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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부터 알바를 했었다.
제빵학원을 같이 다녔던 친구가 제주여고의 급식소 부조리사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결원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하루 나갔다가 그 뒤로 대타로 알바를 했었다.
그러다가 9월부터는 매일 나가는 알바를 하게 되었고, 10월에는 단기 계약직으로 계약을 하고 한달 반만 다니기로 했다.
고등학교라 수능 시험이 끝나면 고3이 급식을 먹지 않아 학생수가 줄기 때문에 알바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 8시까지 가서 오후 4시에 끝나는 알바인데, 다른 알바보다 학교에서 하는 일이라 그런지 알바비가 꽤 괜찮았다.
그리고 10명의 인원이 파트를 바꿔 가면서 일을 하는데, 나는 알바라 홀만 담당해서 일이 아주 쉬웠다.
주된 일은 홀에 있는 식탁을 닦고, 학생들이 급식을 받을 식판을 출입구 쪽에 옮기고, 다 사용한 식판을 설거지 실로 옮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배식 시간에는 가장 쉽다는 국만 잘 떠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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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날라야 하는 천개가 넘는 식판.

이런 알바를 태어나서 처음 하는 것이라 처음에는 몸이 많이 힘들긴 했지만, 곧 적응이 되었고, 짧은 시간과 높은 알바비로 정말 '꿀알바'였다.
그리고 제주도 현지 학교의 급식소에서 알바를 해서 좀더 제주의 생활로 들어간 느낌도 많았다.

같이 일하는 급식소 언니들은 완전 제주도 토박이여서 아주 진한 제주도 사투리를 매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항상 뭐든지 신속히 하고, 말도 많고, 목소리도 크고, 사투리도 진하게 써서, 옆에서 듣고 있으면 마치 싸움이라도 한판 난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소란스럽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제주어 실력도 늘어 점점 언니들의 대화에도 낄 수 있게 되었다.

제주여고의 급식은 친환경 식자재로 급식을 한다.
그리고 매일 매일의 메뉴도 다양하게 해서 가능하면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준비한다.
특히 제주도 학생들은 '고기' 반찬을 너무 좋아하는데, 매일 고기 반찬은 빠지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한달에 한번씩 생일상을 차려주는데, 그때 끓인 '소고기 미역국'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국으로, 그날은 국을 배식하는 내가 제일 인기가 많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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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스파게티 면을 한끼에 다 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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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 데이에 학생들에게 나눠준 빼빼로도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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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전날은 먹고 힘내라고 이렇게 많은 전복을 넣고 전복밥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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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 만하게 썰어넣은 전복밥을 하는 날은 한바탕 전쟁을 치룬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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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걸 잘 못 먹는 제주도 아이들을 위해 떡볶이도 궁중 떡볶이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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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길에 있는 화원에는 언제나 보기 좋은 꽃이 활기찬 하루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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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근처에 있는 카센터 아저씨는 쓰레기 봉지에도 이렇게 예쁘게 그림을 걸어서 놔두신다.
수능 전날에는 '수능대박'이라는 문구까지 적어 학생들을 응원해주는 센쑤.

거의 세달 간의 알바로 제주에 한걸음 더 걸어들어간 것 같은 생활을 했던 즐거움도 아주 컸다.

수능이 끝나고 겨울 방학 전까지 재계약을 해주기로 하곤 번복이 되어 그냥 수능날까지만 출근하게 되었다.
급식소 언니들이 너무 아쉽다며 다음날도 오라고 해서 그들이 정성껏 준비한 급식을 맛있게 먹고 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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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보는 베트남 쌀국수라고 했는데, 정말 맛있게 잘 만드셨다.

어쨌든 갑자기 꿀알바도 못하고, 정든 언니들도 못보게 되어 며칠 좀 울쩍했다.

그런데 우연히 식빵 사러 갔다가 알게 된 알바자리!!

3개월 전에 생겼다는 '갓식빵 제주 칠성점'에서 잠시 또 알바를 하기로 했다.

알바비는 급식소보다 적지만, 시간이 훨씬 짧고 일의 강도는 급식소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제빵 기능사 자격증 취득으로 제빵에 관심이 많았는데, 실전에 도전해 볼 기회가 생겨 너무 좋다.
제빵사 보조로 일하는 것이라 식빵 성형과 토핑 등을 하는 거다.
오늘 하루 임시로 하고 왔는데, 일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ㅋㅋ


일 끝나고 올때 이렇게 맛있는 갓식빵도 싸주셨다.

이번 알바가 어떤 가능성을 내게 줄지는 모르지만 제주도 와서 삶이 변화무쌍해져서 참 재미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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