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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음식스토리텔링 강좌가 하루에 한번씩 하는 것이라 진도가 엄청 빠르다.
내가 포스팅을 하루에 한개씩 할 여유는 안 되고, 다른 시리즈도 있어서 수업 진도랑 포스팅 진도가 잘 안 맞는다.
다른 음식이야기보다 제주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음식이어서 강의내용을 까먹을 수도 있고, 만약 정보가 부족해 인터넷에서 찾아도 제주음식과 관련한 포스팅은 희귀해서 잘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앞으로 '제주음식스토리텔링'에 대한 포스팅은 좀더 자주 올려야 할 것 같다.
난 이 포스팅들은 아주 귀한 자료들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오늘 소개할 음식은 각재기국이다.
이름도 낯설고 요리 방식도 낯설다.

각재기라는 물고기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이름으로는 전갱이라는 고기이다.
하지만 내가 수업을 받으면서 본 전갱이는 그 전에 내가 알고 있던 그런 크기의 고기가 아니었다.
손바닥 크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전갱이는 거의 고등어 만했다.
크기가 이렇게 크다보니 사람들은 전갱이와 고등어를 헷갈린다고 한다.
둘은 거의 비슷하게 생긴 등푸른 생선이다.

우선 실물 사진을 보자.


고등어의 2/3크기인 전갱이는 꼬리 부분에 일자로 두꺼운 비늘이 가시처럼 거칠거칠하게 나 있다고 한다.
지금은 전갱이가 잡히는 시즌(7월~8월)이 아니라 비늘이 있는 재료는 못 구하고 냉동 전갱이라 칼로 그 비늘을 떼어낸 자국을 볼 수 있다. 보관할 때 그 비늘이 서로를 찔러 생선이 상처나기 때문이란다.

보통 제주도 사람들은 이렇게 손질된 전갱이는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해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요즘 관광객들 사이에 전갱이국 특히 각재기국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은 관계로 잘 손질해 급냉한 전갱이를 사시사철 살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각재기국집은 '돌하르방 식당'이다.

돌하르방 식당 : 제주시 신산로 11길 53번지(일도2동 320-14)

우리는 육지에 살때 여길 일부러 왔었었다. 수요미식회에 나온 제주도민만 아는 맛집이라는 말에 어느 가을 제주도에 쉬러 왔다가 들린 적이 있다.

이런 인연이 있는 각재기국을 배우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 할아버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었다.
제주도에는 생선이 흔해서 잡은 생선을 배에서 내려 운반할 때 흘리는 생선은 절대로 줍지 않는다고 한다. 흔하니까 떨어진 거까지 주워먹지 않는다는 뜻이란다.
그런데 항구에서 이런 떨어진 생선을 주워다가 파는 상인들이 있었단다. 재료인 생선을 살 돈은 없고 그냥 항구 근처에 천막처럼 간이 가게를 내고 그런 생선을 가져다 끓여서 한그릇 후루룩 먹을 수 있게 파는 거란다.
아무튼 이렇게 떨어진 생선을 줍는 사람들을 '갈매기'라는 별칭으로 부른다고 한다. 재미있는 네이밍이다.^^
이 할아버지가 그 '갈매기' 출신이라신다.ㅋ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항구 근처의 유명한 맛집이 대부분 이런 '갈매기'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한다.
오래도 되었고, 투박하게 끓여 파는 음식이 요즘은 오히려 '제주스럽다'고 인기를 얻게 된 것이라고 한다.
내가 들은 집으로는 수산물 공판장 근처에 있는 갈치국으로 유명한 '물항식당'이 바로 이런 '갈매기'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요즘 맛집으로 핫한 집이다.

물항식당 : 제주시 임항로 37-4(건입동 1319-14)

또, 각재기국 할아버지의 성공비결은 이런 제주스러운 맛도 있지만, 할아버지의 마케팅(?)이 통했다고 한다.
3인 이상에게만 고등어 구이를 서비스해 준 것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각재기국이나 먹자고 의기 투합이 되면 일부러 3인이라는 머릿수를 맞춰서 간다고 한다. 고등어 구이를 서비스받기 위해.ㅋㅋ

자 이제, 이렇게 스토리도 재밌는 각재기국을 만들어 보자.

재료 : 각재기 3마리, 얼갈이배추 300g, 청양고추 1~2개

생각과 달리 재료는 아주 간략하다. 나중에 '제주음식스토리텔링'에서 이론을 곁들여 강의해주시는 강사님에게 들었는데, 제주음식은 간단히 만드는 것이 특징 중에 하나란다. 이런 내용은 나중에...ㅋ

일. 배추는 씻어 알맞게 손으로 툭툭 잘라준다.
제주는 한겨울에 한두달을 빼고는 언제나 시장에 가면 얼갈이 배추를 살 수 있다. 그리고 각자 집에서도 이 얼갈이 배추는 심어서 언제나 먹을 수 있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도 식당에서 생선국을 먹을 때 언제나 이 얼갈이 배추가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각재기 손질은 지느러미 제거하고 세 등분해준다.


삼. 청양고추는 다져준다.

사. 냄비에 물 6~7컵을 넣고 물이 끓으면 각재기를 넣는다. 생선이니 비린내 제거를 위해 소주 1큰술과 생강즙을 넣어주면 좋다.



오. 뚜껑을 닫고 10~15분 끓인 다음, 배추를 넣고, 된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된장 넣기(제주도 음식의 기본 양념은 무조건 된장이다.)


완성된 각재기국


그리고 예쁘게 세팅^^

돌하르방 식당의 '갈매기'할아버지가 끓인 각재기국에는 고춧가루가 조금 들어갔는데, 제주도 전통 방식에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다.
제주 음식은 고추가루를 양념으로 한 음식이 거의 없단다. 고추가루는 단지 고명일 뿐이다. 이와 관련된 스토리도 다음 기회에.ㅋ

제주 음식의 기본 맛은 '배지근한 맛'이다.
이 배지근한 맛을 알아야 진짜로 제주의 맛을 아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제주도에서 빵 배우며 알게된 동생에게 이 배지근한 맛에 대해 물었다.
그때 우리가 나눈 대화이다.

"각재기국은 제주도 말로 약간 배지근한 맛이에요."
"배지근이 뭐지?"
"담백하면서도 뭔가 가볍고 맑은 느낌이 아니고... 배지근하다라는 게 애매한 표현이라서... 몸국도 배지근한 거고, 돔베고기도 배지근한 거고, 기름기가 있으면서, 걸죽하면서 뭔가 사골 우린 것처럼..."
"진국과 걸죽이 합쳐진 맛이로군, 기름지고. 그래서 끈적이는 맛인가?"
"배지근하다고 하면 약간 돼지고기 우린 것처럼 기름진데 담백한 맛? 고긴데 약간 기름기 있으면서, 퍽퍽하지 않고 배지근한..ㅋㅋ 아, 회에도 써요. 울 아버지는 민어회 먹을 때 배지근하다고 하세요. 한점을 먹어도 먹은 것 같다고, 약간 묵직한 느낌? 그런 거 같아요."
"그럼 방어회도 배지근하겠다."
"맞아요.^^"
"그럼 요즘 피자를 먹으면서도 배지근하다고 쓸 수 있나?"
"아니요~ 피자는 배지근하지 않아요.^^"
"응용 실패군."

긴 대화였는데, 나는 아직도 배지근하다는 맛을 잘 모르겠다.ㅜㅜ
아무튼 이 배지근한 맛의 각재기국은 몸보신용으로도 많이 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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