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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아메리칸 셰프'라는 영화를 보고 이어서 요리 관련 영화를 보고 싶었다.
이번엔 남편이 추천해준 영화이다.
반세기 차이나게 살고 있는 줄리아와 줄리의 프랑스 요리 도전기 같은 영화였다.

요리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두 여인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영화는 두 가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연기파 배우 메릴 스트립이 줄리아 역을 맡았다.
나는 이 배우를 생각하면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에서 나온 중년의 매혹적인 여인이 생각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분위기 반전이다.
볼수록 귀여운 수다쟁이 덩치 큰 미국 할머니처럼 나온다.
이런 컨셉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봤다.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편 때문에 4년에 한번씩 나라를 옮겨가며 이사를 다닌다.
남편이 중국에서 근무할 때 줄리아를 만나서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1950년대) 프랑스 파리로 이사를 왔다.

 

크고 멋진 집으로 이사왔지만 줄리아는 이 낭만의 도시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모자 만드는 강습을 들어보지만, 이 덩치큰 미국인은 바느질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남편의 추천으로 카드게임을 배우러 가보기도 했다. 아마도 이런 걸 배워두면 파리 사교계에서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줄리아는 왠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하염없이 창밖만 내다보게 된다.

 

프랑스어 수업도 받아보지만 실력이 늘지도 않고, 워낙 수다떨기를 좋아하는 줄리아는 자꾸만 영어로 말을 한다.

그러다 드디어 줄리아는 자신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바로 요리를 배워보기로 한 것이다.

 

취미 요리반에 들어가서 배우는데 이것도 따분하긴 마찬가지이다.
겨우 달걀 삶는 것이나 배우는 강습이었다.
줄리아는 과감하게 전문가 과정의 수업을 듣기로 했다.

 

아마도 그 당시 프랑스의 분위기가 그랬을 것이다.
전문 셰프는 거의 남자들이었고, 그들은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칼도 잘 다루지 못하는 줄리아는 수업 시간에 창피를 당하기도 한다.

 

집에서 몇날 며칠을 산더미처럼 양파를 썰기도 하고, 달걀과 버터로 휘핑크림 만드는 것도 연습하고 하면서 열심히 따라갔다.
그래서 강의를 받는 다른 남자들 보다도 월등히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졸업 시험에서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자격증은 따질 못했다.

 

이런 그녀에게 프랑스에 있는 미국 지인들과 요리책을 함께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 당시 요리는 프랑스가 수준급이었지만, 영어로 된 프랑스 요리책이 없던 시대였던 것이다.

이후, 요리책 하나를 만들기 위해 8년이라는 세월을 고생하며 겪는 줄리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 줄리는 이제 30살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민원 전화를 받는 일을 하는 공무원이고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며, 사랑하는 남편은 잡지사 기자이다.

 

겨우 얻은 그들의 작은 집은 피자가게 이층에 위치해 있고, 밤이면 대형 트럭이 요란하게 지나다니는 그런 집이었다.

 

줄리의 친구들은 모두 잘 나간다.
친구들의 정기 모임에 가면 잘나가는 친구들 때문에 주눅이 들기 일쑤다.
그중 잡지사에 다니는 친구가 줄리를 인터뷰해서 잡지에 실어 주었다.

 

'20살에서 맴도는 뉴욕의 길 잃은 30살들'이라는 이게 친구 맞나? 싶은 기사를...

 

좌절해 있는 줄리에게 남편은 새로운 제안을 한다.
요즘 블로그가 유행이니 그걸 해보라는 것이다.
그냥 생각하는 것,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컴퓨터에 앉아 글로 쓰고 엔터만 치면, 사람들이 보게 되는 그런 것이라고.
작가가 되고 싶어하던 줄리에게 글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아마도 이때가 블로그라는 것이 등장하던 때였던 것 같다.(영화에서 이때를 2002년이라고 함.)

 

평소에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언제나 프랑스 요리책을 낸 줄리아를 존경하던 줄리는 블로그의 컨셉을 이렇게 잡는다.

365일, 즉 1년 안에 줄리아의 요리책에 나온 524개의 레시피로 요리를 해보는 것

무서워서 할 수 없을 것 같던 랍스터 요리에도 도전하고

 

생오리로 멋진 요리도 만들고, 생전 먹지 않던 달걀 요리에도 도전한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몇달이 지나도록 댓글이 전혀 달리지 않는 글을 계속해서 쓰고 있었다.

줄리가 파워 블로거로 거듭날 때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두사람의 에피소드를 교차편집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 그리고 열심히 요리에 도전하는 시기, 그리고 각자 자기가 원하는 요리책을 만들도 블로그를 성공하고 하는 시기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줄리는 자기 삶에서 요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자신의 요리 선생님은 줄리아라고 생각한다.
반세기가 차이나는 시대를 산 두 여인, 그리고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이라는 공간적 거리에도 그들은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파리의 이곳저곳이 나온 것도 참 좋았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근처에 가면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유명한 서점이 있다.
줄리아가 영어로 된 프랑스 요리책을 찾으러 다니면서 들린 곳이다.
이 서점은 이 영화 말고도 다른 영화에 자주 나와서 유명해진 서점이다.

 

이 서점을 보니 우리의 설레였던 첫 유럽여행도 생각이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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