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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그리는 것을 업으로 가진 작가가 장애인센터 등에서 수어를 배우면서 겪은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주 많았다.

수어에 관심이 생겨서 수어를 배우려면 이런저런 어려움이 생긴다.
내 경우에는 수어를 배우려고 생각한 계기는 간단하다.
급식실에 농인 언니가 있는데, 내가 급식실에 취직해서 한학기가 지난 후 그 언니를 담당하게 되었다.
여기서 담당이란 우리가 급식실에서 일하면서 전달 받아야 하는 공고라든지 그날 그날 메뉴 때문에 알아야 할 사항이라든지 배식과 그외의 업무에 대해서 책임지고 그 언니에게 알려 주는 것이다.
먼저 언제나 언니 옆자리에 앉아서 노트에 필담으로 전해주었다.
그전 담당이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언니를 담당하면서 한두개씩 수어를 언니에게 물어보며 배웠다.
담당을 하다 보니 정보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언니랑 대화도 많이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인과 청인이 수어 외에 필담으로만 대화를 하는 건 한계가 있다.
나야 열심히 노트에 미주알고주알 적어주지만, 농인인 언니는 필담을 어려워했다. 처음엔 그 이유도 잘 몰랐다. 수어를 하는 사람은 수어가 제1언어기 때문에 한국어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그래서 언니 얘기도 들어주려고 수어를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다.
다른 언니들 말에 의하면 내가 담당하고 그 언니의 수다가 늘었단다.ㅋ
아마도 지금까지 아무도 수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한두마디 수어로 언니에게 말을 걸자 아마도 갑자기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정부에서 농인들에게 지원된 태블릿도 있다. 말소리를 문자로 보여주는 건데… 이것이 오역이 장난아니다.
그래서 지원은 받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급식실에서 언니와 제대로 대화가 된 것이 그 언니 입사 5년 만에 처음이니 수다가 늘 수밖에.
다른 언니들은 바디랭귀지로 대화를 잘 하는데, 그러다 보니 오해도 잦다.
나도 농인 언니에게 설명을 들으며 수어를 배우다보니 가르쳐주는 것을 정확히 못알아 듣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 작정하고 수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수어 공부에서 어려운 점 몇가지를 들자면.
첫째 코로나로 왠만한 수어 수업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혹시 있다하더라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들었다.
둘째 도서관에 수어관련 교재가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 제주도 도서관은 통합 검색이 가능한데, 현재 제대로 된 교재로 찾은 것이 딱 한권 있었다. 교재는 너무 좋았는데 2주 정도 공부하니 끝이었다. 더 하고 싶어도 더이상의 교재가 없다.ㅜ
셋째 인터넷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봤는데, 대부분 단어 위주의 영상밖에 없었다. 단어라도 많이 외우면 좋은 거지만, 크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대부분의 영상에 나오는 단어는 이제 거의 아는 것이기도 하고…
넷째 농인이 하는 영상을 보는 것인데, 봐보니 아직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많아서… 그래도 업로드 되는 것을 자주 봐보기로 했다. 언젠가는 알아듣겠지?
다섯째 농인을 직접 만나는 것인데, 현재 방학 중이니 급식실 언니와 만날 수가 없다. 지금 언니는 육지 친척집에 가 있다. 영상통화를 해도 좋겠지만, 아직은 내 실력이 그 정도는 안된다.

이 만화책을 보면서 많이 공감한 것도, 수어를 배우는데 이런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인 듯하다.
어쨌든 어렵다는 수어공부에 오늘도 매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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