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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웬만해선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그런데 뭔가 색다른 영화를 보고 싶은 날이었다.
영화 목록을 둘러보다가 '스웨덴'영화라는 것에 꽂혀서 보게 된 '경계선'이란 영화...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뭔가 날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영화였다.

스웨덴 영화하면 생각나는 것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생각난다.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는데, 사실 그 영화를 볼 때도 상상력이나 스토리 전개가 참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영화 '경계선'도 마찬가지였다.
스웨덴이라는 나라는 추운 나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나긴 겨울 집밖에 나가기 보다는 집안에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글을 쓰는 습성이 있는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상상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사람이 주인공이다.
이름은 티나, 어려서부터 못생겼다고 사람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잘 자라서, 여객선이 들어오는 터미널에서 검역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검역관 일을 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뭔가 수상한 물건을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을 감각적으로 잘 골라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티나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사람의 수치심, 죄책감, 분도 등의 감정을 냄새로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이렇게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에서 이렇게 서서 코만 킁킁거리면서 밀수품을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이나, 불법적으로 술을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 게다가 불법 비디오를 USB에 넣어 가지고 오는 사람까지도 색출해 낸다.

 

어느날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남자를 티나가 색출해 냈다. 그의 이름은 보레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뭔가 좀 특별나다. 생김새도 왠지 티나와 비슷하게 생겼고, 짐을 수색했지만 아무런 잘못된 것이 없어서 몸 수색을 했다.
그의 몸 수색을 한 동료 검역관의 말로는 그는 생물학적으로 여자라고 한다.... 뭐?
아무튼 아무런 잘못된 것이 없어서 그냥 보내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건 복선 같은 것이었다.

 

티나는 침엽수림이 울창한 깊은 산속에 외딴 집에서 살고 있다.

 

이 집에서 롤란도라는 남자와 함께 살고 있지만, 둘은 연인 사이가 아니고 그저 룸메이트일 뿐이다.

 

티나의 아버지는 치매 증상이 있어서 노인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 아버지는 딸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하다.

 

영화에서는 괴기스럽고 무서운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내 수준에서 거론할 수 있는 정도는 요 정도이다.
티나가 애벌레를 먹는 장면인데, 자기와 닮았던 보레라는 남자가 애벌레를 잡아 먹는 걸 보고 징그럽다고 하자, 보레가 '당신도 먹고 싶잖아요.'하면서 애벌레를 하나 준다. 티나는 거부하는 듯하더니... 아주 맛있게 먹는다.
이 둘은 같은 종류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고 있는 보레를 자기의 집 손님방을 내어주고 지내게 한 티나는 그후 보레에게 많은 관심을 보인다.
보레는 티나에게 그동안 티나가 모르고 지냈던 자기들과 같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어릴 때 수술로 떼어버린 꼬리 이야기, 벌레를 먹는 이야기, 사람의 감정을 냄새로 알아내는 이야기 등....

그리고 보레가 마을에 왔을 당시 그 마을에는 아동 성애자가 잡히고, 동네에서 티나와 알고 지내던 사람이 낳은 아이가 갑자기 이상해지는 등, 아이들과 관련한 기괴한 일들이 벌어진다.


영화가 보통 때 내가 보던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어서 끝까지 보는데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괴기스럽고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는 내 스타일 때문이지, 전체적으로 영화는 아주 흥미로운 영화였다.
전에 북유럽을 여행했던 적이 있다.
우리는 여행을 가면 그곳에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과 구경하는 것도 아주 좋아하지만, 그 여행지의 서점을 돌아다니는 것도 참 좋아한다.
북유럽을 여행했을 때도 여기저기 서점을 다녔었는데, 언제나 특이한 것은 서점에 커다란 공간을 활용해서 판타지 소설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 서점이 많았었다.
그 당시 노르웨이와 네델란드 등을 다녔는데, 영어로 되어 있지 않은 책들이어서 내용을 알 수는 없었지만, 정말로 많은 판타지 소설이 있어서 놀랬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이 영화도 그런 기반에서 생겨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CG로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그 외의 생명체들 사이에 어쩌면 존재할지도 모르는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우 문학적이고 철학적으로 펼쳐내는 영화였다.
나야 너무 괴기스럽고 무서워서 깊은 생각은 못했지만, 이런 영화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이라면 꼭 봐도 좋을 좋은 작품이었다.
단, 청소년 관람불가이니 어른만 봐야 된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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