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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폭력적인 영화는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영화에서 맞고 때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든지, 말끝마다 욕을 달고 얘길 한다든지, 서로 쫓고 쫓기면서 복수를 한다든지 하면 잘 보지 않는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 나라 영화는 이런 류의 영화가 참 많다.
아마도 그래서 정우성, 이정재, 장혁, 김윤식, 이병헌 등 내로라 하는 우리나라 대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안 본 것이 많다.

올해는 나도 좀 삐뚤어져 보려고....ㅋ
그래서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그간 리뷰를 보면서 많이 회자되었던 타짜를 보기로 했다.

 

가구공장에서 일하던 고니는 공장 한켠에서 사장과 그 친구들이 치는 노름판을 기웃거리다 화투판에 끼어 자기가 3년 동안 모은 월급을 몽땅 날려 버린다.
노름은 마치 돈을 딸 것 같다는 희망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모든 노름꾼들은 자신이 가진 돈이 모자라서 돈을 잃는다는 생각도 한다고 한다.
그렇듯 고니는 자신이 조금만 돈이 더 있었다면 한몫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노름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누나가 이혼하고 위자료로 받은 돈을 몰래 훔쳐다가 다시 노름해서 잃은 돈을 따 보려고 한다.
하지만 고니가 있던 노름판에서 박무석이라는 타짜가 끼어 있었고, 그의 속임수로 고니는 누나의 위자료까지 다 잃고 만다.

 

박무석에게 사기를 당한 것을 알고 그를 찾아 전국 노름판을 돌아다니며 계속 노름을 하던 고니는 평경장이라는 사람을 만난다.
그가 화투의 고수 중의 고수라는 소문을 듣고 고니는 그를 쫓아다니며 제자로 받아달라고 한다.

 

끈질긴 고니의 부탁에 고니를 제자로 받아준 평경장은 고니에게 노름판의 기술을 하나둘 알려준다.
그러면서 고니에게 하나의 약속을 하는데, 고니가 자기가 잃어버린 돈의 5배를 벌면 손을 씻고 다시 보통사람으로 돌아가겠다고 것이었다.
평경장은 특히 노름판에서 지켜야 할 불문율 같은 것도 알려준다.
특히 속고 속이는 노름판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들도 해준다.

 

평경장은 고니에게 장마담도 소개시켜준다.
장마담은 타짜들의 노름판을 만들어주는 설계자이다.
고니를 본 장마담은 그와 함께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이제 왠만큼 돈을 벌었으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평경장의 말을 외면하고 고니는 장마담과 함께 본격적으로 노름판에 뛰어든다.
혼자 돌아가던 평경장은 기차에서 누군가에게 오른손이 잘린 체로 살해되고....

 

언제나 평경장의 손모가지를 노리던 아귀

 

노름판에서 속임수를 쓰다가 아귀에게 한쪽 귀와 한쪽 손을 잃은 짝귀

 

박무석을 찾다가 알게 된 곽철용.
이분은 요즘 '묻고 따블로 가'라는 짤로 아주 유명하신 분이시다.

 

그리고 노름판에서 알게 되어 고니와 친해진 고광렬.

이런 사람들이 서로 속이면서 노름을 하고, 이런저런 사연으로 엮여서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이고, 그러다가 어쩔 때는 서로 짜고 노름판에서 큰돈을 쓸어담기도 하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영화 내내 일련 번호를 붙이며 나오는 명제들은 평경장이 고니에게 알려주는 노름판의 불문률 혹은 규칙, 법칙 같은 것인데, 정말로 타짜의 세계는 그 명제들처럼 흘러가고 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고, 다시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장마담이 건물도 여러 채 있고, 배도 여러 척 있는 갑부 하나를 슬슬 꼬셔서 판을 설계한다.
거기에서 고니와 고광렬, 그리고 아귀와 장마담은 마지막 목숨을 건 도박을 하게 된다.


영화는 소문처럼 아주 재미있었다.
폭력적인 걸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한쪽 눈 살짝 감고 보면 아주 볼만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원작이 허영만 만화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중간에 허영만이 노름판에서 노름을 하는 엑스트라 역도 했다.
허영만은 만화를 그리는데, 엄청난 취재를 하는 사람으로 알 고 있다.
그가 이런 타짜들의 세계를 잘 묘사해 스토리를 엮어내기 위해서 영화에서처럼 정말로 많은 노름판에 끼어 봤을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 노름판이 얼마나 긴장감이 팽배했을지도 영화에 담겨진 긴장감으로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실제 피 터지는 현장이야 없었겠지만, 노름판에서 많은 노름꾼들에게 '왕년에 내가~'하면서 무용담처럼 했을 이야기를 꼼꼼히 듣고 스케치하며 다녔을 것도 알 것 같다.

노름판에서 배우는 인생....

이라고 미화하기는 좀 그렇고, 스토리텔링이 아주 잘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2020년 내가 좀 삐뚤어지기로 했으니, 그간 잘 안 보던 우리나라의 느와르급 영화들도 한편한편 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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