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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마을 축제가 있다는 것을 이번 해에 처음 알았다.

우리 동네는 이도동이다.

이도동은 일도동, 삼도동과 함께 전설을 가지고 있는 동네이다.

하늘에서 화살이 날라와 세개의 구멍이 생겼는데, 각 구멍에서 고씨, 부씨, 양씨가 생겨 각각 하나의 마을에 정착해 일도동, 이도동, 삼도동이 되었다나 뭐라나...

그 세개의 구멍이 있는 유적지가 삼성혈이다.

그 삼성혈에서 동문시장으로 내려가는 거리를 문화의 거리라고 한다.

우리집이 바로 이 문화의 거리에 있다. 

바로 옆은 아니지만 아주 가깝다.

이 문화의 거리에는 가끔 이런저런 행사도 하는데, 이렇게 차량 통제까지 하면서 마을 축제를 하는지는 이사온지 2년만에 처음 알았다.

사실 첫해에는 주민등록만 옮기고 육지를 왔다갔다 할 때였고, 다음 해에는 산티아고네 국토종주네 해서 거의 집에 없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던 것이다.

올해 우리 둘다 어느 정도 제주에 정착해 이런 저런 일을 하다보니 이렇게 축제를 하는 가을에 집에 있게 되어 이 축제를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거리에서 음식도 팔고, 공연도 하고 아기자기 하게 축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괜찮은 볼거리는 캘리로 달력에 문구를 써주는 것이었다.

축제에 참여하는 누구에게나 빈 탁상 달력을 주고 각자가 여섯 문장을 써 오면 각 캘리를 쓰시는 분들이 그 문장을 보고 달력에 직접 써주는 행사였다.

나도 고용센터에서 하는 캘리 강좌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내 수업을 담당하셨던 백경애 선생님도 행사에 참여하고 계셨다.


우리 달력의 첫장과 마지막장을 써 주신 캘리 선생님이시다.

아주 힘찬 글씨체를 가지고 계셨다.

그리고 프로필을 보니 꽤 유명한 사람인 듯했다.



2019년을 힘차게 시작해 보고 싶어서 적은 글귀이다.

사는 것이 힘들어지는 시기에 보며 힘을 내볼 수 있지 않을까?



제주에는 봄이 되면 다양한 꽃이 피고, 우리집 근처에서 왕벚꽃 축제가 열린다.

그런 화사한 제주의 봄을 즐겨보자는 마음에서 적은 글이다.

이 캘리 선생님은 예쁜 꽃 그림까지 그려넣어 주셔서 화사한 봄에 딱 어울리는 문장을 쓰고 장식해 주셨다.



제주도의 5, 6월은 정말로 파라다이스 같은 시기이다. 

우리도 내년 5, 6월에는 제주를 다시 여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레길을 다시 걷든지, 오름을 더 오르든지, 아니면 한라산이라도 꼭 올라봐야겠다.



제주도의 7, 8월은 바다의 계절이다.

사실 내가 쓴 문장은 바다와 관련한 것이었는데, 이 캘리 선생님은 자기 스타일의 글을 써 주셨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특이한 캘리라서 간직할 만해 보이긴 한다.



내년에도 만물이 익어가는 가을이 오겠지?

언제나 풍성한 가을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살고 싶은 소망을 담았다.



2019년 첫 문자을 써준 분에게 다시 마지막 문장도 부탁했다.

이렇게 힘차게 만족스럽게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게 캘리 달력을 만들어 주는 행사는 아주 의미 있고 좋았다.

하루종일 사람들에게 글을 써 주신 캘리 선생님들의 재능기부도 참 용감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공부하는 것이 힘든 것처럼 하루종일 멋진 글씨를 쓰는 것도 아주 힘들 일이었을 것이다.


캘리 달력을 만들고 주민들에게 나누어준 행운권으로 추첨을 했다.

상품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참가한 주민의 반 이상이 경품을 받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우리는 당첨이 되지는 않았지만, 중간에 자전거 추첨할 때는 완전히 조마조마했다.

우리 집 앞에 있는 '국제마트'아저씨가 추첨을 했은데, 꽤 욕심나는 상품이었다.


아쉽게도 아무것도 당첨이 되지는 않았지만, 마을의 작은 축제가 이렇게 알차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랬고, 이런 제주도 마을에 살게 된 것이 썩 마음에 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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