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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조인성의 연기를 매우 좋게 보지만, 조인성이 나오는 '비열한 거리'는 안 봤었다.
그래, 조인성이 연기하는 건달 역은 좀더 멋지겠지? 하는 생각에 이번에 '비열한 거리'를 봤다.
역시 조인성은 연기가 좋다.
왠지 짠한 건달역을 잘 소화했다.

 

이 영화는 지역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채업이나 부동산 사업과 연관된 건달들의 이야기이다.
황회장(천호진 역)은 재계발되는 지역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거물급 큰손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오른팔인 상철(윤제문 역)은 조직의 큰 형님이다. 그는 의리있는 건달 보스라고 하기에는 좀 야비하다.
상철의 밑에 있는 중간 보스격인 병두(조인성 역)와 영필(조진웅 역)은 상철의 일을 도와주며 자신의 세력을 이끌고 있다.

 

병두가 주로 하는 일은 사채업을 하는 상철을 돕는 것이다. 이렇게 살벌한 모습으로 돈 빌린 사람의 집에 가서 돈을 받을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의리없는 큰 형님인 상철은 그에게 돈벌이가 되는 일은 잘 맡기지 않고, 처리하기 곤란한 자질구레한 일만 맡긴다.

 

영필은 병두보다 서열이 아래지만 호시탐탐 큰 형님에게 잘 보여서 병두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게임장을 오픈한 후, 그 지역 건달들과 패싸움이 났을 때 상철이 칼을 잘못 사용해서 상대편 건달을 죽인 일이 있었다.
이 일을 영필이 뒤집어 쓰고 감옥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큰 형님은 병두에게 주었던 게임장 운영권을 영필에게 준다.

 

병두가 이끄는 조직은 궁핍하기 짝이 없는 조직이다.
아직은 자질구레한 일만 하는 조직이라 이렇게 원룸에서 바닥에 신문지 깔고 과자 부스러기에 소주를 마시면서 서로의 끈끈한 의리를 다지며 살고 있다.
게다가 영필에게 게임장 운영권까지 빼앗겨 더 궁핍해지게 생겼다.

병두는 소폰서를 잘 잡아야 조직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 황회장을 괴롭히는 박검사를 처리해 주고 황회장과 손을 잡으려고 한다.
황회장과 직접적으로 거래를 한 병두를 고깝게 생각한 상철은 병두가 검사를 죽인 사실을 눈치채고 병두를 은근 옥죄여온다.

 

조직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병두를 찾아온 초등학교 동창인 민호(남궁민 역)는 건달들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병두와 친해지기 위해서 초등학교 때의 추억을 끄집어내며 다가가다가 병두가 아직도 어릴 때 친구인 현주(이보영 역)를 못 잊는 걸 보고 동창회에도 데리고 가고 현주도 만나게 해준다.
사심 없이 병두와 그의 조직에 접근한 민호는 병두의 범죄 사실도 알게 된다.
민호의 호의에 아무런 의심이 없던 병두는 '의리에 죽고 사는 멋진 건달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하며 그의 영화 만드는 일에 적극 협조해 준다.


영화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분위기가 좀 달랐다.
우선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대부분 요즘은 티비 드라마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라는 점 때문인지 약간의 드라마적 감성이 있는 영화였다.
특히 병두의 가족관계에서 생겨나는 가족애를 그리는 장면이라든지, 그의 초등학교 친구인 현주와의 썸 타는 장면이라든지 하는 전개는 우리가 흔히 드라마에서 보는 감정선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또, 영화 제목처럼 '비열한 거리'를 묘사하는 데에서 내 예상을 조금 빗나갔다.
무조건 주먹질하고 칼질하고 피를 보고 죽고 죽이는 장면만 난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인공인 병두의 조직은 잔인하고 비열한 조직이라고 하기에는 좀 허접했다.
원룸에서 한 식구로서의 의리를 중요시하고 건달로서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어설픈 조직의 모습이 오히려 현실감이 나는 듯했다.

자기가 따르는 조직의 형님을 배반하고, 친구의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성공의 발판으로 삼고, 자기에게 걸림돌이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치워버리는 비열한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비열한 세상에서 '의리있는 건달'이 되고 싶었던 병두를 조인성은 잘 소화해 연기를 했다.
아마도 조인성이어서 더 어울린 역할이었던 것도 같다.
조인성은 강인함과 나약함을 함께 가지고 있는 배역에 아주 잘 어울리는 배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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