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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출퇴근에 버스를 이용한다.
학교다닐 때도 버스를 이용해 등하교를 했었다.
그당시의 대중교통수단으로써의 버스와 요즘의 버스는 여러 가지로 달라진 것이 많다.
그중 운전기사아저씨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소리도 잘 지르고 난폭운전을 일삼던 옛날 버스기사 아저씨와 달리 요즘 아저씨들은 많이 친절하고 준법운전을 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의 속내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작가는 전주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라고 한다.

짐이 많은 분, 지팡이를 든 노인, 아이 있는 엄마는 시간을 좀 더 주긴 하는데, 딱 봐서 칠십세 이하는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간다. 물론 시그널은 준다.
“가요, 잉!”
가끔 예외가 있다. 힐을 신고 한껏 삐딱하게 올라오는 승객이다.
기존 고객들에게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힐 신은 저 승객의 품위를 지켜낼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맥없이 기어를 넣다 뺐다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중얼중얼한다.
“얼레, 버스가 갑자기 왜 이러지?”

-버스에서 생겨난 에피소드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잘 풀어간다.
그리고 기사아저씨가 룸미러로 이렇게 승객의 상황을 파악하고 출발을 한다는 것도 알았다.

나의 경우는 오전에는 선진국 버스기사였다가 오후에는 개발도상국, 저녁에는 후진국 기사가 된다. 친절은 마인드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격일로 일하면서 하루 열여덟 시간을 운전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도로 사정에 따라 저절로 화가 쌓인다고 한다. 길이 막혀서, 새치기를 하는 차 때문에, 주차된 차들을 피해 정류장을 들락날락하느라.
그런 자신의 상태를 이렇게 재치있게 표현했다.

대형차는 신호를 잘 깐다. 탄력이 죽기 때문이다. 섰다가 이 단, 삼 단 기어 넣고 속도를 다시 높이려면 연료도 많이 들고 몸도 지친다. 커다란 보트를 막 노를 저어 나아가는 느낌이다.

-이런 고충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내가 출근할 때 버스를 타는 정류장은 횡단보도 근처에 있다. 횡단보도에 초록 불이어서 건너다가 내가 탈 버스가 신호 근처에 오면 정류장에서 출발한지 십미터도 안되니 서서 날 태워주시겠지 하고 버스를 쳐다본다. 대부분의 기사 아저씨는 서지 않고 그냥 간다. 매우 야속했는데, 나를 태우기 위해 섰다가 가는 것이 ‘커다란 보트를 막 노 저어 가는 느낌’이라니 이제는 이해가 간다.
그래서 작가는 한적한 정류장에서 자기가 타지 않는 버스가 오면 손을 저으며 그냥 가라고 하는 사람이 너무 고맙다고까지 한다. 나도 혹시 정류장에 혼자 있는데 내가 타지 않을 버스가 오면 타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을 손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가 커서 접촉사고가 난 줄도 모르고 나는 경우가 있어 기사는 소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 안에서는 정숙해야 한다고 한다. 이어폰 끼고 크게 통화하는 것도 큰소리로 떠드는 것도 기사아저씨에게는 여간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니란다. 간혹 라디오를 크게 틀고 가는 기사님이 있는데, 이게 기사아저씨에게는 ‘소리커튼’ 역할을 한다고 하니 시끄러워도 좀 참아야 할 것 같다.

자기 능력의 70퍼센트를 쓰며 사는 사람이 제일 현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시내버스기사는 격일 교대 열여덟 시간 운행을 한단다. 현재는 근무 조건이 좋아지긴 했지만 사고를 막고 친절해야 하는 버스 기사의 하루는 능력의 최대치를 써야 하는 업무라고 한다. 고생이 많다.

기사 생활 이년만에 터득한 시내버스 최고의 덕목은 닥치고 빨리 달리는 것이고 승객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는 친절한 언행이 아니라 과감한 신호위반이다!

-조금 위험한 발상이지만 우리나라 문화와 교통현실에서는 수긍이 간다. 아침 출근시간에 모든 신호 걸리며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왠지 내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사실이니까.

버스 승객이 지켜야할 에티켓도 상세히 나오고, 버스 기사로서의 자신의 자질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은 책이다.
유머감각이 남다른 재미있는 기사님이고 작가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절대로 통화를 큰소리로 하지 말아야 하고, 승하차시 각별히 조심해야 하며,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에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등 입장바꿔서 생각할 요소가 상당히 많은 책이었다.
어떤 부분은 박장대소를 할 정도로 배꼽 빠지게 재미있기도 했다.
뭔가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 그리고 새로운 인생에 대해서 알게 된 느낌이다.
아주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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