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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애린왕자

gghite 2021. 9. 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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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뭔가 이상한 것이 있다.
‘어린’ 왕자가 아니고 ‘애린’ 왕자이다.
이 책은 어린왕자의 경상도 사투리 버전의 책이다.

나는 아마도 지금까지 어린 왕자를 20번도 넘게 읽은 듯하다.
워낙 좋아했던 책이었으니까.
경상도 버전의 어린왕자라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이 책은 그냥 눈으로 읽는 거 보다 소리내어 읽으면 정말로 재미있는 책이다.
다들 한번 소리내어 읽어보자.ㅋ

아! 애린 왕자, 나는 니가 마이 외로븐 생활 한 거를 이래 쪼매씩 알았데이. 그동안 니를 달래준 기 해가 저무는 광경밖에 없었다 생각하이 와 나도 슬플라카노. 넷째날 아침인가 니는 이켔제.
“내요, 해넘이를 진짜 좋아하니더. 지금 해넘이 보러 갈란교…”
“하지만 기다려야 할낀데…”
“기다린다니 멀?”
“해가 지기를 기다레야한다꼬.”
니는 처엄에 놀란 토깽이처럼 내를 보디, 곰방 어이가 없다는 듯 웃았제, 그라고 이켔제.
“내가 아직 내 별에 있는 줄 착각했다아잉교.”
하모. 미국이 한낮이모 프랑스에서는 해가 지니까네. 다 이리 생각할끼고마는. 해념이 볼라믄 마 1분 안에 프랑스로 날라갈 수 있으면 될낀데. 불행히도 프랑스는 한참멀제. 쪼매한 니 별에는 의자 좀 땡기앉으모 될낀데.
그래가꼬 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저무는 노을을 바라밨자나…
“한 날은 마흔네 번이나 해넘이를 봤다아잉교!”
그라고 이켔제.
“아제도 알끄다… 그래 슬프모 누구든동 노을이 보고 싶은기다.”
마흔네번 해넘이 본 날에, 니는 그마이 슬펐단 말이가?
애린 왕자는 대답을 안했따.

-내가 어린 왕자를 읽을 때마다 어린 왕자의 슬픔을 깊이 느꼈던 대목이다. 그래서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눈물이 찔끔나곤 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웃음이 나왔다.ㅋ

맘으로 바야 잘 빈다카는 거. 중요한 기는 눈에 비지 않는다카이.

아무리 어린왕자를 줄줄 외우든 본 사람도 이 책은 다시 한번 봐도 좋을 것이다.
완전 새로운 재미가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으니까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도 사투리로 써도 재미있겠다고 말했다.
근데, 제주도 사투리로 쓰면 아마도 아무도 이해 못할 거다.
제주도 사투리는 거의 제2외국어 같아서, 정말 대부분 못 읽을 것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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