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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실크로드를 걷기 시작한 것은 그의 표현에 의하면 인생의 세 번째 시기인 노년에 가까운 중년의 나이 때였다. 즉 은퇴 후 일년이 지나서이다. 은퇴를 하자마자는 파리에서 갈라시아에 이르는 산티아고길을 걸었단다. 파리서부터 시작해서 2,300킬로미터를 76일간 걸었다고 한다.
정말 엄청 잘 걷는다. 우리가 산티아고 800킬로를 30일간 걸은 걸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산티아고 여정이 끝나고 다음해부터 일년에 2,500킬로에서 3,000킬로미터를 걸어 몇년에 걸쳐 실크로드 12,000킬로미터를 걸은 것이다.
그럼 그 긴 여정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긴 글을 읽어보자.

긴 여정의 첫날 터키에서 무지막지한 운전자들의 난폭한 운전을 경계하며 걸었다. 터키어를 하나도 못하는 작가가 길을 묻자 터키인들이 친절하게 그를 버스장류장으로 안내했다. 그가 물은 곳까지 걸어간다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최종 목적지가 테헤란이라고 하자 그들은 자신들이 미친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첫 일주일이 힘들 것은 각오했다.

-걷기 여행자는 누구나 아는 진실이다. 딱 일주일은 누구나 참아내기 힘들 정도로 힘이든다.

몸무게 몇 킬로그램이 줄면 몇 킬로미터를 더 걸을 수 있을 테고, 다리는 저절로 단단해질 것이다

-걷다 보면 살이 빠지기는 한데, 이것이 더 걸을 수 있는 몸이 되는 거였구나…

도보여행의 모든 결과는 정직하다. 몸 전체를 던지는 일이다. 내 몸을, 내 기억과 약과 옷, 식량, 침낭을 짊어질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모든 실수는 곧바로 혹은 이튿날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도보여행의 초반 서술이 적나라하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언어가 절대로 통하지 않고, 몸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이상 반응이 속속 들어난다.

고독한 여행자는 원래 짐 속에 두려움을 갖고 다니는 법이다.

지혜란 길을 따라 걷는 중에 얻어지는 법이다.

그냥 침대에서 죽기를 바랐다면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 이 같은 생각은 언제나 확고했다. 자신의 침대에서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그래서 절대 그곳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람은 이미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태양도 죽음도 뚫어지게 바라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단다. 죽음이 그러하니 두려운 것은 맞지만 죽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거나 피하고 있다는 건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 놀라웠다. 우리가 죽음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정면으로 맞서는 건 아닐테지?

이스탄불을 출발해 터키와 이란의 경계를 50킬로미터(작가의 걸음으로 하루나 이틀이면 걸을 거리) 남은 지점에서 작가는 이질에 걸렸다. 사흘만에 11킬로그램이 빠질 정도의 심각한 이질이었다.
그는 출발하고 1,700킬로미터를 걸은 그 지점에서 걸음을 멈추고 엠블런스에 실려 자신이 걸어서 온 길을 거슬러 이스탄불로 돌아갔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돌아가야 했다.

여기까지가 ‘나는 걷는다’ 1권의 이야기였다.
이질로 심각한 고통을 받은 것보다 되돌아간 것에 더 괴로워하는 작가는 치료 후 다시 자신이 주저앉았던 지점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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