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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생의 실루엣

gghite 2021. 9. 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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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도 별빛도 없는 칠흑의 어둠은 자신이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조차 모르게 만든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동시에 그런 상황에 놓이면 인간의 뇌에서는 즉시 센서가 발동하여 청각과 촉각과 후각이 잠들어 있던 능력을 활짝 펼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 십년만에 맞는 심각한 태풍이 정전을 초래하자 작가가 어둠을 표현한 글이다. 나는 이런 어둠을 경험해 본 적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들은 대부분 불을 끄고 잠시만 기다리면 어둠에 적응되어 사물이 조금씩 보일 정도로 어디든 빛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명작이 사라져버리고 한번 읽으면 그걸로 족한, 전철 선반에 깜빡 두고 와도 아깝지 않을 종류의 책이 매월 몇백 권이나 출간되어 일시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라 서점에 가득 쌓여 있다.

-서점가의 동향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요즘 내가 책을 무지 열심히 읽는데, 이런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매일 책을 읽는 내가 신기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책을 읽지 않는다. 요즘 시간이 없어 책을 못 읽고 있는 남편만 나를 무지 부러워할 뿐이다.

저쪽의 높은 봉우리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계곡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만 한다. 그것은 사물의 이치다.

-살면서 겪는 굴곡을 지혜롭게 넘길 수 있는 문구이다.

뭐가 어찌 되건 간에, 대단한 일은 없어.

-노인 하나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의 소멸과 같다는 속담이 있단다. 작가의 아버지가 했다는 이 말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미야모토 테루라는 작가를 나는 잘 모른다. 일본 작가의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것만 읽었다. 우연히 알게 된 이책을 읽고 다른 일본 작가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평생 수없이 많은 소설을 썼던 작가가 처음 쓴 에세이 집이다.
에세이는 한편한편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제목처럼 어떤 인생에 대한 실루엣만을 보여주는 에세이였다.
그래서 한편의 에세이를 읽고 그 결말이 궁금해 죽겠는 것도 몇편이 있었다.
이 사람만 이렇게 살면서 다양한 삶을 겪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특별한 경험을 많이 했다.
아마도 이런 글감 많은 삶을 살아서 그 많은 소설을 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삶을 허투루 바라보지 않았을 작가의 삶의 방식이 에세이에 잘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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