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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이프

비 오는 날 택배

gghite 2020. 7.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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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라고 요즘 제주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장대비가 내리고 있다.
이렇게 자주 비가 내리다 보니 제주도는 7월이 되었는데도 그렇게 심한 무더위는 아직 없는 편이다.
어제 천둥 번개가 치면서 밤새도록 그렇게 비가 오더니, 오늘은 꽤 기온이 올라갔다.

며칠 전 육지에서 아빠가 텃밭에 심은 마늘을 수확하셨다며 택배로 마늘을 보내주셨다.
그런데, 하필 도착하는 날도 비가 억수로 왔다.
방역 알바에 전념하느라 우체부 아저씨의 전화를 못 받았더니, 집 마당으로 던져 놓고 가겠다는 문자가 왔다.
나중에 문자를 보고 전화를 했더니, 지붕 아래로 잘 던져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체부 아저씨와 통화를 할 때 비는 점점 많이 오고 있어서 마늘이 비에 젖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는가 이미 던져 놓으셨다니, 알바 끝나자마자 열심히 집으로 왔다.

 

정말 거짓말처럼 이렇게 처마밑 그리고 의자 위에 잘 던져놓으셨다.
마늘이라 그렇게 무게가 안 나간다고 해도 꽤 먼 거리를 이렇게 정확하게 착지를 하도록 던졌다니, 우체부 아저씨의 던지기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택배 박스를 열어보니, 귀퉁이만 조금 젖었을 뿐이다.
그렇게나 멀리 던졌는데도 마늘도 하나도 상하지 않았다.
고마운 마음에 우체부 아저씨께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우체부 아저씨 말이 택배를 던져놓고 배달을 몇군데 더 다니는데 점점 비가 더 많이 오더란다.
아무래도 택배 상자가 젖고 나중에는 마늘도 젖을 것 같아 걱정이 되더란다.
배달을 하다가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오셔서....

월담을 하셨단다.ㅋㅋ

내 키보다 높은 담을 어떻게 넘어오셨을까.
요즘처럼 택배 물량이 많아 그렇지 않아도 우체부들의 업무가 많다고 들었는데, 게다가 비까지 오는 날...
한 집에 두번이나 오시고 거기에다가 담까지 넘어서 비 안 맞는 곳에 잘 놓고 가신 것이다.
남의 집 담을 넘는 일이니 엄청 쫄렸을텐데 대단하다.
게다가 우리 옆집에 달린 CCTV가 우리 마당도 비추고 있어서 아마도 거기에도 찍혔을텐데ㅋㅋ

나중에 알아보니, 제주도는 대부분 담들이 낮아서 택배 아저씨가 담을 넘어 배달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제주도니 가능한 이야기인 듯하다.

어쨌든 아빠가 보내주신 마늘은 비행기 타고, 우체부아저씨 오토바이 타고, 남을 넘어 나에게 잘 배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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