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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이프

급식소 알바를 마치며

gghite 2018. 11. 1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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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고 나면 급식소 알바를 재계약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수능 전날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전화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사실 급식소 알바가 이래저래 '꿀알바'였지만, 안하던 일을 하느라 너무 힘들긴 했었다.

집에 와서 저녁에 자면서 끙끙 앓는 날이 많이 있었다.

급식소 언니들은 보통 10년씩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단련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서, 겨우 몇달 알바하면서 힘들다고 하긴 좀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힘은 들었지만, 일하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 즐겁게 알바를 다녔었다.

어쨌든 구두 계약도 계약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로 불시에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하는 학교 행정실 업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아무튼 나야 잠시 하려던 알바였으니, 다시 쉬게 되어 좋긴 하다.

만약, 내가 생업과 관련한 알바였으면 주먹 불끈 쥐고 분연히 일어났으려나?ㅋㅋ


아무튼 처음 계약이 수능일까지였어서 그동안 잘 지낸 급식소 언니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수세미를 떴었다.

오후에 2시부터 3시까지 휴식 시간이 있는데, 낮잠을 자지 않는 나는 급식소 현관에 있는 의자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수세미를 뜨는 게 나름 휴식이었다.



여기가 급식소 현관이다.



이렇게 수세미 재료들 가지고 나와서 현관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뜨개를 한다.



이 현관의 햇살은 비오는 날이 아니면 언제나 너무 따뜻하다.

그래서 급식소 언니들도 일할 때 쓰던 모자나 마스크, 토시 등을 손빨래해서 이렇게 건조대에 널어둔다.

바람도 잘 불고, 날도 좋으면 아주 바삭하게 잘 마른다.



수박 모양 수세미도 뜨고.



키위 모양 수세미도 떴다.

이렇게 하루에 하나씩 여기에 앉아서 수세미를 떠서, 수능 전날 집에서 그동안 떴던 수세미와 같이 언니들에게 선물을 했다.



알록달록 아주 예쁜 수세미들이어서 언니들도 너무 좋아했다.


그.

런.

데.

이것이 이별 선물이 될 줄이야.....ㅜㅜ

갑자기 안 나가게 된 것 중 가장 서운한 것은 매일 보던 급식소 언니들을 못 보게 된 것이다.

언제나 수다스러운 언니들 때문에 제주도 말도 굉장히 많이 배웠었는데...


오늘 마지막으로 내 짐도 챙겨올 겸해서 다시 들렸다.

이제 찬바람이 부니 따뜻하게 생강차 드시라고 꿀생강차와 언제나 믹스커피를 좋아하지만 그건 구비가 안 되어 있어서 아쉬워하는 언니를 위해서 믹스커피도 사들고 인사를 하고 왔다.


뭐 내년이라도 또 알바생이 필요하면 연락하겠다고 했으니 분명히 다시 만나기야 하겠지만, 갑자기 이별하게 되어 괜히 마음이 짠했다.


언니들이 오늘 급식 메뉴가 베트남 쌀국수라고 하면서 먹고 가라고 해서 마지막으로 급식을 맛있게 먹고 왔다.



처음 만들어 본 메뉴라고 하는데, 그럴싸하게 아주 잘 만드셨다.

라이스 페이퍼로 만두피를 만든 만두도 색다른 맛이었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다시 웃으면서 만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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