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서 소개받은 유재필 작가의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해 손에 넣었다. 기대된다. 우리의 삶은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잔혹한 링이다. 링 위에 한번 오른 이상 죽기 전까지 절대 내려올 수 없다. 반드시 삶이라는 링 위에서 죽어야만 한다. 링 위에 오른 순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인생의 어딘가에 자신의 숨통을 끊을 단 한 방의 매서운 카운터 펀치가 예고되어 있다. -너무나 확실한 사실이라서 더 실감난다. 음… 유재필 작가의 글 스타일도 꽤나 마음에 든다는 생각이 책을 읽기 시작한지 두어 페이지에서 들게한 문장이다. 그저 나는 최대한 단순하게 살고 싶은 바람이다. 진심으로 기뻐서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의 결혼식장을 찾고 싶고, 진심으로 슬퍼서 위로해주고 싶은 사람의 장례식장을 찾고 싶은, 단지 그거다. -나도 살..
책에 있는 좋은 문장들을 소개한 책이다. 좋은 문장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방에 책 한 권도 들어 있지 않은 사람과는 별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 -요즘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하고도 대화를 나누지 못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정말로 책을 너무 안 읽는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드라마도 영화도 그렇게 좋아하던 예능도 잘 보지 않는 나는 주변사람들과 공감대가 잘 형성이 안 된다. 어쩌면 앞으로는 책읽는 사람은 ‘왕따’가 될지도 모른다. 슬픈 일이다. 책은 어떻게 늘 ‘종이 묶음’ 이상의 것을 해내는 걸까. 책이 단순한 종이 묶음 이상의 존재라고 믿는 사람들, 그래서 책을 소중히 만지고 읽고 소화하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느낀다. -나도 책을 종이 묶음 이상으로 생각하기는 한다. 책에서..
제목이 도발적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란 나 자신의 가치와 신념이 아닌 사회가 강요하는 트랜드나 경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행복을 현재에 단단히 묶어 두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쉬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주말에 거의 책만 보며 지낸다. 평일에 급식실에서 일할 때 사람들이 ‘이번 주말엔 뭐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책봐.’라고 대답하면 다들 의아해한다. 주말 내내 책만 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얼굴이다. 다른 거 또 뭐하느냐고 물은 것이다라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그냥 계속 책봐’ 하면서 그게 내게는 휴식이고 즐거움이란 변명 아닌 병명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주도로 이주해온 우리가 주말마다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주를 즐..
시골에서 빵집 하나를 운영해 보는 것이 내 꿈 중에 하나였다. 특히 천연발효종을 배양해서 거친 빵을 만드는 제빵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만 보고도 내가 배울 게 많을 듯해서 빌린 책이다. 읽으면서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시간과 함께 모습을 바꾸고,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 ‘발효’와 ‘부패’를 통해서다. 발효와 부패는 모두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이 균의 작용을 통해 자연 속으로 편입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스트처럼 인공적으로 배양된 균은 원래 부패해서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물질마저도 억지로 일정 기간 썩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균은 균인데 자연의 섭리를 일탈한 ‘부패하지 않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균인 것이다. 돈은 ‘부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년 계획을 하나 커다랗게 세웠다. 수어통역사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급식실 영순언니 때문에 청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영순언니에게 일상적인 수어를 배우면서 더 관심이 고조된 것 같다. 그들에 대해 알면 알수록 지금까지 내가 청각장애인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에는 청각장애인이 27만명에서 35만명 정도가 있다고 추정된다고 한다. 이런 것조차도 정확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가 한국어를 사용하듯이 그들은 수어를 사용한다. 일종의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수화라는 말보다는 수어라는 말이 적절하다고 한다. 특히 어려서부터 수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나중에 교육을 통해 한국어를 배웠기 때문에 두가지 언어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한국어로 쓰여진 것을 보고..
냉장고에 있던 찬밥을 모두 꺼내서 누룽지를 만들었다. 밥을 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해동해서 먹으면 금방 한 밥 같다고는 하는데… 나는 왠지 별로다. 전자렌지에 해동 코스로 돌려도 뭔가 처음 한 밥맛은 아닌 것 같다. 자연해동을 하면 그나마 좀 나은데, 그게 시간을 딱딱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동안 흰밥, 검은쌀밥, 잡곡밥 등 냉동 시켜 두었던 밥들을 모두 꺼내서 누룽지를 만들었다. 전에는 후라이팬에 누룽지를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오븐에 만든다. 오븐 코스 중 누룽지 코스가 있는데, 내 경험으로는 그 코스에서 지정한 시간보다 조금 더 하는 게 좋다. 귀찮아도 5분 정도만 추가해야 한다. 순간 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냄새를 잘 맡고 있어야 한다.ㅋ 그래서 바삭바삭한 누룽지를 만들면, 간식으..
시인의 산문집… 어쩌면 어려운 내용일지도 모르겠지만, 읽어보기로.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그러니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게 예쁘게 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나도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들은 말을 가슴속에 되새기며 좋아하기도 아파하기도 하곤 한다. 누군가는 내 말 때문에 그럴테다. 봄을 반기며 마셨고 여름 더위를 식히자고 마셨고 가을이면 서늘하다고 마셨고 겨울이면 적막하다고 마셨다. -나도 한창 술을 마실 때는 마치 껀수가 없어서 못 마시는 사람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술을 마셨었다. 하물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은 심심해서 마셨으니.ㅋ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이것도 문고판 책이다. ‘문고판’이란 찾아보니, 일종의 ‘포켓북’인 듯하다. 아무튼 작은 책이다. 영화를 볼 때 눈가에 눈물이 맺히면 손으로 굳이 닦으려 하지 않는다. 갑자기 맺히고 서서히 흐르도록 그대로 두는 것이 나는 좋다. 알아서 흐르기도 전에 닦아버리면 순간의 감정을 닦아내는 것 같아서 싫다. 자연히 사그라들게 두는 것이 우리를 찾아오는 감정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나면 참 당황스럽다. 누가 볼 새라 후딱 닦아버리기 일쑤다. 눈물이 흐르는 걸 그냥 두면 어떨지 나중에 한번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도 눈물을 흘릴 용기가 생길 나이니까. 어떤 사람이 감정을 털어놓으며 내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공감인지 조언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대체로 해결책은 스스..
유대인 집안의 소년 한스와 독일 귀족 집안의 소년 콘라딘의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리고 제2차 대전에 일어난 유대인에 대한 암울한 역사를 소설 속에 담아 내고 있다. 한스는 독일의 한적한 마을에 있는 김나지움에 다니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다른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여 친구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 콘라딘이 전학을 온다. 그는 귀족 집안의 고귀한 자제였으므로 친구들이 그와 친해지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와도 친해지지 않았다. 그런 둘은 서로에게 끌려 친구가 되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함께 많은 곳을 다니기도 하던 둘은 서로의 집에도 놀러가곤 했다. 하지만 귀족 집안인 콘라딘의 부모 특히 엄마가 유대인인 한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서먹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종교가 다른 둘은 차이..
책이 아주 작다. 옛날에 이런 책을 문고판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여학생들이 즐겨보던 로멘스 소설이 이렇게 작게 나왔던 기억이 있다. 학교 다닐 때도 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던 나는 책장이 낧도록 친구들이 돌려보던 하이틴 로멘스 소설도 읽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렇게 작은 문고판 책이 낯설지만, 손안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 좋아서 도서관에서 몇권 빌려왔다. 같은 것에 대해 다른 것을 느끼는 우리는 대화가 필요한 사이. 너와 나의 다름이 있어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하면 내가 못 보는 것을 보는 그 사람의 시선이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식상한 말들이지만, 언제나 공감하는 말이다. 공감은 백배하지만 남이 나와 다른 걸 인정하기는 왜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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