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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하면 생각나는 것이 붉은 색의 황토이다.
그리고 제주도 하면 생각나는 것이 검은 색의 화산토이다.
제주도는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섬이라서 땅의 특징이 육지와 많이 다르다.
특히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땅으로 물이 잘 고이지 않고 술술 잘 빠진다고 한다.
이런 땅의 특성 때문에 제주도에는 논이 없다.
물을 몇개월씩 대고 벼를 기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쌀을 재배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지 육지의 논처럼 물을 대서 벼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밭에다가 벼를 직파해서 길렀다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쌀은 그래서 찰기가 거의 없는 쌀이 된다.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땅이어인지 제주도는 뿌리 채소가 잘 되는 땅이다.
제주도 무, 제주도 당근, 제주도 콜라비 등이 유명한 것은 그래서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당근을 무척 싫어하는데, 제주도 당근은 꽤 잘 먹는 편이다.
제주도 무로 생선조림을 하면 마치 음식에 설탕을 넣은 것처럼 달작지근한 맛이 강해진다.

그래서인지 나는 제주도 감자도 무척 좋아한다.
강원도 감자보다는 좀 덜하지만 그래도 다른 육지 감자보다 제주도 감자가 훨씬 맛있다고 생각한다.

 

늦가을이 되면 제주도에 고구마가 나온다.

겨울에 두고두고 고구마를 먹겠다고 이마트에 가서 고구마 10킬로 짜리 한상자를 사왔다.

 

전북 익산 고구마라고 한다.
10킬로 한상자에 28,000원을 주고 사왔다.
전라도의 황토에서 자란 고구마로 맛도 괜찮았다.
이 정도면 겨우내 간식으로 잘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집 앞 마트에 갔는데 이렇게 고구마 상자를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아주머니 말씀이 제주도 고구마란다.
제주도 고구마를 작년에 한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육지 고구마랑 맛이 좀 달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밭에서 캐서 곧장 가지고 온 것이라서 10킬로 한상자에 15,000원이라는 거다...ㅜㅜ
지난 번 산 고구마의 반값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제주도에서는 뿌리 작물이 모두 맛이 좋다.
그러니 이 고구마도 맛이 좋을 건 분명하다.

그래서 덜컥 한상자 사왔다.

 

고구마를 깨끗이 씻어 오븐에 넣고 230도에 40분 정도 구우면 맛있는 군고구마가 된다.

 

요렇게!!

이 고구마를 살때 아주머니가 해주신 말이 있었다.
"제주도 고구마는 모이질 않아."

난 이 말이 그냥 물량이 딸린다는 말로 알아 들었다.
그런데 제주어로 '모이다'는 '수분이 적고 단단하다'는 뜻이란다.
'모이다'의 반대말은 '흐리다'로 그건 '수분이 많고 부드럽다'는 뜻이란다.
그런데 제주도는 땅의 특성 때문인지 '모인 고구마를 심어도 흐린 고구마가 된다'고 한다.
즉, 모인 고구마는 밤고구마 같은 것인데 이런 고구마는 그래서 목이 좀 멘다.
제주도 고구마는 흐린 고구마라서 군고구마를 만들어 먹으면 수분은 적당히 날라가고 부드럽기는 최강이 되는 것이다.

 

역시 제주도 고구마는 맛이 아주 좋았다.
다시 마트에 가서 10킬로 짜리를 사서 육지에 사는 엄마한테 보내려고 이렇게 싣고 우체국에 다녀왔다.
마트 아주머니는 "육지에 맛있는 고구마가 얼마나 많은데, 이걸 육지까지 보내려구 한데?"하면서 의아해 하셨다.
하지만 나는 생애 최고의 고구마를 맛봤기 때문에 아주머니 말씀에 아랑곳하지 않고 육지로 보냈다.ㅋ

 

그리고 마트 아주머니 말처럼 한때 제주도 고구마가 나오더니 더이상 제주도 고구마는 쉽게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전라도 익산 고구마를 한상자 사먹었다.

이번 겨울을 고구마를 3상자나 먹은 셈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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