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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은콩멸치볶음


문게죽만 먹으면 심심하니까, 멸치볶음을 하나 만들어 상에 올려 보았다.

제주도는 특이하게 멸치볶음에 볶은 콩을 넣어 만든다.

제주도 음식의 기본은 아주 간단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왜 바빴냐고? 가난하니까 바쁘게 일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제주 역사는 가난을 떼어놓고는 이야기가 잘 안된다. 그만큼 가난이 제주문화의 큰 기틀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야 제주에 땅값이며 집값이 어마어마하게 올라서 제주 토박이 치고 부자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긴 했지만, 자연환경이 척박해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 제주는 가난을 떼어놓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 볶은콩멸치볶음에도 가난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는 볶은콩멸치볶음을 만들 때 간장만 엄청나게 넣어서 아주 짜게 먹었다고 한다. 아껴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 어른들은 심각하게 짠 볶은콩멸치볶음에 대한 기억을 가기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 콩은 육지 콩보다 작다. 이런 작은 콩으로 된장도 만들고, 두부도 만들고, 반찬으로도 해 먹고, 떡도 해먹고 그랬단다.
알고 보니 이 콩은 콩나물콩이었다.
요즘이야 콩나물도 큰 콩으로 길러서 콩나물이 매우 크지만, 옛날에는 다 이런 작은 콩으로 콩나물을 집에서 길러 먹었었다.

재료 : 메주콩 2/3컵, 멸치 100g, 홍고추 1개, 청양고추 1개
양념장 : 간장 2작은술, 다진마늘 1작은술, 설탕 1큰술, 물엿 1큰술, 깨 1큰술, 참기름 1큰술


재료 준비


양념장 만들기

제일 먼저 할 일은 콩에 찬물 3컵 정도를 부어 20분 이상 삶아주는 것이다. 다 삶으면 헹구지 말고 그냥 체에 받쳐두어 물기를 뺀다.

물기가 어느 정도 날라가면 마른 팬에 부어 볶는데, 탁탁 튈 때까지 잘 저어주며 달달 볶는다.


볶아진 콩은 잠시 그릇에 덜어놓고, 팬에 기름을 약간 두루고 멸치를 볶는다. 이때 물론 소주를 1큰술 넣어 준다. 왜냐하면 멸치도 신선재료가 아니라 한번 삶아 말린 재료이기 때문에 멸치 비린내를 날려 주는 것이 좋다.
나도 멸치 볶음은 많이 만들어 먹어봤지만 이렇게 비린내를 날려 주는 건 처음 알았다.


여긴 제주도니까 물론 '한라산 소주'를 부어준다.ㅋㅋ

볶은 멸치도 잠시 그릇에 덜어두고, 이제 본격적으로 볶은콩멸치볶음을 만든다.

팬에 물 3큰술을 붓고, 만들어 놓은 양념장을 붓고 한번 끓인다.


양념장이 자글자글 끓으면 콩을 넣고 끓인다.


양념에 콩이 어느 정도 섞이면 멸치와 채썬 고추를 넣어 볶는다.


이렇게 볶은 것을 그릇에 예쁘게 담으면 된다.

사실 볶은콩멸치볶음이 뭐 특별한 음식이랄 것도 없고, 거기에 제주 음식이라는 수식어도 붙일 일이 없어 보이기는 한다.

내가 아는 제주 친구들에게 물었을 때도 "그건 그냥 매일 있는 반찬이에요."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건 요즘처럼 먹을 거리가 많을 때 하는 이야기이다.

옛 제주분들은 다른 반찬 없이 간장에 절어 엄청나게 짠 볶은콩멸치볶음을 먹었다고 한다. 멸치가 들어가는 건 꽤 괜찮은 반찬이고 대부분은 그냥 콩만 간장에 볶아서 반찬으로 먹었다고 한다.
콩은 먹을 게 부족했던 제주사람들에게는 양을 불리는 특별 아이템이었다고 한다.
원래 콩 농사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되고, 크게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는 작물이기 때문에 그나마 제주에 풍성한(?) 식재료가 콩이었다고 한다.

이런 스토리를 듣고 나니 흔해빠진 것 같은 멸치볶음에서도 제주를 느낄 수 있었다.

문게죽과 볶은콩멸치볶음으로 건강한 제주 밥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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