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것을 보았다. 급식실 휴게시간에 양복을 잘 차려입은 남자분이 오셔서 건강 상담을 해준다고 해서 모두 둘러 앉아서 그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유명한 병원과 연관된 연구실에서 나왔다고 했다. 영양사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들어온 걸 보면 그냥 물건이나 팔로 온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분이 성인 남녀의 대장 건강에 대한 안부를 물으며 쉽게 대장에 있는 나쁜 용종같은 것을 체크할 수 있는 키트라며 하나씩 주었다. 사용법은 조금 지저분하지만 간단했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본 후에 이 체크지를 떨어뜨려 놓으면 30초 만에 체크가 끝난다고 한다. 대장에 용종이 있는지, 대장이 깨끗한지, 혹시 치질이 있는지까지 단번에 체크해 준단다. 오호~ 신기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우리 몸에 쌓이는 혈전에 관한 영상을 보여..
하루키가 어린 시절 키우던 고양이를 아버지와 함께 해변에 버렸던 이야기를 한다. 하루키의 아버지 또한 많은 형제 중에 태어나 절에 동자승으로 보내진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려서 가족에게 버림받아 혼자된 아버지의 상황에 대해 고양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책이다. 그런 유의 기억은 반드시 눈에 보이지 않는 상흔으로 남아, 그 깊이와 형상이 달라지는 일은 있어도 죽을 깨까지 따라다니지 않을까? 나도 어려서 엄마가 아파 외할머니댁에 며칠 가 있었던 적이 있다. 잠시만 차를 타도 멀미 때문에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내가 기차를 타고 끝도 없이 먼 외할머니댁에 엄마 없이 간다는 것은 마치 버려진 느낌이었던 것 같다. 어릴 적 기억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내가 아직도 외할머니댁 과수원 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 땅만 ..
내가 이 영화를 정말로 이제야 봤다. 그렇게 유명했던 이 영화, 자그마치 2008년에 개봉한 이 영화를 이제야 봤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야 인연이 닿은 영화이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 땅에서 이런 저런 사연으로 만주 벌판까지 내몰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정우성이 맡은 박도원은 현상금 사냥꾼이다. 마적단이든 도둑이든 할 것 없이 현상금이 붙은 사람을 잡아 돈을 벌고 있다. 이병헌이 맡은 박창이는 마적단 두목이다. 그도 돈이 되는 일이라면 나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송강호가 맡은 윤태구는 열차털이범이다. 일종의 잡범으로 돈이 되는 것은 뭐든 털어 작물로 넘기고 돈을 벌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윤태구는 열차를 털다가 이상한 지도를 손에 넣는다. 아무리 봐도 이건 '보물지도'인 듯하다. 이 보물..
뜨개질을 하면 안되는데... 취미라는 것이 그런 듯하다. 틈틈이 시간이 나면 나도 모르게 손가락 아픈 것도 잊고 뜨개를 잡게 된다. 만약 손가락이 아프지 않았다면 하루면 이런 모자는 뚝딱하고 떴을텐데 좀 오래 걸렸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전에 사 두었던 실로 짠 것이다. 실이라고 하기에는 거의 노끈처럼 생긴 비닐 재질이다. 그래도 뜨기 쉽게 부드러운 비닐 재질로 되어 있긴 하다. 실이 워낙 비쌌던 거라서 야껴두고 있었는데, 올 여름 산책할 때 쓸 모자를 뜨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생긴 모자를 사도 그 실값보다 적게 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뜨개를 취미로 가진 사람에게는 다른 문제이다.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모자 모양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쉽게 살 수 있는 모자도 손가락 아파가면서 뜨개 ..
먼저 제목이 아주 멋지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무슨 용도가 있을까? 여행에 관한 내용이라니 세상을 여행의 용도로 사용해 보자는 얘길까?? 여행같은 욕망은 무엇보다도 상식에 어긋나지만, 그런데도 욕망이 계속해서 상식에 저항하면 우리는 이러저런 이유들을 찾는다. 그리고 그 이유들이 아무 소용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억누르기 힘든 욕망, 그걸 뭐라 불러야할지, 사실 우리는 모른다. 무엇인가가 점점 더 커지다가 어느 날인가 닻줄이 풀리면, 반드시 자신감이 넘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은 떠나고 보는 것이다.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행은 그냥 그 자체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곧 증명해 주리라. 여행자는 자기가 여행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는 여행이 여행자를 만들고 여..
급식실에 조리실무사로 취직한지 벌써 4개월 정도 지났다. 그중 한달은 미끄럼 사고로 쉬었으니 정작 일한 개월 수는 3개월 정도이다. 워낙 안해본 일이라서 몸이 좀 부대끼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 관절이 아파서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는다. 원래도 관절이 좀 아프긴 했다. 오랫동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거나, 취미인 뜨개질을 좀 하고 나면 유독 손가락이 아팠었다. 그래서 전에도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었는데, 관절염도 아니고 류마티스도 아니라고 한다. 단지 관절을 많이 써서 생기는 통증이란다. 그러니 쉬면 괜찮아지곤 했었다. 얼른 방학이 되어 쉬든지, 아무리 일해도 아피지 않을 만큼 일에 적응하든지 해야 할 일이다. 매일매일 다른 메뉴를 준비하는 것도 신나고 매일매일 조금씩 친해지고 익숙해지는 사람..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가슴아픈 기억은 꺼내들기가 어렵다. 아직도 그날 뉴스에서 세월호가 물속으로 잠기는 모습을 지켜봤던 때를 되뇌이는 것이 힘이 든다. 아마도 우리나라 국민은 모두 그럴 것이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도 아주 많이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날의 사고를 어떻게 그릴 것인지, 유가족들의 아픔을 어떻게 영화에 담아낼 것인지… 사실 영화보다도 더 영화 깉은 사고였기 때문에 더 영화로 만들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도 마음이 아파서 영화를 집중해서 보기 버거웠다. 그리고 영화를 본 후, 아무런 리뷰도 적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날의 기억을 우리모두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는 간단히 줄여야 할 듯하다..
2017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본 우리는 이렇게 순례에 관한 책이 있으면 잘 빌려온다. 내가 빌려오니 남편이 먼저 읽었다. 워낙 책을 좋아하는 남편은 뚝딱 읽어버렸다. 이어서 나도 읽고, 우리는 다시 또 순례길을 걷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아마도 이런 저런 여건이 되면 또 가지 싶다.ㅋ ‘보물섬’, ‘지킬 앤 하이드’를 쓴 스티븐슨이 세운 삶의 규범이 순례자에게도 적용된다. 1.행복해지기로 결심하라. 단순한 일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법을 배우라. 2.당신의 상황에서 가장 나은 부분을 끄집어내라.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누구나 삶에서 즐거움도 느끼고 슬픔도 느낀다. 3.당신 자신에게 관대하라. 4.비난에 개의치 말라.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법이다. 5.당신만의 규..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 같이 가꿔봐요~ 제주도.하면 가장 인기있는 노래가 '제주도 푸른밤'일 것이다. 그 노래 가사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래서 제주도로 이사온 다음해에 우리는 낑깡나무를 하나 재래시장에 가서 사다가 화단에 심었었다. 우리가 보통 낑깡이라고 하는 것의 정식 명칭은 금귤이라고 한다. 이름이 멋지지만 이 노래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낑깡이라고 한다. 이 나무가 의외로 아주 잘 자란다. 화단에 원래 귤나무도 하나 있었는데, 그 나무는 약을 치지 않았더니 진드기가 많이 생겨서 비실비실하다. 올해는 진드기 죽이는 약을 좀 쳤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무가 다시 생기를 찾고 있다. 그런데 이 낑깡나무는 거의 진드기가 붙지 않는다. 그래서 사왔을 때보다 서너배는 더 자란 듯하다. 작년까..
마동석이 나오는 여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영화나 비슷한 이미지로 비슷하게 연기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휘라는 배우에 대해서는 호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영화는 마동석과 이동휘가 형제로 나오는 영화이다. 안동의 명문가의 두 아들인 석봉과 주봉은 아버지의 완고한 유교사상에 질려 일찌감치 집을 떠나 살고 있다. 형은 종손이라는 무게가 싫었고, 동생은 종손만 대우하는 분위기가 싫었다. 종가의 며느리로 평생을 일만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설움도 그들이 고향을 등진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던 그들에게 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져 아버지의 상을 치르러 고향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간의 설움으로 고향으로 가는 그들의 발걸움은 무겁다. 하지만 아버지의 상을 치르는 동안 형은 땅속에 보물처럼 숨겨진 금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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