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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건달영화를 보았다.
김래원의 '해바라기'라는 영화의 리뷰는 두 부류로 나뉘는 거 같았다.
영화를 보고 그 이유를 알거 같았다.
보는 내내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감정 라인은 영화가 꽤나 멋지고 감동적인 영화라는 느낌을 준다.
반면 끈끈한 의리를 다루거나 비열한 건달 세상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뭔가 맥빠지고 어설픈 느낌이 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래원의 초창기 풋풋한 연기가 살아 있어서 좋았던 영화였다.

 

이 한장의 사진은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까웠던 마음을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생각나게 한다.

 

오태식(김래원 역)은 고등학교를 중태하고 술이나 마시고 싸움이나 하고 다니는 동네 깡패였다.
싸움을 워낙 잘 해서 힘으로 동네 깡패들을 평정하고 전설처럼 이야기 되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 날도 술을 마시고 무리지어 싸움을 하다가 최도필이라는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게 된다.
이 사건으로 태식은 10년의 징역을 살게 되고, 그 기간에 공부도 하고 도필의 엄마(해바라기 식당 주인)의 잦은 면회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중요한 것은 20살도 되기 전에 철없이 힘자랑만 하고 다니던 시절을 후회하고 철이 들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철 모르던 시절 동네 깡패가 되었고, 괜히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했던 태식은 출소 후 건실하게 살려고 병원에 가서 문신도 지워보려고 한다.
싸움이나 하며 돌아다니느라 평범하게 젊은 시절을 지내지 못한 태식은 작은 수첩에 버킷리스트를 적어 평범한 삶을 하나하나 해 보기도 한다. 호두과자 먹기, 목욕탕 가기 등...

 

태식이 실수로 죽인 도필의 엄마인 덕자씨는 태식의 출소 후 자기 집에서 받아주고, 자기를 엄마처럼 대하라고 한다.
덕자는 시골 마을 한적한 곳에서 해바라기 식당을 운영하면서 딸 희주와 살고 있었다.

이 식당은 주변에 해바라기 밭이 많았는데, 여기가 계발이 되고 큰 건물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조판수 일당은 해바라기 밭은 헐값에 모두 매입했는데, 이 식당만 아직도 사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덕자는 남편이 죽고 어린 아들과 딸을 이 식당을 하면서 혼자서 힘들게 키웠기 때문에 이 식당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계발사업을 하는 일당들이다.
조판수는 시의원이 되고 다음은 시장을 꿈꾸며 권력을 잡으려고 하고, 그를 따르는 건달들은 그를 도우며 지하 경제의 큰 틀인 나이트 클럽을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그 건달들은 모두 태식과 어린 시절 함께 동네를 누비던 건달들이었고, 태식이 워낙 싸움을 잘해서 그를 두려워하고 있는 건달들이다.

평범하게 살려는 태식과 해바라기 식당 식구들과 그 지역을 계발해 커다란 쇼핑몰을 짓고 싶은 조판수와 건달들의 긴장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이다.
기본 구도가 이렇게 잡혀 있으니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영화의 매력은 이런 뻔한 구도 속에서 태식이 끝까지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 꿈이 너무나 소박하고 보통사람이면 그저 살아지는 삶과 같은 것인데, 그는 주변사람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자신에게도 매일같이 건달들의 태클이 들어오는 상황이어서 쉽게 가질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이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한다.

어쩌면 저런 상황이 바로 인생이 꼬이는 상황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조판수 일당이 너무 야비하게 나쁜 놈들이어서 화가 나기도 하고, 태식의 상황이 풀리지 않는 엉킨 실타래처럼 자꾸 꼬이기만 하는 것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서도 나쁜 일에는 발을 들여놓으면 안 된다는 도덕적인 교훈을 주려는 영화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가장 찝찝한 건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은 모두 허탈하게 죽고, 세상 나쁜 놈들을 벌 주는 건 법이 아니라 힘쎈 주인공의 목숨을 건 폭주였다는 점이다.
착하게 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ㅋ

연기자들의 연기로는 감동을 받았지만, 스토리 전개는 그저 찝찝하기만한 영화였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그런 점도 이 영화에 대한 평이 나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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