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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영화를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최근 한국 영화 중에 '완벽한 타인'을 코믹 영화로 소개하는 글이 많이 있었다.
나도 이 영화 예고를 봤었는데, 이걸 코믹영화라고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근 영화라 신박한 느낌도 있고 해서 한번 봐 보기로 했다.

 

강원도 속초에서 어려서부터 절친으로 지내던 다섯 명의 친구가 있었다.
석호(조진웅역), 태수(유해진역), 준모(이서진역), 영배(윤경호역), 순대는 그후로도 40년을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석호가 전망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하고 친구들을 불러 집들이를 하기로 한다.
오랜 친구이므로 부부동반으로 자주 만나 부부들끼리도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단, 순대만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는 바람에 이혼을 당해 집들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석호와 예진은 누가봐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부이다. 석호는 성형외과 의사이고 예진은 정신과 의사이다.
어린 나이에 둘이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일찍 아이를 갖는 바람에 장인어른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다.
지금까지도 장인어른은 사위인 석호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다 큰 딸이 이성에 눈을 떠서 남자친구를 만나고 다니자 엄마 예진은 예민하게 반응하며 딸과 부딪힌다.

 

태수와 수현.
태수는 잘나가는 변호사이고 수현은 현모양처이다.
하지만 태수는 사사건건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이며,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는 효자이지만, 아내 수현에게는 언제나 무심하다.
수현은 남편의 말을 잘 따르는 여자라서 언제나 조신하게 지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 동호회에 열심히 다니며 나름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준모와 세경
준모는 돈이 되는 사업을 자꾸 벌리다가 아버지의 재산을 다 탕진했다. 그러나 수의사인 세경을 만나 처가의 도움으로 레스토랑도 차려 이제 겨우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준모는 여자를 좋아했고, 세경을 만나기 전까지도 많은 여자와 사귀었다고 한다.

 

영배의 아버지는 이 모든 친구들의 어릴 적 스승이다.
아버지의 말을 잘 들어 교사가 되었지만, 살다보니 이혼도 하고 학교에서도 잘렸다.

이런 그들이 석호네 집들이에 모여 고향의 그리운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여자와 남자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예진의 말이 재미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완전 달라. 남자는 안드로이드폰이고 여자는 아이폰이나 마찬가지야.

이게 맞든 틀리든 아주 재미있는 비교이다. 운영체계가 다른 두 폰이 같아질 수는 없는 것이다.ㅋ

이렇게 핸드폰으로 남녀의 차이를 비유하던 그들이 갑자기 지금부터 아무런 비밀 없이 핸드폰을 공개하자고 한다.
문자, 전화, 이메일까지 지금 이 순간부터 자기 핸드폰에 오는 것은 모두에게 공개를 하자고 제안한다.
서로 '나는 비밀이 없어.'라고 말은 하지만 왠지 자신없는 표정이다.

그래도 호기롭게 '그래, 한번 해보자.'하고 드디어 게임이 시작된다.
그리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버렸다.

 

누군가의 핸드폰이 울리면 일제히 긴장한다.

숨겨놓은 애인이 공개되고, 아내 몰래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한 사실이 밝혀지고, 남몰래 하려던 가슴 성형이 들통나고, 아버지의 사위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친구와 나눈 다른 친구의 뒷담화가 공개된다.
특히 태수는 얼마 전부터 알게 된 나이많은 누님과의 교제를 감추려다가 영배의 40년 간 비밀이었던 어마어마한 사실을 밝히고 만다.

 

함께 웃고 즐기던 집들이는 순식간에 폭로와 싸움과 배신의 장이 되고 만다.

분명 영화는 드라마, 코미디 장르로 분류되어 있지만 영화 전개 내내 모두를 웃게 할 수 없는 그런 진실게임이 펼쳐진다.
진실게임의 끝은 영화로 확인해 보자.

 

나는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다.
누가 '이거 비밀이야.'라고 알려주는 것의 비밀을 잘 지키지 못할 정도로 입도 무거운 편이 아니다.
그래서 커서는 누가 '이거 비밀인데,'하고 말을 시작하면, '그럼 나한테 말하지마. 난 비밀 잘 못지키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진실이 오히려 우리를 더 아프게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선의의 거짓말이나 하얀 거짓말이라며 진실을 감추기도 한다.

 

사실 아직 뭐가 더 옳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거짓말도 싫지만 진실을 알고 아파해야 한다면 그것도 과히 좋은 건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가벼운 코믹 영화로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웃자고 봤다가 좀 생각이 많아진 영화이다.

 

내가 요즘 과히 우울한 마음이 들지 않는 시기라서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뭔가 센치해져 있었다면, 현실 부부에 대한 너무 신랄한 표현으로 마음이 우울해졌을 듯하다.
결혼은 현실이지만, 부부사이를 너무 현실적으로만 보는 건...
너무 낭만적이지 않치 않나???

낭만은 죄다 어디 개나 줘버린 것 같은 영화였지만, 스토리 전개가 탄탄해서 끝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본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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