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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끝까지 간다'로 조진웅의 악역 연기에 매료되어 이번에는 조진웅이 열혈 검사로 혼신의 연기를 했다는 '블랙 머니'를 보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매각과 관련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과거 혼란스런 뉴스들이 생각나서 다시 어이가 없어졌다.

 

조진웅의 첫 등장은 실망시키지 않고 이렇게 코믹하게 등장한다.

 

양민혁 검사(조진웅 역)는 팀원들과 사건에 물불 안가리고 열심히 수사하는 열혈 검사이다.

영화의 시작에는 남녀가 함께 타고 있던 승용차가 대형 트럭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이다.
사고를 일으킨 대형 트럭은 뺑소니를 치고, 남자는 그 자리에서 죽고, 여자만 살아남는다.
그후 양민혁 검사에게 사건을 조사받던 여자가 자기의 승용차에서 자살을 하는데, 자기를 조사하던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거를 남긴다.
하지만 양민혁 검사는 절대로 그런 사실이 없으므로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의혹으로 이 사건에 매달리게 된다. 자신의 명예도 회복해야 했으므로...

사실 이 여자와 남자는 연인 관계였고, 여자는 대한은행에 다니고 있고 남자는 금융감독원 직원이다.
여자가 대한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이 낮다는 위조된 문서를 팩스로 금융 감독원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보내고, 그 남자는 그 문서를 상부에 보고 하여, 대한 은행이 스타펀드라는 외국 회사에 헐값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어마어마한 범죄 행위는 위에서 누가 시켜서 한 것인데, 이 일이 끝나고 나서 이렇게 둘다 죽게 된 것이다.

 

또다른 주인공은 대한은행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김나리(이하늬 역)이다.
어려서부터 법을 공부했고, 법조계에 있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항상 집안에 드나드는 정계와 경제계의 거물급들과 잘 알고 지낸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더이상 외국의 손에서 놀아나지 않게 하기 위해 큰 힘을 가진 사람이 되어 나라의 경제를 지켜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는 나리는 정의감을 장착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외국 회사인 론스타(영화에서는 스타펀드라고 나옴)는 자신의 이익은 모두 챙기고 먹튀를 해 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손도 안대고 코를 풀 수 있게 해 주었던 데는 우리나라 거물급들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그들을 도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정계와 경제계의 보이지 않는 결탁, 언론도 덮고, 국민의 저항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벌인 사기행각이, 다소 어렵고 복잡한 경제 용어와 시스템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잘 풀어놓은 영화였다.

조진웅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했다.
서글서글한 아저씨 이미지로 정감있는 사투리를 쓰면서도 강직한 외모와 함께 뚝심있는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열혈 검사 역을 아주 잘 해냈다.

이하늬도 연기를 잘 했다고 해야 하나?
평소에 이하늬 연기를 많이 보지 못해서 아직 어떻다는 평가는 내리지 않고 있는 배우인데, 이 영화를 보고 좀 미워졌다면 훌륭히 그 역을 잘 소화한 것이리라.
돈과 가족 앞에서는 자신의 소신이나 정의감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영화를 본 후 아주 많이 찝찝하고 불쾌했다.
정말 우리는 돈과 가족 앞에서는 그렇게도 나약할 수밖에 없을까?
수백억과 내 부모의 명예를 나의 소신 하나 때문에 저버릴 수 있는 용기가 내게 있을까?
그래도 역사에 매국에 가까운 일을 저지르는데 동조한 일인으로 남겨져서는 안되지 않을까?

영화 마지막 자막에서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 중 아무도 구속되거나 처벌받은 사람이 없다.

고 했다.
즉, 이 사건은 아직도 미해결 사건인 것이다.
문서를 조작해 우리의 자산을 외국에 팔아넘기고, 권력으로 사건을 덮고,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죽여버리고, 그 일과 관련한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사람들이 버젓이 힘을 잡고 그 힘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조진웅과 함께 나온 동료 검사와 부장검사는 외모가 비슷하게 생겨서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헷갈렸다.ㅋㅋㅋ
이렇게 한 화면에 나오지 않았으면 보는 내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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