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부터 눈이 침침해서 조금 불편했다. 그것도 한쪽 눈만 침침한 걸 보면 뭔가 눈에 이상이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제주에 있는 안과 중 시설이 가장 좋다는 곳을 수소문해서 그곳엘 갔다. 눈 사진만 다섯 종류쯤을 찍고 받는 진단은... 황반이 부었단다... 망막혈관에도 약간 문제가 있는데 그건 큰 문제가 아니고 황반이 부은 것이 문제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 의사선생님이 할 수 있는 치료는 주사요법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알았다고 했는데, 아 글쎄. 눈알에다 주사를 놓는단다. 엄청 무서웠다. 의사선생님이 모형 눈알을 보여주며 어떻게 주사를 놓고, 어떤 원리로 치료가 되는지를 알려주었다. 들으면 들을 수록 무.서.웠.다. 무서웠던 것에 비해 크게 아프진 않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경..
감자만 갈아넣고 만드는 감자전을 만들어보았다. 감자만으로 만드는 감자전은 잘 뭉쳐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부서지지 않게 감자전을 만드는 법을 찾아 따라해 보았다. 물론 대 성공~! 팁은 감자에서 나온 전분을 섞는 것이다. 먼저 감자를 강판에 갈거나 믹서기에 간 후에 채망에 걸러서 물기를 뺀다. 감자에서 빠진 물기는 그릇에 가만히 두면 전분이 가라앉는다. 물은 따라서 버리고 전분만을 채망에 받쳐둔 감자에 섞는다. 양파 1/4개를 다지고 청양고추도 2개 정도 다져서 넣고 감자와 섞는다.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숟가락으로 반죽을 떠서 팬에 올린다. 정말로 하나도 부서지지 않고 감자전이 되었다. 기름을 많이 두르고 부친 것이지만 청양고추를 다져넣어서 느끼함을 잡아주는 듯하다. 지인에게..
동문시장에서 무를 샀다. 제주도 무인데, 하나에 500원밖에 하지 않는다고 해서 6개를 사서 깍두기를 담기로 했다. 무청은 잘라서 나중에 반찬을 해 먹기로 하고, 깍두기 담을 무를 잘 씻었다. 무 상태가 아주 좋다. 제주도는 겨울에 무가 달고 맛있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 김치 대신 매번 깍두기를 담아 먹었는데, 요즘 또 무가 나오는 철인 듯하다. 싱싱한 무가 아주 싸다. 깍두기를 자주 담다 보니 깍둑썰기하기가 좀 귀찮아서 얼마 전부터 스틱형으로 잘라서 담고 있다. 이렇게 썰어서 굵은 소금에 20분 정도 절인다. 먼저 고춧가루로 색을 낸다. 깍두기를 담으면 배추김치를 담는 것보다 고춧가루가 적게 들어서 좋다. 양념도 간단하다. 파 다지고, 마늘 다지고, 멸치액젓 반컵 정도 넣고, 설탕을 조금 넣는데, 얼마..
지인에게서 감자를 얻었다. 사실 전에 감자를 수확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문해서 사먹으려고 전화를 했다. 수확한 감자는 이미 다 팔았다고 한다. 그럼 내년에 수확하면 꼭 알려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지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감자를 수확하고 집에서 먹으려고 남겨둔 감자가 있는데, 싹도 좀 나려고 하고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집에서 먹을 수 있게 조금 줄테니, 다음에 수확하면 그때 좋은 걸 많이 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음날은 일하고 있을 거라 만나지는 못하고 집 바깥 에어컨 실외기 옆에 감자를 두고 나갈테니 시간날 때 와서 가지고 가란다. 그래서 다음날 오후에 가봤더니, 세상에 20킬로 짜리 한상자를 놔두었다. 끙차끙차 집으로 가지고 와서 감자볶음을 해먹어 봤는데, 엄청 맛있다. 나는..
지난 번에 산 소라로 소라미역국을 끓여보았다.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소라를 꺼내 조금 녹으면 소라를 편썰기로 썬다. 살이 두툼해서 편썰기를 해도 먹기 좋은 사이즈가 된다. 미역을 물에 불렸다가 먹기 좋은 길이로 잘라준다. 기장 미역을 마트에서 샀는데, 미역이 아주 좋다. 재료는 간단하다. 파와 마늘을 다져두고, 참기름만 추가로 준비하면 된다. 큰 냄비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육수를 끓여둔다. 다른 냄비에 참기름을 넣고 소라를 넣어 볶다가 미역도 넣고 볶아준다. 끓은 멸치 육수를 부어준다. 한번 끓어 오르면 파와 마늘을 넣어주면 끝이다. 상상 이상으로 맛이 좋은 소라미역국이 완성되었다. 다슬기국을 매우 좋아하는데, 이게 약간 다슬기국 맛도 나는 것이 소라의 쫄깃한 식감까지 더해져 꽤 괜찮은 국이 되었다.
제과제빵 배울 때 만들고 처음 만들어보는 호두파이. 학원에서 배운 호두파이는 쇼트닝이 들어가고 흰설탕을 듬뿍 넣게 되어 있다. 인터넷에서 보니 '캘리포니아 호두파이'라는 레시피가 있었다. 왜 캘리포니아 호두파이라고 하는지는 몰라도, 그걸 참고해서 원래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변형해 호두파이를 만들어 보았다. 호두를 살짝 오븐이 구웠는데, 굳이 굽지 않아도 될 듯하다. 파이의 겉 껍질을 만들기 위해 반죽을 한다. 체에 친 박력분 밀가루와 쇼트닝 대신 버터를 섞어준다. 특히 버터를 스크래퍼로 자르면서 밀가루와 잘 섞이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밀가루의 가운데를 우물처럼 만들고 거기에 약간의 설탕과 소금, 그리고 물, 계란 노른자 하나를 넣고 잘 섞어 반죽한다. 반죽한 것을 비닐 봉지에 담아 냉장고에서 30분간 ..
이번에 급식실에 나와 같이 들어온 동기의 아는 지인이 옥돔 장사를 한다고 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동문시장에 가면 옥돔이 정말 많이 있다. 제주도 하면 옥돔구이도 꽤나 유명하다. 하지만 그 몸값이 꽤 나가서 언제나 주저하며 자주 먹지 못하는 생선이다. 그런데 이 친구의 집에서 산 옥돔은 크기가 그리 크지 않다. 아마도 좀 작은 크기라 비싸게는 팔리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옥돔인데, 이 녀석을 한마리에 3,000원에 판다고 한다. 무려 1,000원짜리 옥돔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혼자 먹기에 적당하다고 한다. 가격을 듣고 꽤 마음에 들어서 열마리를 육지에 계신 부모님께 보내드렸다. 택배비가 10,000원이나 들긴 하지만 워낙 옥돔이 싸서 보낼 만하다. 택배를 받은 엄마아빠도 옥돔을..
누구나 바나나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나는 늦은 밤 술에 얼근히 취하신 아빠가 바나나 몇개를 사오셔서 자고 있는 가족을 모두 깨워 이게 바나나야. 얼마나 맛있는데, 한번 먹어봐~ 라며 겨우 반쪽씩 혹은 한입씩 먹으라고 하던 추억이 있다. 그랬던 바나나가 요즘은 마트에 가면 한송이에 몇천원이면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흔해진 바나나지만 어릴 때 먹던 그 바나나의 맛은 나지 않는 듯하다. 제주에 살면서 유기농 바나나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직접 접하진 못하고 있었다. 지난 주에 하나로 마트에 갔더니 의외로 제주산 유기농 바나나를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우선 한송이 사서 집에 와서 먹어보니 풋내가 엄청 났다. 은근 기대를 했는데, 참 많이 실망했다. 그래서 일주일을 선반에 끈으로 매달아놓고 ..
주말에 티비에서 '수미네 반찬'을 보는데, 이연복 셰프가 고급 게살 스프 만드는 걸 했다. 아주 간단하지만 그럴 듯해 보여서 잘 기억하고 있다가 만들어 보았다. 이 게살 스프의 특징은 몽글몽글한 흰자에 있다. 재료준비 게살 - 잘 찢어준다. 팽이버섯 - 반을 잘라서 잘 떼어놓는다. 전분 가루 - 물과 전분가루를 일대일로 섞는다. 치킨스톡 소금 쪽파 계란 흰자 - 1개 조리하기 맛살과 팽이버섯을 준비한다.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 계란 흰자로 머랭을 친다. 끓는 물에 치킨 스톡2, 소금 약간을 넣는다. 육수가 끓으면 맛살과 팽이버섯을 넣는다. 전분물을 살살 돌려가며 부어준다. 머랭친 흰자를 넣는다. 먹기 전 쪽파를 넣는다. 취향껏 고추기름을 넣어도 좋다. 계란 흰자를 하나만 하라고 했는데, 2개를 했다. 그..
칼국수도 비빔밥도 육개장도 3,500원인 분식집이 우리집 근처에 있다. 정말 제주도 그 어디 보다도 가성비가 갑이었던 집이다. 음식이 유별나지 않아서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집이다. 오랫만에 이 집에 밥을 먹으러 갔더니.... 이런 대폭 가격이 인상이 되었다. 코로나로 손님도 줄고, 거리두기로 제약도 있고, 물가 상승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왠지 오른 가격에 서운함이 느껴지긴 한다. 가격이 대폭 인상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밥 한끼에 5,000원 하는 집을 찾기란 어려울 정도이므로 여전히 가성비는 좋은 집이다. 게다가 둘이 먹어도 충분할 양의 비빔밥과 둘이 먹어도 충분할 양의 칼국수를 준다. 그전 보다 그릇도 커진 듯한 건 가격 때문일까? 특히 이집의 특별 반찬인 무생채는 여전히 너무 맛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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