다. 그리고 세척을 할 때도 뜨거운 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언제나 안경에 김이 서린다. 수증기에 김이 서리면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의 상황을 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안경을 벗고 일을 하자니, 음식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나 설거지가 되는 상황을 전혀 파악할 수가 없다. 그동안은 뜨거운 곳 앞에 갈 때는 안경을 벗는 것으로 김서림을 피해왔었다. 그러다가 안경점에 가서 이런 것을 사왔다. 지퍼가 달리 팩에 안경 닦는 수건이 들어있는데, 김서림을 방지하는 액이 묻어 있다고 한다. 이걸로 아침에 안경을 한번 닦으면 하루종일 안경에 김..
방학 중 들은 학교급식에 관한 동영상 강의가 있다. 학교 급식을 하면서 조리사와 조리실무사가 하는 일에 관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아직 이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내게는 매우 도움이 되는 강의였다. 특히 급식실에서 내는 메뉴를 모아놓은 ‘학교급식레시피북’이 제주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가면 있다고 해서 찾아봤다. 단체급식 레시피가 알고 싶었는데, 그냥 일인분 레시피여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공부가 될 거 같아 프린트를 뽑아 서류철에 모아두었다. 메뉴를 비교하면서 단체급식에 대한 노하우를 하나하나 알아가야겠다.
일본에서 관동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일본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억지를 쏟아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일본에 있는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는 이야기는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억지를 부려 무차별하게 조선인을 죽였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 당시 일본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항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뜻이 맞는 그들은 다양한 형태로 일본에 저항하고 있었다. 박열이 이끄는 불령사도 이런 항일 운동을 하는 모임이었다. 일본은 조선인을 무차별 학살한 이슈를 잠재울 또다른 이슈가 필요했다. 그래서 박열와 그의 일본인 동거녀 후미코를 황태자를 암살하려는 모의를 했다는 혐의로 체포했다. 대역죄인으로 엮어 그들은 사형시키려고까지 한다. 이 영화의 시작에 '실화를 철저히 고..
드디어 3월! 오늘 학교 급식실에 첫 출근을 했다. 오늘은 입학식이 있어서 급식은 안했지만, 제대로 출근해서 유니폼, 신발 등 일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지급 받았다. 일할 때 네 개 조로 밥, 국, 반찬, 홀을 맞아서 일을 하는데, 오늘 그 순서도 정했다. 선배 언니들과 신입들이 짝을 이루어서 일을 하기로 했다. 아마도 이번에 신입이 많이 들어와서 선배들이 더 힘들 듯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한달 정도는 걸리니, 그때까지는 서로 힘이 들겠지? 열심히 배워야겠다. 출근했다가 돌아와 운동 좀 하고 저녁 먹었더니 벌써 졸립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할 거라, 아침 일찍 버스 정류장에 나가 첫출근 인증샷^^
삼일절을 맞이하여 백범 김구의 청년시절을 다룬 '대장 김창수'라는 영화를 봤다. 옛날에 '백범일지'를 인상깊게 읽었었는데, 그 책에 나오는 앞부분의 내용이 영화에 많이 나와서 더 재미있었던 듯하다. 민비의 시해 사건을 겪은 백성들은 일본에 대한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김창수는 황해도 지방에서 의병활동을 하면서도 꽤나 이름을 날리고 있던 터였다. 몰래 칼을 차고 있고 변복을 하고 있던 사람을 보고, "네가 우리의 국모를 죽인 일본인이냐?"고 묻고, 얼버무리고 당황하는 그와 시비가 붙어 그를 죽이게 된다. 김창수는 그 시신 옆에 "내가 이 사람을 죽였다. 나는 김창수이고 나를 찾아오려면, 어디어디로 오라."고 써 놓고 자리를 뜬다. 그 후, 인천 감옥소에 수감이 되고 재판도 받는다. 그 상황에서도 자신..
허영만의 만화 '식객'을 너무 재미있게 봤었다. 그래서 제주도에 있는 국밥집에도 일부러 찾아갔었다. 국밥을 좋아하지 않지만 허영만을 믿고 한번 가 봤던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맛을 너무나 잘 살렸다는 그 집에서 먹은 국밥은 영~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치.. 지역의 맛을 살렸다니, 제주도 토속적인 맛을 잘 살렸다는 것인데... 제주에 살면서 아직 제주 토속의 맛은 익숙치가 않다, 그러니 입에 안 맞을 수밖에. 이름하여 '배지근한 맛'... 최근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가끔 티비서 볼 때가 있다. 식객과는 또다른 백반에 열심인 식당을 찾아 소개하는 거였다. 어? 근데 제주도, 그것도 우리집 근처에 있는 집이 여기에 나왔다. 그걸 안지는 몇개월 됐지만, 워낙 식객으로 데인 마음 쉽게 발길이 가질 않았다..
꽤나 감성적인 영화를 봤다. 어려서 낳아주신 어머니와 이별을 하고, 길러주신 어머니의 은혜를 알기도 전에 가출을 하고, 긴 세월 남의 식당에서 일하면서 요리를 배운 셰프 임지호. 그는 음식은 그리움을 담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산에 들에 나는 나물과 과일 열매를 활용해 자연을 닮은 요리를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방방곡곡을 새로운 식재료를 찾아다니며 요리를 하던 그는 지리산에 살고 있는 할머니를 알게 된다. 지금은 자신을 낳아주신 어머니도 길러주신 어머니도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지리산에서 만난 할머니를 길에서 만난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자주 찾아가 음식을 해드린다. 할머니의 투박한 손으로 해주는 음식도 얻어먹었지만, 대부분은 그가 온갖 자연 재료로 넉넉히 음식을 해서 할머니와 주민분들에게 대접해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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